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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같이 선 왜가리 한시, 계절의 노래(163) 흰 왜가리(白鷺鶿) 당 이백 / 김영문 選譯評 흰 왜가리 가을 물로내려앉는데 외롭게 나는 모습서리와 같네 마음도 여유롭게떠나지 않고 모래톱 가에우뚝 서 있네 白鷺下秋水, 孤飛如墜霜. 心閑且未去, 獨立沙洲傍. 가을 물 가에 우뚝 서 있는 왜가리를 보고 이백이 자신의 모습을 투영했다. 너무나 깨끗하고 고고하다. 이백의 생애를 훑어보면 기실 이런 모습과 꽤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백은 불우한 현실에 맞서 파격적이고 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울분을 표현했다. 그의 울분과 표리를 이루는 일부 시에는 잔잔하면서도 고독한 영혼이 숨어 있다. 여유, 한적, 고독, 비애가 짙게 스며 있는 그의 일부 시는 낭만, 호방, 열정, 환희를 내뿜는 그의 다수 시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독립’이란.. 2018. 9. 3.
꽃향기 모르는 잠자리 한시, 계절의 노래(162) 잠자리(蜻蜓) 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비단으로 재단한 날개가을 서리 흡사하고 물 찍고 낮게 날며들 연못과 연애하네 불현 듯 저 꿀벌은담장 너머 날아가건만 가련하다 잠자리는꽃향기를 모르네 輕綃剪翅約秋霜, 點水低飛戀野塘. 忽趁遊蜂過牆去, 可憐不識百花香. 한 여름 지리산 천왕봉에 올랐을 때 놀라웠던 건 잠자리떼였다. 평지에서는 추수 때나 볼 수 있는 잠자리떼가 천왕봉 하늘 위를 가득 덮고 있었다. 어쩌면 가을 단풍이 점차 높은 산 꼭대기에서 낮은 산비탈로 하산하듯 잠자리떼도 그렇게 우리가 사는 낮은 땅으로 강림하는 듯했다. 아니면 하늘의 뜻을 가을 서리 같이 깨끗한 날개에 싣고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건가? 게다가 잠자리는 낮은 땅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내 더 낮은 물을 .. 2018. 9. 3.
그윽한 악기 연주를 들으며 한시, 계절의 노래(161)*** 「유란」 곡을 듣다(聽幽蘭) 唐 백거이 / 김영문 船譯評 금곡(琴曲) 중 옛 곡조가「유란」 곡인데 나를 위해 은근하게또 연주하네 심신 모두 고요함에젖어들려고 나 자신 솜씨 모자라남 연주 듣네 琴中古曲是幽蘭, 爲我慇勤更弄看. 欲得身心俱靜好, 自彈不及聽人彈.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그대로 직역하면 “그윽한 난초를 듣다(聽幽蘭)”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향기 맡는 걸 “문향(聞香: 향기를 듣다)”이라 하기에 이 시 제목도 언뜻 “그윽한 난초 향기를 맡다”로 이해된다. 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면 「유란(幽蘭)」이 금(琴) 연주곡의 한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유란」은 일명 「의란(猗蘭)」으로도 불리는 아주 오래된 ‘금곡(琴曲)’이다.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다가 깊은 계곡에 핀.. 2018. 9. 3.
그윽한 난초가 꽃을 피우고 한시, 계절의 노래(160) 그윽한 난초꽃(幽蘭花) 둘째 宋 소철(蘇轍) / 김영문 選譯評 그윽한 난초 진중하게꽃 한 줄기 피우니 맑은 향기 미세하게있는 듯 또 없는 듯 향기의 높낮이를비교해 보려고 온갖 꽃들 만발할 때함께 꽃을 피우는 게지 珍重幽蘭開一枝, 淸香耿耿聽猶疑. 定應欲較香高下, 故取群芳競發時. 이 시의 작자 소철은 부친 소순(蘇洵), 형 소식(蘇軾)과 함께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에 속하는 대문장가다. 이 삼부자는 시(詩), 서(書), 사(詞), 문(文)으로 북송 문화계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소철은 형 소식의 명성에 가려진 감이 있지만 그의 섬세한 시와 고아한 문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난초는 사군자 중에서 여름을 대표하는 꽃이지만 이 시는 아마 봄에 지은 듯하다. 향기로운 꽃들(群芳)이 다.. 2018. 9. 3.
