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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THESIS

중국 동부 백두산(장백산) 지역 출토 53cm 초거대형 흑요석제 돌날몸돌(Blade Core)은 삼국시대 철정鐵鋌과 같은 기능!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6.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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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출토 거대 흑요석들

 
by 윤용현 박사, 전 국립과학관, 구석기학·한국과학사 
 
중국 동부 백두산(중국 명칭 장백산) 지역 출토 53cm 초거대형 흑요석제 돌날몸돌(Blade Core)은 삼국시대 철정(鐵鋌)과 같은 기능!

최근 ‘백두산 기슭에서 길이 53cm, 무게 16.3kg 초거대 구석기 흑요석 도구 출현’이라는 기사(김태식, AllaboutHistory 참조)를 접하고, 이에 대한 본인의 학술적 견해를 적어보고자 한다.
 
백두산 기슭에서 길이 53cm, 무게 16.3kg 초거대 구석기 흑요석 도구 출현
 
이 유적은 최근 발표된 '2025년 중국 10대 고고학 발견[2025年度全国十大考古新发现]' 목록에서 '길림성 동부 장백산 구석기시대 유적군[吉林东部长白山旧石器时代遗址群]'으로 소개된 바 있다. 

이 유적군이 보여주는 연대기적 깊이는 실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돌날로 만든 슴베찌르개

 
현재까지 확보된 절대 연대 측정 결과에 따르면 약 22만 년 전(220,000 BP)부터 1만 2,900년 전(12,900 BP)까지 인류의 활동이 지속되었다.

이는 전기 구석기시대부터 중기와 후기를 거쳐 구석기·신석기가 교차하는 전환기(transition phase)까지 완벽하고 연속적인 층서 및 문화적 시퀀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서 활동한 구석기인들이 어떻게 고도로 정교한 석재 가공 기술을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전례 없는 경험적 증거를 보여주는데, 양질의 화산 유리인 흑요석(obsidian)에 대한 집중적인 채굴과 가공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백두산 흑요석으로 돌날떼기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백두산 흑요석은 백두산 일대를 넘어 한반도(Korean Peninsula), 러시아 극동(Russian Far East), 그리고 중국 화북 평원(North China Plain) 깊숙한 곳까지 연결하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초지역적 문화 교류 네트워크의 핵심 매개체였다. 

백두산 유적군 중 화룡 대동(和龙大洞) 유적과 안도 길지(安图吉地) 유적에서 확인된 발굴 성과는 기존의 단선적(unilineal) 기술 진보 모델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후기 구석기시대에 이미 고도로 마연된 마제석기(polished stone tools) 기술이 출현했음이 확인되었으며, 인간의 생체 역학적 한계를 시험하는 길이 53cm의 초거대 흑요석 도구의 존재는 당시 인류가 지녔던 기술적 완숙도와 인지적 고도화를 명백히 증명한다 하겠다. 

이 대목에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후기 구석기시대 마연석기의 존재다.
 

백두산 흑요석에서 돌날떼기, 반드시 간접떼기 기법을 사용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미 1983년 충북 단양 수양개 유적에서 이와 유사한 석기(몸체는 타제이고 날 부분만 간 돌도끼)가 출토된 바 있다.

당시로서는 구석기에 마제 기법이 쓰였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도 엄청난 사건이었기에, 참여했던 발굴 대원 모두가 쉬쉬하며 보고서에조차 싣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를 초래했다.

두고두고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로, 중국에서 발표한 53cm 초거대 흑요석 도구의 분류와 기능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단언컨대 이 연모의 분류는 ‘거대 돌날몸돌(giant blade core)’이며, 그 기능은 삼국시대의 철정(鐵鋌)과 완벽히 일치한다.

후기 구석기의 돌날(blade)은 삼국시대 철정(鐵鋌)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떼어낸 돌날은 등손잡이칼, 밀개, 긁개, 새기개, 뚜르개, 슴베찌르개 등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중간 소재'인 것이다. 
 

좀돌날몸돌 기술체계를 알수 있는 석기(단양 수양개, 본인이 짝을 찾아 맞춤)

 
본인이 이러한 확신을 굳힐 수 있었던 것은, 직접 백두산 흑요석으로 돌날을 떼어내고 이를 중간 소재 삼아 슴베찌르개, 긁개, 밀개 등을 재현하는 실험을 진행하면서부터다(정광용·윤용현·이현상, 2008, 『문화재복원제작기술』, 서경출판 참조).

이처럼 돌날의 기능은 곧 중간 소재로 사용되었던 철정의 기능과 같다고 보면 된다! 

본인은 그동안 한국과학사 특강과 한국과학기술사 수업 시간에도 늘 이 점을 강조하여 강의해 왔다.

일제강점기 홍이섭 선생님의 『조선과학사』를 이어 우리나라 과학사를 집대성하고 『한국과학사』를 저술하신 전상운 선생님(나의 학문체계는 전상운 선생님의 학문체계를 이어 받았고 그 길을 걷고 있음을 밝혀둔다!)도 한국 과학사의 시작을 청동기시대 다뉴세문경부터 다루고 계신다.
 

