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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4

1년 전 오늘 쓴 편지는 예이츠를 말했다 줄곧 얘기했지만 나는 한때 영문학도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고 싶었다. 그러면서 그런 티를 제법 냈다. 한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내가 아는 영문학이 없더라. 무얼 읽었냐 봤더니,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됐거나 학부 4년에 어거지로 읽은 제인 에어, 에마, 워더링 하이츠, 더 그레잇 개츠비, 데이지 밀러, 더 로드 오브 더 플라이즈, 하트 오브 다크니스, 그리고 세익스피어 몇 편과 크리스토퍼 말로 희곡 한두 편. 이것이 전부더라. 베오울프야 어차피 번역본 없으면 읽을 수도 없거니와 그 옛날 탐구당에서 나온 김석산? 교수의 영한 대역본으로 겨우 한번 읽었을 뿐이고 캔터베리 테일즈도 30년 전에 한번 통독했을 뿐이다. 이런 내가 낯부끄러워지고, 그러면서 조금은 비참한 생각도 들더라. (2014. 8. 7) ***.. 2023. 8. 7.
봄처럼 따듯한 북풍한설北風寒雪 집에 계신 부모님께 부치는 편지[寄家書] [조선] 이안눌李安訥(1571~1637) 편지에다 살기 고달프다 쓰려다 백발 어버이 근심하실까 두렵네 북녘산에 내린 눈 천길이나 되나 올겨울 봄처럼 따뜻하다 아뢰네 欲作家書說苦辛, 恐敎愁殺白頭親. 陰山積雪深千丈, 却報今冬暖似春 애미 애비한테 살기 힘들다 징징거리는 자식이 때론 부럽기도 하더라. 그 징징거림을 떵떵거림으로 바꿔줄 힘이 부모한테 있을 때다. 이를 우리는 갑질이라 한다. 이하는 기호철 선생이 붙인 평을 정리한 것이다. 참고바란다. 그렇다면 이 시는 절절한 효성을 노래했는가? 이 시는 이안눌이 29살이던 1599년(선조 32)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함경북도 병마평사兵馬評事에 제수되었을 때 지은 시이니, 생부와 양부 모두 별세한 후이고 양모 구씨와 생모.. 2018. 11. 25.
혼을 담아 집에 띄운 편지 한시, 계절의 노래(110) 집으로 편지를 보내며(歸信吟) 당 맹교 / 김영문 選譯評 눈물로 먹 갈아편지 써서 만 리 길 너머가족에게 부친다 편지도 가고내 혼도 가니 우두커니 육신만남고 말았네 淚墨灑爲書, 將寄萬里親. 書去魂亦去, 兀然空一身.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향수에 관한 시를 들라면 거의 정지용의 「향수」를 꼽을 것이다. 향수에 묘사된 근대 이전의 고향 마을은 참으로 정겹고 감동적이다. 고향이 도시인 사람도 정지용의 「향수」를 읽으면 시골에 내 영혼의 고향이 따로 있는 듯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지용의 「향수」보다 더 절실하게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작품을 들라면 주저 없이 이 시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이 시를 쓴 맹교는 두 번 낙방 끝에 46세에야 겨우 진사시에 급제했다. 이 시는 그 무.. 2018. 7. 16.
자꾸 뜯는 편지 가을에 이는 그리움[秋思] 당唐 장적張籍(768~830) 洛陽城裏見秋風 낙양성에 가을 바람 일어나기 시작해 欲作家書意万重 집으로 편지 쓰는데 갖가지 상념 이네 復恐忽忽説不盡 혹시 서두르다 할 말 하지 못했나 싶어 臨行人発又開封 길 떠나는 사람 붙잡고 편지 다시 뜯네 개시끼, 처녀 적에 나타나지 왜 지금? 2018.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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