대문 닫고 하는 마음 수양 한시, 계절의 노래(159) 절구(絶句) 스물다섯 째 당 여암(呂巖) / 김영문 選譯評 은자라 할 일 없다말하지 말라 한적함 속 모든 것이고요한 공부 대문 닫고 맑은 낮에독서 끝내고 바닥 쓸고 해질 녘까지향불 피우네 莫道幽人一事無, 閑中盡有靜工夫. 閉門淸晝讀書罷, 掃地焚香到日晡. 현대 사회에서는 꿈꾸기 힘들지만 나에게 은자(隱者)의 삶이 주어지면 어떻게 살까? 우선 며칠 모자라는 잠을 실컷 자고, 또 다시 며칠은 그냥 멍 때리기로 일관하고, 그리고 며칠은 평소에 시간이 없어서 하지 못한 취미생활에 매진해본다. 이어서 책도 보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뒷산에도 올라가보고, 계곡 물에 발도 담가본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을 터이다. 그렇게 일 년을 보냈다고 하자. 그 다음에는.. 2018. 9. 3.
바람에 소리내는 현악기 한시, 계절의 노래(158) 금(琴)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구부정한 탁상 위에금(琴)을 얹고서 게으르게 앉았지만유정한 마음 무엇하러 번거롭게손으로 타나 바람이 현에 스쳐소리 나는데 置琴曲几上, 慵坐但含情. 何煩故揮弄, 風弦自有聲. 금(琴)은 흔히 거문고로 번역하지만 전혀 다른 악기다. 금(琴)은 중국 악기로 줄이 일곱이고, 거문고는 고구려 왕산악이 만든 우리 악기로 줄이 여섯이다. 금(琴)은 손으로 줄을 퉁겨서 소리를 내고, 거문고는 술대로 켜서 소리를 낸다. 하지만 자연의 소리를 좋아하는 선비들은 풍현(風弦)이나 소금(素琴)으로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 풍현은 바람 부는 곳에 금(琴)을 놓아두고 바람이 현(弦)을 스치며 내는 소리를 감상하는 것이다. 소금(素琴)은 무현금(無絃琴)이다. 줄이 없이 .. 2018. 9. 3.
백낙천 폄적 소식에 원진이 부치는 시 한시, 계절의 노래(157) 낙천이 강주사마로 폄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聞樂天授江州司馬) 당 원진(元稹) / 김영문 選譯評 잔약한 등불 불꽃도 없이그림자만 너울너울 이 밤에 듣는 그대 소문강주로 폄적됐다네 죽도록 아픈 중에깜짝 놀라 일어나니 어둔 바람에 날리는 비추운 창으로 들이치네 殘燈無焰影幢幢, 此夕聞君謫九江. 垂死病中驚坐起, 暗風吹雨入寒窗. 중당(中唐) 시기 원·백(元·白)으로 병칭된 두 시인이 있었다. 바로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다. 두 사람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감을 일깨우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보듬기 위해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했다. ‘악부’란 ‘악부시(樂府詩)’의 준말로 한나라 민요를 가리킨다. 이는 백성의 온갖 애환을 반영한 악부시의 전통을 계승.. 2018. 9. 2.
창덕궁이 자연과의 조화? 창덕궁을 선전하는 문구 중에 빠지지 않는 말이 자연과의 조화다. 이 논리를 유네스코까지 들이밀어 그것이 세계유산에까지 등재되는 큰 발판이 되었다. 예서 자연은 노자(老子)의 그것보다 양놈들이 말하는 nature에 가깝다고 나는 본다. 그 영문 등재신청서와 그 영문 등재목록을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로대 틀림없이 그리 되어 있을 것으로 본다. 한데 예서 주의할 것은 자연과의 조화 실체가 무엇이냐는 거다. 이는 말할 것도 없이 궁 전체와 그것을 구성하는 개별 건축물들의 레이아웃 혹은 디자인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것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서 무엇과 다른가 하는 고민을 유발한다. 첫째, 동시대 혹은 같은 한반도 문화권에서 여타 궁과 다르다는 뜻이니 예컨대 조선왕조 법궁인 경복궁과 다르다고 한다. 둘째, 같은 .. 2018. 9. 2.
