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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DNA 넘어 단백질이 불러온 고인류학 혁명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5.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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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쉽게 분해, 단백질은 상대적으로 오래 남아 

 

DNA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해된다. (이미지 출처: Alamy)

 
DNA에는 유효 기간이 있다. 반면 단백질은 우리가 상상도 못한 고대 조상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고 있다.

고대 단백질 분석은 DNA 분해가 지운 인류 진화에 남은 공백을 메워준다.

생물이 죽는 순간, DNA는 분해되기 시작한다. 평균 521년마다 DNA 절반이 분해된다. 약 680만 년이 지나면, 차갑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상적인 보존 조건을 갖추더라도 모든 의미 있는 흔적이 사라진다.

이것은 우리의 진화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할 때 큰 어려움이다.
두 발 달린 영장류는 70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출현했고, 우리 속屬은 약 260만 년 전에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의 먼 조상들이 산 곳에서는 DNA가 빠르게 분해된다.
결과적으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적인 적응의 대부분은 고대 DNA를 해독할 수 없는 시기에 형성되었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통해 아프리카에서 DNA의 유효기간보다 더 먼 과거를 들여다보고 우리 조상에 대한 오랜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고단백체학(paleoproteomics)이라고 일컫는 이 새로운 기술은 DNA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고대 단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생물분자 고고학자 크리스티나 워리너Christina Warinner와 동료들은 2022년 논문에서 "단백질은 수백만 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장수명 생체 분자"라고 밝혔다.

DNA는 아미노산을 생성하는 지시 사항을 암호화하고, 이 아미노산은 긴 사슬 형태로 결합하여 단백질을 형성한다.

단백질은 DNA보다 분해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인류 진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원이 되고 있다.

고고학과 DNA 혁명

고고학자들은 2010년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초안을 발표하여 네안데르탈인이 많은 현생 인류의 조상과 교배했음을 확인한 이후 고대 DNA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그 이후로 이 기술은 아메리카와 호주에 인류가 언제 정착했는지, 언제 농업이 발명되었는지, 그리고 언어와 문화가 어떻게 전파되었는지와 같은 여러 고고학적 의문을 해결하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고대 DNA에만 의존하는 데에는 큰 단점이 있다.

아주 오래된 뼈에서 DNA를 추출하는 기술은 지난 수년간 크게 발전했지만, DNA는 수천 년에 걸쳐 햇빛, 열, 습도 영향으로 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된다.

따라서 우리 조상의 뼈와 치아에 대한 DNA 분석에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이 기술을 통해 우리의 더 먼 진화 과정을 알아낼 수 없다.

네안데르탈인 뼈. 이 고대 뼈의 DNA 분석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DNA가 분해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미지 출처: Patrick AVENTURIER via Getty Images)

 
이는 인류 진화 대부분이 일어난 아프리카에서 훨씬 더 큰 문제다.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 생물인류학자 아담 반 아스데일Adam Van Arsdale은 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아프리카는 우리 진화의 중심지이며, 현재로서는 아프리카에서 약 2만 년 전 고대 DNA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 아스데일은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 중심부에서 우리의 먼 조상들에게 생물학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면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단백질 분석의 폭발적인 성장

단백질은 가장 오래된 DNA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인류학자들에게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워리너와 동료들에 따르면 단백질은 원자 수, 화학 결합 수, 그리고 더 조밀한 구조를 하는 까닭에 DNA보다 덜 취약하다.

세포, 조직 또는 생물체에 발현되는 단백질 그룹인 최초의 고대 프로테옴proteome이 2012년 발표된 연구에서 4만 3천 년 된 털매머드 뼈에서 추출되었다.

2019년에는 당시 가장 오래된 포유류 프로테옴mammalian proteome을 발표했는데, 이는 멸종된 유인원 친척인 기간토피테쿠스Gigantopithecus의 190만 년 된 이빨에서 추출한 것이다.

2025년에는 2천 1백만 년 전 캐나다 북극에 살다 멸종한 코뿔소 유사 생물인 에피아케라테리움Epiaceratherium에서 가장 오래된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추출했다.

단백질 식별 방법이 개선됨에 따라, 인류학자들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인류 진화에 대한 의문을 풀기 시작했다.

