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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3

생몰년을 복원한 장영실, 믿을 만은 한가? 논문이 하나 나왔습니다. 작년에 고궁박물관에서 한 특별전 에 현판 하나가 나왔더랬습니다. 다들 아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치고 저도 거의 그럴 뻔 했는데, 무심코 읽어보니 으잉? 그 유명한 최민식....이 아니고 장영실蔣英實이 등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뿐이면 모르겠는데 장영실의 자, 생년, 본관까지 등장하는 겁니다. 조선 초기의 과학기술자로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그 장영실의 인적사항에 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게 거의 없었는데 말이죠. 이거 놀랍다 싶어서 고궁박물관 관계자께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돌아와 글을 써보기 시작했고요. 이건 보도자료를 뿌려야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는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성급하게 이야기할 것은 또 아니었습니다. 이 현판이 과연 믿을만 한 자료인가.. 2023. 12. 15.
소가 뿔을 갈던 봉덕사종, 매월당 김시습이 증언하는 15세기 성덕대왕신종 매월당 김시습이 증언하기를 봉덕사 터에 나뒹굴던 이 종에 소들이 뿔을 간다고 했다. 문제의 시는 다음과 같다. 박씨와 석씨 이미 사라지고 二姓旣已沒。 김씨가 바야흐로 임금 되었네 金氏方主張。 끄트머리 23대째 末葉卄三代。 묵호자가 서방에서 왔다네 墨胡來西方。 인연과 화복의 이야기로 因緣禍福說。 법흥왕을 뵙고자 하였다네 求謁法興王。 ... 그 뒤 혜공왕께서 厥後惠恭王。 동천 옆에 절을 지으셨네 營寺東川傍。 절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되고 招提久莫量。 종은 크기가 노 장공의 것을 넘었네 鍾大逾魯莊。 어찌 조귀의 간언이 없었는지 豈無曹劌諫。 다만 천당과 연 맺었다 기뻐했네 只緣喜天堂。 절은 망해 모래와 자갈에 묻히고 寺廢沒沙礫。 이 물건은 잡초덤불에 맡겨졌네 此物委榛荒。 주나라 석고가 그랬다던가 恰似周石鼓.. 2023. 12. 2.
대구 경상감영공원 여기를 거쳐간 경상도관찰사가 무릇 기하幾何랴만, 지금 내 머릿속에는 딱 둘만이 떠오른다. 하나는 산천초목이 떨었다는 어사 박문수요, 다른 하나는 관찰사 아버지를 따라 왔던 명필 김정희다. 여기에 자취 하나 남기지 않은 그들만이 떠오르고 저 두툼한 비석의 주인공들은 비를 보고서야 아 이 사람이 왔었구나 싶은 걸 보면, 과연 역사의 평가는 어떤 비석이나 마애명보다 깊게 새겨진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2023. 12. 2.
골동서화 자랑에 여념없는 박영철 1. 여러가지 의미로다가 꽤 유~명한 사람의 시집을 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꽤 재미있었다. 당대 이름난 정치가, 실업가, 관료, 학자들이 이 사람과 한시를 주고받으며 하하호호 하는 정황이 그려져서 말이다. 시 수준이 아주 높다거나 현학적이라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그게 이 사람의 한계 또는 특징이라고 봐야 맞겠다. 2. 그런데 이 사람의 취미 중 하나가 바로 골동서화 수집이었다. 워낙 부자였으니 당연했겠지만 그의 소장품은 규모와 품질이 높기로도 이름났었다. 그런 면모를 자랑하고 싶어 근질근질했던지 이 시집 안에도 관련된 내용이 적지 않다. 그는 높으신 분이었지만 틈나는 대로 서예가, 화가들을 불러 술 대접하면서 글과 그림을 받고 자랑하듯 시를 짓곤 했던 듯 하다. 한편으로는 자기 컬렉션을 소재로도.. 2023. 11. 30.
파발 봉수를 퇴출한 전보 왕국, 138년 만에 막 내린다 조선 말 이 땅에 전보가 들어왔을 때 모습을 상상해서 그려봤습니다. 띠띠 띠띠띠 뭘 누르기만 하면 저 멀리서 내용을 읽을 수 있다니 얼마나 놀라웠을까요. 20세기도 아니고 1890년대, 모스 부호 발명부터 불과 50년 만에 한글 모스 부호를 만들었단 사실이 지금은 더 놀랍죠. *** Editor's note *** 위급한 소식이나 축하를 전할 때 한때 애용한 통신수단 전보電報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단다. 그 대체물이 많은 요새 버텨낼 재간은 없었으리라. KT가 하던 ‘115 전보’ 서비스가 2023년 12월 15일부로 끝난다. 전보는 1885년 9월 28일 한성과 인천간 최초의 전신시설이 개통하면서 이 땅에 상륙했다. 운영은 한성전보총국. 이후 한성~신의주, 한성~부산, 한성~원산 간 전국망이 잇따라 선보.. 2023. 11. 23.
처음 찍은 게 맞다 북송의 성리학자 정호가 어느 날 창고에 앉아 있었는데, 심심풀이로 뒤채 행랑의 기둥 수를 세어 두었다. 그런데 다시 세어보니 맞지 않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을 불러다 소리내가며 세게 했더니 처음 센 게 맞았다. 이에 정호는 '집착할수록 안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시험 칠 때 처음 찍은 게 맞는다는 것을 900여년 전에 알아차리신 위대한 명도 선생이시여. #시험 #겐또 #찍기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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