외신은 왜 손흥민 금메달을 긴급기사로 처리했는가? 1일 아시안게임 한국과 일본간 축구결승전 그 경기 결과에 세계 유수 언론사들이 무슨 관심이 있겠는가? 하지만 연장 혈투 끝에 2-1로 한국이 이기고 금메달을 획득하자 로이터, AP와 더불어 세계 3대 통신사 중 하나로 꼽히는 프랑스 기반 AFP 통신사는 이 사실을 푸른 글씨 FLASH로 표시하며 보도했다. 붉은 글씨로 전하는 소식은 URGENT라 우리 언론계 용어로는 긴급기사라고 하는 것이다. 어전트는 정말로 긴급한 상황에 쓰는 기사라, 예컨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든가 남북정상회담 개최 같은 경우에 쓴다. 플래시는 그보다 한 단계 낮지만, 역시 긴급으로 분류할 만한 소식에 쓴다. 한데 23:06에 AFP는 한국이 이긴 일을 저 캡쳐에서 보듯이 ' Son Heung-min wins Asian gol.. 2018. 9. 2.
열불 in a pine tree 2018. 9. 1.
산 사람을 죽었다 한 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자기 이름을 내걸고 자기 책을 낸 사람이 자기 원고를 보지 않았음이니, 이는 우롱이요 사기다. 헛되게 쌓은 이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신호탄이다. 뭐, 그걸 보호하겠답시며, 저자보다 위대한 출판사는 말도 되지 않는 변명을 일삼는다. 그 변명, 기록으로 남기고자 그대로 인용하고 그대로 써 줬다. 왜? 그래야 어처구니 없는 우롱이 후세에 전하는 까닭이다. 도서출판 창비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 '산사편'을 냈다가 부랴부랴 회수하는 소동을 겪었으니, 지금도 멀쩡히 활동하는 미술사학자 강우방(77)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을 죽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이런 소문을 접한 나는 우선 강우방 선생한테 직접 전화를 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 2018. 9. 1.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3) 여왕의 눈물겨운 종자투쟁 아래 원고는 2010년 11월 6일 가브리엘관 109호에서 한국고대사탐구학회가 '필사본 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주제로 개최한 그해 추계학술대회에 '욕망의 변주곡, 《화랑세기》'라는 제목을 발표한 글이며, 그해 이 학회 기관지인 《한국고대사탐구》 제6집에는 '‘世紀의 발견’, 『花郞世紀』'라는 제목으로 투고됐다. 이번에 순차로 연재하는 글은 개중에서도 학회 발표문을 토대로 하되, 오타를 바로잡거나 한자어를 한글병용으로 하는 수준에서 손봤음을 밝힌다. 농촌 출신인 나에게 종묘(種苗)라는 말은 익숙하다. 곡물 종자라는 뜻이다. 이 種苗가 좋아야 곡물 소출이 좋을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종자(種子) 혹은 種苗가 좋다 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더불어 우리는 사람을 지칭해서도 種子를 운운.. 2018. 8. 31.
정재숙 문화재청장 임명에 부쳐 문화재청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난지는 좀 되었다. 그에 이런저런 이름이 들락거렸다. 누가 후보자였는데, 이를 위한 신원조회 동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말도 여러 번 들렸다. 그래서 후임자 물색에 애를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더랬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문화재청 역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춤을 추어댔다. 이 과정에서 종래에는 없던 트라우마 하나가 더 추가됐다. 여성 청장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1호 청장 변영섭과 2호 청장 나선화는 사고뭉치였다.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문화재청 역사상 제1호, 제2호 청장이기도 한 그들이 여성이었기에 그랬겠냐마는 이 시대 문화재청은 유난히도 문제가 많은 탓에서 청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긴 점도 .. 2018. 8. 30.