2020년 네이처(Nature)지에 발표된 한 연구는 80만 년 전 유럽에 산 멸종 인류 친척 호모 안테세소르(Homo antecessor)의 치아 법랑질tooth enamel 단백질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호모 안테세소르의 단백질이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 데니소바인(Denisovans)의 단백질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이는 이들이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니라 진화 계통수에서 별개의 가지라는 것을 의미한다.

4월 사이언스Science 지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프로테오믹 분석proteomic analysis을 통해 2000년대 초 대만 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미스터리한 턱뼈가 멸종된 인류의 친척 집단인 데니소바인Denisovans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 이전에는 고인류학자들은 데니소바인이 그 지역에 살았는지 알지 못했다.

또한 분석 결과, 따뜻하고 습한 지역 화석에서 발견되는 단백질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우리의 아프리카 뿌리

고단백질체학은 우리의 더 먼 진화를 해독하는 데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DNA 연구가 거의 불가능한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화석 뼈와 치아에 대한 최근 두 건의 연구는 이 방법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5월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첫 번째 연구에서 고고학자들은 180만 년에서 120만 년 전에 산 인류의 친척인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Paranthropus robustus) 종 네 개체 치아에서 고대 단백질을 회수했다.

그들은 이 개체 중 두 개체가 수컷이고 두 개체는 암컷임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연구진은 수컷으로 여긴 파란트로푸스 로부스투스 개체 중 한 개체가 실제로는 암컷이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이전에 알려진 종의 한 성별로 분류된 일부 두개골이 실제로는 미확인 집단이나 새롭게 발견된 종에 속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치아. 연구진은 고대 인류에 대해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치아의 단백질을 분석한다. (이미지 출처: MATTHIEU RONDEL via Getty Images)

 
2월 남아프리카 과학 저널(South African Journal of Science)에 발표된 두 번째 연구에서 연구진은 350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 산 인류 친척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Australopithecus africanus 치아 법랑질에서 프로테옴을 회수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생물학적 성별만 확인했지만, 연구진은 "이 모든 것은 인류 진화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혁명을 일으킬 만큼 놀랍고 흥미로운 돌파구"라고 밝혔다.

케이프타운 대학교 생물인류학자 레베카 애커만Rebecca Ackermann은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와의 인터뷰에서 "이 분석을 통해 우리 조상과 친척의 남성과 여성이 크기나 특징 면에서 극적으로 달랐는지 여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단백질과 성 분석을 통해 이전에는 같은 종 수컷과 암컷으로 해석한 일부 뼈가 실제로는 같은 성별이지만 다른 혈통에 속한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소수 고대 인류 조상의 단백질을 성공적으로 분석했다. 현대인의 체내 단백질은 10만 개가 넘지만, 법랑질 "프로테옴"은 매우 작다.

법랑질 형성과 관련된 주요 단백질 다섯 개로만 구성되어 있다.

그럼에도 단백질 서열 차이는 관련 생물을 구분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

미래의 개척지

애커먼은 이러한 단백질 차이점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고대 인류 조상과 친척의 관계가 어떻게 되었는지와 같은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에 충분한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수백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서 여러 두 발 달린 영장류 종이 시간적으로 겹쳤지만, 이들이 서로 교배하여 생식 능력이 있는 잡종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는 뼈만으로는 알 수 없다.

고대 단백질이 결국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애커먼은 고단백질체학을 통해 가까운 관련 집단 간 진화적 관계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교잡화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더라도 뼈와 법랑질 프로테옴은 유전체처럼 가까운 친척 개체를 구별할 만큼 상세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애커만은 덧붙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수백만 년 된 조직에서 단백질을 추출할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애커만은 덧붙였다.

워리너와 동료들은 "다크 프로테옴dark proteome"에 속하는 단백질을 포함하여 인간이 생성하는 대부분의 단백질은 아직 분석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단백질의 기능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썼다.

"향후 20년은 과거에 대한 오랜 의문에 답하고 오래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이러한 분석 능력을 적용하기 시작하면서 분명 많은 놀라움을 안겨줄 것이다"고 그들은 썼다.
 
이상은 라이브 사이언스 특집이다. 
DNA를 뛰어넘어 단백질로 들어선 현재 고인류학 성과와 한계를 잘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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