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송시36

절반 핀 꽃을 휘날리는 진눈깨비 한시, 계절의 노래(263) 비와 눈이 섞여 내리다(雨雪雜下) 첫째 [宋] 정해(鄭獬) / 김영문 選譯評 비와 눈이 다투며서걱서걱 뒤섞여서 펄펄펄 자욱하게하늘에서 뿌려진다 북풍은 일부러추운 섣달 기다려 절반만 핀 눈꽃을저렇듯 휘날린다 雨鬪雪聲相雜下, 飄蕭密勢灑空來. 北風有意待寒臘, 只放飛花一半開. 새벽부터 조금씩 내리던 눈이 아침이 지나며 진눈깨비가 되었다. 『시경』에도 벌써 “진눈깨비 펄펄 내리네(雨雪霏霏)”, “진눈깨비 풀풀 날리네(雨雪浮浮)”, “진눈깨비 분분히 뿌리네(雨雪雰雰)”와 같은 표현이 보인다. 진눈깨비는 비도 아니고 눈도 아니다. 비와 눈이 마구 엇섞인 기상 현상이다. 결정이 비교적 굵고 건조한 싸락눈보다 훨씬 을씨년스럽고 궂은 느낌을 준다. 진눈깨비가 내리다가 온도가 더 떨어지면 땅 위.. 2019. 2. 5.
흙소 채찍질하며 불러들이는 봄 한시, 계절의 노래(267) 입춘(立春) [宋] 왕정규(王庭圭) / 김영문 選譯評 몇 만 리 밖에서 동풍이 부는지 눈이 아직 홍매 감싸 꽃 피우지 못하네 문득 흙소 바라보고 해 바뀐지 깜짝 놀라 하늘 끝에 봄볕 처음 다다른 줄 알았다네 東風來從幾萬里, 雪擁江梅未放花. 忽見土牛驚換歲, 始知春色到天涯. 오늘이 입춘이지만 봄은 늘 입춘보다 훨씬 더디 온다. 옛날 중국에서는 입춘에 흙으로 만든 소(土牛)에 채찍질하며 봄이 빨리 오기를 기원했다. 24절기를 태양의 궤도에 근거하여 분류하고 그 기점을 입춘에서 시작한 것은 매우 과학적 입장이지만 그 첫 번째 절기를 ‘입춘(立春)’이라고 명명한 것은 봄을 기다리는 인간의 소망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한다. 몇 만 리 밖에서 불어오는 동풍은 아직 미미하여 홍매 봉우리를 .. 2019. 2. 4.
[宋] 공평중(孔平仲) 조촐한 음주[小酌] 한시, 계절의 노래(240) 조촐한 음주[小酌] [宋] 공평중(孔平仲) / 김영문 選譯評 해지니 산성에저녁 오는데 누런 구름 금방눈발 쏟을 듯 이러매 더더욱술 독 하나 열어 자주 취하며 남은 겨울 보내야지 落日山城晚, 黃雲雪意濃. 更須開一甕, 頻醉送殘冬. 애주가들에게는 모든 게 음주 모티브다. 삼라만상, 희로애락, 인생만사, 사시사철이 전부 술 마실 핑계로 작용한다. 젊은 시절 제법 주당인양 거들먹거리며 돌아다닐 때 이렇게 호언장담하곤 했다. 술에는 네 단계가 있다. 첫째, 청탁불문(淸濁不問)으로 소주든 막걸리든 가리지 않는다. 둘째, 안주불문(按酒不問)으로 안주가 있든 없는 술을 마신다. 셋째, 원근불문(遠近不問)으로 술집이 멀리 있든 가까이 있든 어디든 가서 술을 즐긴다. 넷째, 생사불문(生死不問)으.. 2019. 1. 10.
비취 구름 두르고 비단 병풍 풀어놓은 동백 한시, 계절의 노래(239) 동백(山茶) [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밀납 봉오리 녹색 꽃받침바야흐로 햇살 비쳐 학 정수리 붉은 빛을천 가지 피워내네 눈 개이기 기다려봄소식 깊이 스미니 비취 구름 에둘러서비단 병풍 펼쳐놓네 蠟包綠萼日才烘, 放出千枝鶴頂紅. 待得雪晴春信透, 翠雲圍繞錦屏風. 어느 계절인들 꽃이야 아름답지 않으랴만 무채색 겨울에 피는 동백은 진정 경이롭다는 수식어에 합당하다. 겨울 내내 짙푸른 빛을 유지하는 잎은 송백의 기상을 뛰어넘으며, 단정학(丹頂鶴)의 정수리 같은 붉은 꽃잎은 열정의 장미 빛깔에 뒤지지 않는다. 삭막한 흑백의 계절에 송백의 기상에다 장미의 열정을 더했으니 이보다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으랴? 아직은 매운 삭풍이 천지간을 휘감고 곳곳에 쌓인 눈이 혹한의 기세를.. 2019. 1. 10.
[宋] 왕혁(汪革) <세모 서당(歲暮書堂)> 한시, 계절의 노래(237) 세모 서당(歲暮書堂) [宋] 왕혁(汪革) / 김영문 選譯評 서리 겹겹이 계단에흰 비단 펼치고 바람 사나워 피부에소름 돋네 마음도 씩씩하고눈귀 맑으니 생각도 속됨을따르지 않네 霜重階鋪紈, 風凜肌生粟. 心莊耳目淸, 思慮無由俗. 한시를 읽어보면 대체로 봄 상심(春恨), 여름 우울(夏悶), 가을 시름(秋愁), 겨울 곤궁(冬窮)을 묘사한 작품이 많다. 하나 같이 슬픈 감정이고, 쉽게 말하면 사시사철 앓는 소리다. 중국 현대문학 개창자 후스(胡適)가 이른 경향을 일컬어 ‘병도 없으면서 신음한다(無病呻吟)’고 갈파한 것도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니다. 중당中唐 시대 한유는 자신의 불우한 친구 맹교를 위로하며 “무릇 만물이 그 평정 상태를 잃으면 운다(大凡物不得其平則鳴)”(「송맹동야서(送孟東野.. 2019. 1. 8.
흰옷 입은 선녀가 새로 걸친 옷 납매 한시, 계절의 노래(235) 납매(臘梅) [宋] 정강중(鄭剛中) / 김영문 選譯評 흰옷 입던 선녀가새 옷으로 바꾼 듯 봄에 앞서 은은하게노란색으로 물들였네 교교한 섣달 눈과다투려 하지 않고 고독한 어여쁨을그윽한 향에 덧붙일 뿐 縞衣仙子變新裝, 淺染春前一樣黃. 不肯皎然爭臘雪, 只將孤艶付幽香. 섣달에 피는 매화라 납매(臘梅)라는 이름이 붙었다. 중국 원산이라 당매(唐梅)라고도 부른다. 납(臘)은 납월(臘月) 즉 음력 12월이다. 그러나 개화 시기는 좀 길어서 대개 동짓달에서 정월까지 꽃을 피운다. 색깔은 노란색이며 향기가 진하다. 남쪽에는 납매가 피었거나 곧 필 것이다. 겨울에 피는 꽃이라 매화라는 이름이 붙었으나 소속은 매화와 다르다. 즉 매화는 장미과지만 납매는 납매과에 속한다. 중국에 있을 때 겨울에 .. 2019. 1. 6.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