재주는 곰이 부리고... 蠶婦(잠부) : 누에 치는 아낙네 홍승직 譯解 昨日入城市(작일입성시) 어제 시내 갔다가歸來淚滿巾(귀래루만건) 귀갓길 수건에 눈물 펑펑遍身羅綺者(편신라기자) 머리에서 발끝까지 비단옷 걸치신 분들不是養蠶人(불시양잠인) 누에 키운 사람 아니었네 종업원 많이 고용하고 크게 사업하는 분이라면 꼭 알아두었으면 하는 시이다. 특급 호텔 종업원은 (직원 무료 숙박권 이런 거 말고) 월급 받아서 그 특급호텔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대우해주고, 명품 가방 생산 공장 직원은 (명절 선물 이런 거 말고) 월급으로 그 가방 살 수 있을 만큼 대우해주고... 이런 것을 경영 목표로 삼는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 한국에서는 작자 미상의 고시(古詩)로 유통되는데, 중국에서는 송나라 시인 장유(張兪)의 작품으로 유통된다.- 판본에 따.. 2018. 8. 28.
백거이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대림사 복사꽃[大林寺桃花]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譯 인간 세상 4월이라 온갖 꽃 다 졌는데 산사 복사꽃은 비로소 흐드러지네 떠난 봄날 찾지 못해 길게 탄식했더니 이곳으로 돌아든 줄 내 일찍 몰랐다네 人間四月芳菲盡 山寺桃花始盛開 長恨春歸無覓處 不知轉入此中來 *** (台植補) *** 이 시는 백거이白居易가 46세 때인 원화元和 12년, 서기 817년 초여름 4월에 지금의 강소성 구강九江에 소재하는 강주江州에서 강주사마江州司马로 근무하면서 노산庐山이라는 산상에 있는 명승 사찰인 대림사大林寺라는 곳에 올라 마주한 풍물을 즉흥시로 읊은 7수 중 하나로 절창으로 통한다. 이때면 이미 봄꽃은 다 지고 없을 때지만, 이곳은 산상이라 이때서야 이곳에서는 복사꽃이 피기 시작했으니 그에 격발한 것이다. 이 시에 얽힌 .. 2018. 8. 27.
내가 겪은 카투사KATUSA와 JSA의 추억 지금은 폐쇄된 우리 공장 연합뉴스 내 블로그에 2005년 08월 01일 21시 32분 26초에 같은 제목으로 게재한 잡글인데, 당시 글 오타와 문맥상 문제가 있는 조사 정도 바로잡는 수준에서 전재한다. 당시 글을 전재하는 까닭은 그래야만 당시 내가 이 글을 올린 사정과 부합하는 대목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1987년, 18년 전 얘기다. 당시 시위현장에서 단연 유행하던 구호는 1. 호헌철폐 2. 독재타도 이 두 가지였다. 이 외에 또 하나 익숙한 것이 양키 고우 호움! 이었다. 대학가 사회에서 이 양키에 대해서는 묘한 구석이 있다. 그 묘한 구석에서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그 묘한 구석이 군대(MILITARY SERVICE)로 옮겨갈 요량이면 특히 그랬다. 미국에 대한 끝 모를 증오. 그러면서도 그 그.. 2018. 8. 27.
영어 번역이 안 되어서일까 번역할 글이 없어서일까? 소위 말하는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한국 혹은 한국문화가 국제사회에서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흔히 영어 번역 문제를 들기도 한다. 이들에 의하면, 국내 학자들의 연구가 영어로 번역되고,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서 국제사회가 한국과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길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가장 자주 나오는 데 중 하나가 역사학이다. 특히 동북공정이니 독도영유권 문제니 하는 역사 관련 국제분쟁이 나올 적마다, 이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은 국내 학자들의 연구가 제대로 국제사회에 번역되고 소개되었더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거나, 혹은 그런 논쟁이 제기되어도 우리가 국제사회를 향해 제목소리를 내는 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 2018. 8. 27.
