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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시36

초여름엔... 한시, 계절의 노래(64) 초여름(初夏) 송(宋) 주숙진(朱淑眞) / 김영문 選譯評 맑은 대 그늘 흔들리며그윽한 창 내리 덮고, 쌍쌍이 노는 철새석양에 지저귀네 해당화도 다 지고버들 솜도 잦아든 때 노곤한 날씨에해는 처음 길어지네 竹搖淸影罩幽窗, 兩兩時禽噪夕陽. 謝却海棠飛盡絮, 困人天氣日初長. 초여름은 아직 봄 여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계절이다. 화사한 봄꽃이 진 자리에는 초록빛 신록이 점차 푸르름을 더해간다. 아직 더위와 장마가 오지 않아 밤에는 다소 한기까지 느껴진다. 이 계절 저녁이면 새로 모낸 논에 개구리 울음이 지천이고, 앞산 뒷산에 소쩍새 울음 또한 온 산천을 가득 채운다. 아직은 천둥 번개도, 폭우도 잦지 않아 저녁 적막이 사람 심신을 정갈하게 다독여준다. 자연의 기틀에 귀 기울이기 좋은 .. 2018. 6. 7.
볏잎 구르는 빗방울 이맘쯤 비가 내리면 아버지는 삽자루 들고는 갓빠 같은 우의 걸치고 논으로 행차했으니, 물을 보고는 물꼬를 텄고 도랑을 팠으니, 물이 넘쳐 나락을 망칠까 해서였다. 그땐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장면이었으나, 갈수록 그 장면이 오버랩한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2) 저물녘 논밭 사이를 거닐며 두 수(暮行田間二首) 중 첫째 송(宋)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뻐꾸기 울음 속에해님 발길 거둘 때 지팡이가 나를 불러서쪽 논둑 가보게 하네 진주 이슬 푸른 벼 잎에도르르 구르다가 잎 끝까지 가지 않고머물러 쉬려 하네 布穀聲中日脚收, 瘦藤叫我看西疇. 露珠走上靑秧葉, 不到梢頭便肯休. 뻐꾸기를 중국에서는 ‘布穀(포곡·bugu뿌꾸)’라고 한다. 우리와 같은 소리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각수(日脚.. 2018. 6. 6.
한밤중까지 계속하는 도리깨질 한시, 계절의 노래(60) 농가(農家) 송(宋) 오림(吳琳) / 김영문 選譯評 들판에 불 피우고보리타작 하는 밭에 고개 드니 북두성 돌고달님 낮게 드리웠네 옛날부터 농촌 살이즐겁다고 말하지만 한 밤중에 잠 못 잘 줄그 누가 알겠는가 野火相連打麥田, 仰看斗轉月低弦. 古來但說農家樂, 夜半誰知未得眠. 옛날에는 망종(芒種) 무렵에 보리를 벴다. 베어낸 보리는 작은 단으로 묶어 지게를 이용해 인근 빈터나 자기 집 마당으로 져날랐다. 거기에 보리를 둥그렇게 차곡차곡 쟁여 쌓아 작은 탑 모양 가리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 보리가 잘 마르면 타작을 했다. 도리깨를 이용하다가 점차 기계 타작으로 바뀌었다. 도리깨는 손잡이 장대 부분과 장대 끝에 꼭지로 연결한 도리깨 열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도리깨질이 .. 2018. 6. 5.
비갠 후 새들의 오케스트라 한시, 계절의 노래(59) 관음사에 묵다 절구 세 수(宿觀音寺三絕) 중 둘째 송(宋) 이지의(李之儀) / 김영문 選譯評 비 갠 틈에 까막까치시끄럽게 울어대고 지빠귀 새 노래에제비 날개 가볍네 꼬꼬 우는 자고새는뻐꾸기를 재촉하고 소쩍소쩍 소쩍새는꾀꼬리를 부르네 烏啼鵲噪趁初晴, 百舌新調燕羽輕. 滑滑竹雞催布穀, 聲聲鶗鴂喚流鶯. 한시에도 새 소리가 나올까? 물론이다. 중국 문학의 비조로 알려진 《시경》을 펼치면 첫머리에서부터 새 소리가 나온다. 「관저(關雎)」 편 “관관저구(關關雎鳩), 재하지주(在河之洲)”의 “관관(關關)”이 바로 “저구(雎鳩)” 새의 울음소리다. “저구” 새가 무슨 새인지는 다소 논란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물수리로 번역하지만, “꽌꽌”하고 우는 울음소리에 비춰보면 가마우지(Phalac.. 2018. 6. 4.
부처님은 샤워를 좋아해 한시, 계절의 노래(39) 4월 8일 절구 세 수[四月八日三絶] 중 둘째 [송(宋)] 유극장(劉克莊) / 김영문 選譯評 아홉 용이 향기로운 물을 토하여아기 부처 씻긴 일은 벌써 천 년 전참된 도는 본바탕에 때가 없는데해마다 씻김을 그치지 않네 九龍吐香水, 茲事已千秋. 道是本無垢, 年年浴未休. (2018.05.22.) 부처님은 고대 인도 카필라국(迦毘羅, Kapilavastu) 슈도다나왕(淨飯王, Śuddhodāna)의 태자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 마야부인(摩耶夫人, Māyā)이 당시 풍습에 따라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으로 가던 도중 룸비니 동산(藍毗尼園)에 이르렀는데, 이 때 산기를 느끼고 무우수(無憂樹, asoka) 가지를 잡자 부처가 모후의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나 그곳에 막 피어난 연꽃 위에 우뚝 .. 2018. 5. 22.
비 온 뒤 우후죽순 같은 벼 한시, 계절의 노래(38) 교외로 나가[出郊] [송(宋)] 공평중(孔平仲) / 김영문 選譯評 밭둑 아래 샘물 졸졸봄비는 맑게 개고 무수한 새 벼 포기일제히 살아났네 한 해의 농사는지금부터 시작되어 서풍이 불어올 때옥 열매 맺으리라 田下泉鳴春雨晴, 新秧無數已齊生. 一年農事從今始, 會見西風玉粒成. (2018.05.21.) 어젯밤과 오늘 아침까지 내린 봄비에 냇물이 넉넉하게 불어났다. 한창 모내기에 바쁜 농촌에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 지금은 거의 기계로 모내기를 하지만 옛날에는 다 손으로 심었다. 이 논둑에서 맞은편 논둑까지 못줄을 길게 치고 농군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어 선다. 대개 오른손잡이가 많으므로 먼저 오른편으로 모를 심어 나가다가 옆 사람이 심어놓은 자리에 닿으면 다시 한 줄 앞으로 나와 반.. 2018.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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