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남부 카디스 만Cádiz Bay에서 발견된 16세기 난파선이 1587년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의 습격 당시 침몰한 제노바 선박Genoese vessel '산 조르지오 에 산텔모 부오나벤투라San Giorgio e Sant’Elmo Buonaventura'로 밝혀졌다.
난파선에서는 대포, 아메리카 산 코치닐cochineal 염료, 음식물 잔해, 그리고 스페인 무적함대Spanish Armada 시대 인골이 발견되었다.
상업과 전쟁 사이에 갇힌 배
바다에 가라앉은지 4세기가 넘은 이 난파선은 이제 전쟁, 대서양 무역, 식량 공급, 사치품, 그리고 유럽 역사상 가장 중대한 해전 중 하나였던 카디스 공습의 인명 피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고고학자들에게 '델타Delta II'로 알려진 이 난파선은 2012년 카디스 항구의 새로운 컨테이너 터미널 건설과 관련된 고고학 발굴 작업 중에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이 지역에서 발견된 세 척 난파선(델타 I, 델타 II, 델타 III)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달루시아 역사유산연구소Andalusian Historical Heritage Institute 수중고고학 및 고생물학 연구소 전문가들을 포함한 연구진의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이 배의 정체가 확인되었다.

필리푸스Philip 2세 휘하의 제노바 선박
산 조르지오 에 산텔모 부오나벤투라호는 단순히 잘못된 장소에 잘못된 시기에 좌초된 평범한 상선이 아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배는 지중해에서 건조된 제노바 선박으로 피에트로 파올로 바살로Pietro Paolo Vassallo 소유, 클레멘테 바살로Clemente Vassallo 선장이 지휘했다.
스페인 국왕 필리푸스 2세 명령에 따라 군수품과 청동 대포를 싣고 카디스에 도착했으며, 당시 리스본에서 준비 중이던 스페인 무적함대를 위한 물자를 운반하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난파선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델타 II호는 단순히 물에 잠긴 화물선이 아니다.
이 배는 스페인과 영국이 공개적인 대결로 치닫던 1588년 무적함대 원정 직전의 긴장된 시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카디스Cádiz는 지중해 선주, 대서양 항로, 이베리아 반도의 물류,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에서 오는 식민지 물자의 흐름을 연결하는 이 군사 체계의 핵심 항구 중 하나였다.
1587년 4월 29일부터 5월 1일 사이에 프랜시스 드레이크가 감행한 카디스 습격은 훗날 영국에서 "스페인 국왕의 수염을 태운 사건singeing of the King of Spain’s beard"으로 기억된다.
이 공격은 영국 침공을 앞둔 스페인의 해군력 증강을 방해하기 위한 작전 일환이었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따르면, 드레이크 함대는 수십 척 스페인 함선을 파괴하고, 함대 보급품, 특히 배럴barrels과 물자 조달에 필요한 자재들을 포함한 군수 물자 수송 체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연결된 세계의 화물
델타 II호가 특별한 이유는 연약한 유기물질들이 온전히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난파선은 두꺼운 진흙층 아래에 묻혀 있었는데 이 덕분에 목재, 음식물 찌꺼기, 직물, 그리고 해양 환경에서 쉽게 사라지는 섬세한 유물들이 보존될 수 있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발견 중 하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생산되는 귀한 붉은색 염료인 코치닐cochineal이었다.
연구진은 이 염료가 카르민 산carminic acid을 생성하는 곤충인 다크틸로피우스 코쿠스(Dactylopius coccus)에서 추출한 것임을 밝혀냈다.
근대 초기, 코치닐 염료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수출되는 가장 귀중한 상품 중 하나가 되었으며, 직물과 사치품에 사용되는 강렬한 붉은색을 내는 데 탁월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안달루시아 지방 정부 기록에 따르면 코치닐은 금과 은 다음으로 아메리카 대륙에서 세 번째로 비싼 상품이었다.
염료는 나무통wooden barrels 안에 넣어둔 천 자루에 보존된 채 발견되었다.
나무통 판자에 대한 연륜연대 분석 결과, 나무는 발트해 참나무로 밝혀졌으며, 이는 배가 침몰한 1587년과 일치하는 연대였다.
이 작은 단서는 아메리카산 염료, 발트해산 목재, 제노바의 소유권, 스페인 왕실의 군사적 필요, 그리고 여러 해양 세계가 만나는 항구였던 카디스라는 광범위한 상업 지도를 열어준다.
화물에는 소금물brine에 절인 올리브가 담긴 도기 항아리, 과이악 나무guaiac wood 조각, 아메리카 대륙에서 온 생강 상자 등 16세기 카디스의 상업 활동을 보여주는 다양한 물품이 포함되었다.
이것들은 추상적인 교역품이 아니었다.
전쟁과 상업이 불가분하게 얽힌 항구를 통해 오가는 실체적인 물건들이었다.
인간의 폭력의 흔적
난파선에는 드레이크의 공격에 휘말린 사람들 흔적도 보존되어 있었다.
델타 II호에서 수습된 유해 중에는 25세에서 35세 사이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 두개골이 있었다.
인류학 연구 결과, 이마 오른쪽 부분에 사망 직전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발사체나 삼각형 단면 물체에 맞았을 때 생긴 상처와 일치한다.
이러한 발견은 해군 역사에서 흔히 간과되는 난파선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드레이크 습격은 대개 전략, 함선, 그리고 제국 간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된다.
하지만 델타 II호는 좀 더 조용하고 직접적인 측면, 즉 영국군이 카디스 항구를 공격할 당시 항구에 정박해 있던 배에 탄 사람들이 겪은 폭력을 보여준다.
고생물학 연구를 통해 소, 돼지, 염소, 가금류 뼈도 발견되었다.
이러한 유해는 선박의 보급품과 식단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며, 16세기 스페인 왕실의 군사 및 상업 네트워크 내에서 활동하던 선박에 어떤 종류의 고기와 식량이 공급되었는지 보여준다.
카디스와 무적함대 시대를 다시 연결하는 난파선
델타 II호의 중요성은 다양한 역사적 맥락을 연결한다는 점에 있다.
한편으로는 카디스 만에 침몰한 한 척의 제노바 선박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16세기 후반을 형성한 세계적인 시스템, 즉 스페인 무적함대, 영국 사략선English privateering, 지중해 금융, 아메리카 식민지 상품, 군사 물류, 그리고 항구의 경제력을 엿볼 수 있는 창이다.
이 연구는 또한 수중 고고학이 왜 여러 학문 분야 간 협력에 의존하는지를 보여준다.
고고학, 기록 연구, 연륜연대 측정, 고생물학, 물리화학적 분석, 미생물학, 그리고 고대 DNA 연구가 결합되어 난파선을 상세한 역사적 기록 보관소로 탈바꿈시켰다.
드레이크 함대가 카디스에 입항한 지 400년이 넘은 지금, 산 조르지오 에 산텔모 부오나벤투라호는 전설이 아닌 증거로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배에 실린 청동 대포는 전쟁을, 코치닐 염료는 아메리카와의 무역을 이야기한다.
음식 잔해는 선상 생활을 드러낸다.
그리고 부상한 두개골 하나는 해양 역사의 위대한 사건들이 실제 사람들에 의해 살았고 때로는 끝났음을 상기한다.
출처 : Junta de Andalucía Consejería de Cultura y Depo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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