KTX가 앗아간 출장의 추억 지금은 폐쇄한 과거 우리 공장 연합뉴스 내 블로그에 2008년 07월 25일 08시 42분 30초에 게재한 글이다. 당시 언론문화 한 켠을 그런대로 증언한다고 생각해 전재한다. 내가 이동하는 거리, 그 장단(長短)을 판별하는 기준은 세 시간이다. 이보다 길면 長이요, 짧으면 短이다. 이 세 시간이란 거리는 내 고향 김천과 지금 내가 사는 서울을 가는 거리다. 가끔 새마을호를 이용하긴 했으나, 대체로 이용한 통일호가 걸리는 시간이 세 시간이요, 자동차로 이동할 때도 한남대교와 김천 톨게이트 간 걸리는 시간도 대체로 세 시간이었다. 세 시간이 너무 길다 했더니, 당시에는 김천 보다 더 아래 사는 대구나 부산 쪽 친구들이 뭐가 기냐고 따지곤 했던 기억이 있다. 어제 전남 나주를 다녀왔다. 나주 복암리 고분군 .. 2018. 8. 27.
궂은비[음우陰雨] by [당] 백거이 한시, 계절의 노래(156) 궂은비[陰雨] [당]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잎과 가지 젖어들어 사방에 물기 스미는데 짙은 구름 오고가며 그 기세 얼마나 긴가 드넓은 천지 간에 맑은 바람 가득하여 가뭄 구한 공로 높고 더위도 시원해지네 潤葉濡枝浹四方, 濃雲來去勢何長. 曠然寰宇淸風滿, 救旱功高暑氣凉. 가을장마가 시작되는 시절이다. 뜨거운 여름에 북쪽으로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 고기압이 입추와 처서가 지나면서 힘이 줄어 다시 한반도 상공에서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나 오츠크해 고기압과 장마전선을 형성한다. 6월 여름장마처럼 길지는 않지만 비오는 날이 잦아진다. 하지만 근래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을장마도 여름장마 못지않게 장기간 폭우를 쏟아붓기도 한다. 게다가 이 환절기에는 기압 배치가 매우 불안.. 2018. 8. 26.
앵무조개 껍질에 사는 삶 한시, 계절의 노래(155) 지무선의 연사정(支茂先烟蓑亭) 송 누약(樓鑰) / 김영문 選譯評 인생이란 여관 살이풍파에 시달리니 앵무조개 껍질 속에사는 거나 진배 없네 달 밝고 강은 비어할 일 하나 없음에 낚시 도롱이 또 다시만들 필요 없겠네 人生逆旅困風波, 大似寄居鸚鵡螺. 月白江空無一事, 不須更作釣魚蓑. 가수 최희준이 세상을 떠났다. 그의 히트곡 「하숙생」은 국민 애창곡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숙생」이 1966년에 발표되었으므로 벌써 반 세기가 지난 노래지만 아직도 노래방이나 회식 자리에서 꾸준히 불리고 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인생은 벌거숭이/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가” 뉘라서 이 엄연한 생(生)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있으랴? 이백도 「.. 2018. 8. 26.
기자와 공무원 이거 많이 다르다. 하지만 다름을 넘어 때로는 경멸 혹은 무시로 치닫기도 하거니와, 이는 대체로 기자를 바라보는 공무원들한테서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흔히 공무원이 하는 말이 "기자들은 사람 볼 줄 모른다"는 것이다. 언젠가 문화재청 퇴직·퇴물 공무원 두어 사람과 나를 포함해 이 업계 시니어급 기자 몇 명이 저녁 자리를 한 적이 있다. 한 퇴직 공무원이 이런 말을 했다. "기자들이 어떤 공무원을 가리켜 저 사람 괜찮다. 참 열심히 한다 그런 말 하지만, 우리 정부미들은 그런 말에 아무 말 안 하는 때가 있다. 그건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들이 보는 공무원이랑, 우리가 내부에서 보는 공무원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가? 나는 두 가지 상반하는 시각 중 어느 하나가 옳고 그르다는..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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