좀돌날몸돌

 
그러나 본인은 '기술'이라는 관점에서 그 기원을 구석기시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연모가 바로 ‘돌날(blade)’과 뒤이어 발명된 ‘좀돌날(micro-blade)’이라고 본다.

이 둘은 당연히 돌날을 떼어내기 위한 몸돌인 ‘돌날몸돌’과, 좀돌날을 생산하기 위한 ‘좀돌날몸돌(micro-blade core)’의 제작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돌날(blade)'과 ‘좀돌날(micro-blade)'은 각각 후기 구석기 전반과 후반의 체계적이고 대량적인 생산을 대표한다.

이 같은 기술적 전환과 발명은 중기 구석기시대의 르발루아(Levallois) 격지 중심 기술 체계를 뛰어넘는 것으로, 후기 구석기인들의 인지적 진보를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후기 구석기 후반에 발명된 좀돌날(細石刃, micro-blade) 기술은 한정된 크기의 석재 원석에서 얻을 수 있는 '칼날의 총길이(cutting edge)'를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기술 체계다.

좀돌날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좀돌날몸돌을 완성해야 하는데, 적어도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타원형 모양의 블랭크(blank) 만들기. 둘째, 수평 방향으로 단면 삼각형인 1격지와 스키 모양의 2격지 떼어내기(단양 수양개 2형식 및 일본의 유베츠 기법이 이에 해당). 셋째, 스키 모양 격지를 떼어내어 편평해진 한쪽 끝에서 방사선 방향으로 옆격지 떼어내기. 넷째, 사슴뿔 등을 이용한 눌러떼기(pressure flaking)나 간접 타격(indirect percussion)으로 일정한 규격(대략 길이 5cm 미만, 너비 0.5cm 미만)의 좀돌날을 떼어내는 과정이다(본인의 학부 졸업논문 주제가 바로 이 좀돌날몸돌이었으며, 이후 1989년, 1990년, 1994년 그리고 일본 저널에 이르기까지 대학 은사님과 공동 명의로 여러 차례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좀돌날몸돌

 
결론적으로 돌날과 좀돌날은 대량생산 기술 체계의 산물이자 '중간 소재'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러나 좀돌날이 연모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돌날과 확연히 다른 특징을 지니는데, 바로 조합식 연모(composite tools)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라. 너비 0.5cm도 안 되는 것으로 어찌 단독 연모를 만들 수 있겠는가?

나무나 뼈의 옆면에 송진 등으로 부착하여 칼을 만들고, 좌우에 부착하여 창을 만들었다.

러시아 동토 지대에서 이러한 유물이 원형 그대로 출토되고 있음이 이를 단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다.

특히 이 창은 매머드나 털코뿔소를 사냥하거나, 후빙기 기온 상승 이후 물고기를 잡는 데 최적격이었던 것이다.

돌날과 좀돌날 모두 중간 소재라는 점은 같지만, 좀돌날이 완벽한 조합식 도구로 진전되었다는 점에서 한 차원 더 발전한 기술 체계라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좀돌날 기술 체계는 동북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석기 문화다.

중국 황하 이북(양쯔강 이남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백두산을 중심으로 하는 만주, 한국, 바다 건너 일본, 그리고 연륙교였던 베링해를 건넌 북미 지역에서만 출토된다.

현 한반도의 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에서도 거의 빠짐없이 출토되는 핵심 유물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구석기와 신석기를 연결하는 중석기 또는 초기 신석기시대(약 1만 년 전) 유적인 제주 고산리 유적에서도 좀돌날몸돌이 출토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산리식 토기와 함께 공반된다. 이 토기는 중국 랴오허 유역의 훙산 문화 이전, 기원전 6200~5200년경 발생한 싱룽와(興隆窪) 문화 유적에서 발견된 토기와도 비교되는 유물이다.

제주도 고산리에서 출토된 좀돌날몸돌은 현 만주와 한반도 지역에서 이 기술 체계를 공유하던 집단이 바다 건너 일본이나 북미로 나아갔듯, 제주도까지 이주했음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본인이 1994년 논문에서도 밝혔듯이, 동북아시아 좀돌날몸돌 기술 체계를 보유했던 인류를 다각도로 연구한다면(좀돌날, 인류 화석, 공반 자료 등) 현재를 살아가는 북중국과 만주, 한국, 일본, 나아가 북미 인디언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길림성 백두산 구역의 안도 길지(安图吉地) 유적에서 출토된 초거대 흑요석 석기는 본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거대한 '돌날몸돌(giant blade core)'이며, 그 기능은 후기 구석기의 하이테크 기술이 집약된 삼국시대 철정(鐵鋌)과 같은 중간 소재였다!

이는 우리 민족과 동북아시아 인류의 기원을 규명하는 데 있어 매우 아주 중요한 학술적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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