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번역22 헌책방의 잊혀져 가는 책들 그리고 송자대전 요즘 헌책방에 가 보면 긴장감이 팽팽하다. 물론 제대로 운영되는 헌책방의 경우인데 서울 시내에서도 이름 난 헌책방은 가 보면수년에서 수십년 험난한 독서계를 버틴 연륜이 있어정말 쟁쟁한 책들만 책꽂이에 남아 있다. 아무도 안 읽을 거 같은 책은 별로 없다. 그런 책들은 이미 다 폐기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책이 왜 나왔나 싶은 방만함은 신간서적을 파는 책방에 있다. 앞에서 필자는 20세기 이전 전적의 번역 이야기를 했다. 20세기 이전의 번역은 이렇게 수십년 경쟁에서 살아 남은 전적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아니면 20세기 이전에 우리 조상이 남긴 글이라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차별없이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는가? 필자가 보기엔 현재 번역이 되어 나오는 글들 중에는 2025년 현재 헌책방에.. 2025. 2. 21. 한강 노벨상 획득은 국가의 간섭을 강화한다 나는 한강의 노벨상 문학상 획득 소식에 그것이 국가의 간섭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신동훈 교수께서도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짚으신다고 이해하는데, 저 자체가 쾌거임에는 분명하나 나는 저 흐름이 더욱 강화할 것을 우려한다.국가에 의한 간섭, 국가 통제에 의한 이른바 한류 지원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또 언제까지 국민세금을 투입해 K문학 선전한다며 그것을 영어로 필두로 하는 각국어로 번역할 수는 없는 법이다. 꼭 일본 사례가 아니더라도, 이런 흐름은 유독 동아시아권에서 강한데, 일본이 그랬고, 한국이 따라가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실은 잘 드러나지 않으나 중국 쪽 움직임은 그야말로 거국적이어서 돈을 쏟아붓는다.중국 주요 저작물로 한국에 번역 소개가 많는데, 그 저작물 중 상당.. 2024. 12. 20. 번역과 번역 문체, 어느 작품의 경우 "1938년 4월 4일 새벽, 피레네 산맥의 눈이 녹아 수량이 불어난 스페인의 에브로 강둑 위로 물에 흠뻑 젖은 두 남자가 차가운 물속에서 나와 기어 올라온다. 둘 다 미국인이다."이제 펼치기 시작한 애덤 호크실드 지음, 이순호 옮김 《스페인 내전》(갈라파고스, 2018) 본문 첫줄이다.우리네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 글 못 쓴다.강렬하지 아니한가? 이 한 줄은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논문이 글을 죽이고 말았다. (2018. 5. 6)***이 작품은 접때도 그 첫 줄 중요성을 논하면서 인용한 적이 있거니와, 이번에는 번역 이야기를 좀 보태고 싶다. 저 번역투 가득한 문장을 번역자가 말하고자 하는 원의를 훼손하지 아니하고 나라면 다음과 같이 고치고 싶다."1938년 4월 4일 .. 2024. 5. 6. [문장론] 한문번역에서 빈발하는 앰비규어티와 그 오역 李珥號栗谷 이 문장 주어를 이이로 불것이냐 아니면 이이의 호로 볼것인가? 둘다 가능하다. 어느쪽으로 보건 원의가 훼손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번역은 다음 두 가지 중 전자를 추천한다. 1. 이이는 호가 율곡이다. 2. 이이의 호는 율곡이다. (2013. 2. 18) *** 꼭 한국고전번역원만의 문제라 짚을 순 없지만 작금 한문 번역 행태를 보면 번역원을 필두로 압도적으로 후자, 곧 이이의 호는 율곡이라 번역한다. 단언한다. 모조리 다 깡그리 오역이다. 왜인가? 저런 말은 반드시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라 예컨대 이런식이다. 台植號剡溪...金泉人也. 이 문장은 주어가 태식이다. 다시 말해 태식은 섬계라는 호를 썼고 김천 사람이다 라는 뜻이다. 한데 저걸 김태식의 호는 섬계이며 김천 사람이다고 옮겨버리면 이 문.. 2023. 9. 6. 번역과 반역 번역은 반역이다. 번역은 매양 그 너머를 미지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불경佛經. 우리가 아는 불경은 번역이 누층한 결과물이다. 이른바 원전은 팔리어 아니면 산스크리트어다. 이를 구마라집과 현장 등의 무수한 역경승들의 간난을 거쳐 외국어인 한문으로 태어났다. 이 땅 한반도는 그것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 이해한다. 중역을 넘어 삼역이다. 이런 고통에 불면의 밤을 지새운던 자 중에 일부가 괘나리 봇짐 싸들고 인도로, 인도로 갔다. 거기엔 번역 넘어 오리지널이 있으리란 확신을 안고 말이다. 하지만 그리 애타게 찾은 부처님 목소리는 결국은 내 곁에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한 이가 원효다. 원효는 행복했을까? 죽는 날까지 그는 천축을 바라보며 절규했으리라. 부디 다음 세상엔 개돼지도 좋으니 천축에서.. 2023. 6. 29. 불경 번역, 한문을 바꾸다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약칭 법화경法華經 그 서품序品 제일第一 원문은 아래와 같다. 如是我聞。一時、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與大比丘眾萬二千人俱。皆是阿羅漢,諸漏已盡,無復煩惱,逮得己利,盡諸有結,心得自在。其名曰:阿若憍陳如、摩訶迦葉、優樓頻螺迦葉、伽耶迦葉、那提迦葉、舍利弗、大目犍連、摩訶迦旃延、阿冕樓馱、劫賓那、憍梵波提、離婆多、畢陵伽婆蹉、薄拘羅、摩訶拘絺羅、難陀、孫陀羅難陀、富樓那彌多羅尼子、須菩提、阿難、羅侯羅,如是眾所知識、大阿羅漢等。 이런 불경 번역은 종래 한문에서는 있지도 않은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으니 예컨대 佛住王舍城、耆闍崛山中이라 해서 굳이 中자를 집어 넣었으니 이는 틀림없이 그에 해당하는 팔리어 혹은 산스크리트어에서 그에 해당하는 말을 굳이 옮겨야 한다는 강박의 소산으로 나는 본다. 與大比丘眾萬二千人俱 또한 분절하면 부.. 2023. 5. 1. 이전 1 2 3 4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