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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2

[탐라국통신] 정낭 제주에는 '정낭'이란 게 있습니다. 옛날 제주는 집이나 밭 입구에 대문 대신 이걸 만들어뒀는데, 여기 걸친 나무 막대기 개수로 주인의 출타 여부를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23. 10. 4.
국립공주박물관, 1500년 전 백제 무령왕의 장례 "또 무령왕이야?"라고 하실지도 모릅니다. 국립공주박물관 상설 전시공간의 절반가량이 이미 무령왕과 웅진시대 백제에 헌정되어있고, 무령왕을 주제로 한 전시만도 여러 차례였기 때문이죠. 지겨워하실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같은 그림이라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같은 사람이라도 보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법. 이 전시도 그렇게 "조금 다른 시선"으로 무령왕릉 출토품을 조망하게끔 해줍니다. 왕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다루는 산 자들의 움직임을 이보다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곳도 흔치는 않을 겁니다. 유물의 아름다움은 둘째 문제고요. 여기 소개되어있지는 않지만, 능의 조성과 부장품의 선정 같은 문제에 얼마나 많은 물밑 작업이 있었을 것이며 어떤 눈치싸움, 파워게임이 있었을 것인가... 상상.. 2023. 10. 3.
보령 영보정永保亭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예부터 경치 좋은 곳에는 셋 중 하나가 들어서게 마련이다. 절, 정자, 군사시설. 이곳은 그중 둘이 한꺼번에 들어선 곳이다. 충청도수군절도사忠淸道水軍節度使가 머무르던 수영水營의 망루이자 정자가 이 영보정永保亭이었다. 그런 만큼 경치로는 조선 제일을 다툰다고 하는 곳이라 한다. 읍취헌挹翠軒 박은朴誾(1479~1504), 동악東岳 이안눌李安訥(1571~1637),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 같은 당대 명사들이 제시와 기문을 지어 붙였고, 규남圭南 하백원河百源(1781~1844)이라는 분은 아예 그림을 그려 여기서 노닐던 때를 회상했다. 그 그림에 거북선이 있어 한때 뉴스를 달구기도 했다. 하지만 무정한 세월은 수군절도사영水軍節度使營도 영보정도 모두 스러뜨렸다. 판옥선에 거북선이 그득했을 항구 .. 2023. 10. 2.
보령서 만난 동농 김가진 충청수사가 집무하던 건물 이름이 공해관控海館이었다고 한다. 용케 그 편액이 남았는데, 동농東農 김가진金嘉鎭(1846~1922) 글씨다. 조선 말 관료이자 독립운동가로 유명한 그지만, 글씨에도 일가견이 있던 분이었다. 원교圓嶠 이광사李匡師(1705~1777)를 사숙했다는 그의 글씨는 날렵하고 획의 움직임이 빠르다. 글자획의 굵기가 가는 편인데 그렇다고 파리하다거나 야윈 인상은 아니다. 창덕궁 후원 정자 편액 상당수가 그의 작품이라고 하고, 독립문의 한자와 한글 편액을 썼다는 설도 전해질 만큼 동농은 당대 명필로 이름이 높았다(독립문 글씨는 이완용 작품이란 설이 강하기는 하나). 그래서인지 족자나 병풍 같은 작품이 제법 많이 전해진다. 현판이나 석각 글씨는 굵게 쓰기 때문에 그 개성이 덜하기는 하지만, 이 .. 2023. 10. 2.
한가위 보름달, 이태백 달 vs. my 달 今人不見古時月 지금 사람은 옛 시절 달을 못 보았으나 今月曾經照古人 지금 달은 일찍이 옛 사람을 비췄다네 - 이백, 중에서 2023. 9. 30.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고려도기전을 보고 어떻게 보면 엄청 노잼일 수 있는 주제이다. 별로 반짝이지도 않고 예쁘지도 않은 그릇을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준비하는 과정이 아주 난해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한 꺼풀만 들어가고 살짝 뒤집어보면 이렇게 과감한 전시를 펼쳐볼 수도 있는 주제이다. 또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얼마나 많은가. 그냥 묻힐 수도 있을 고려의 생활 '썰'이 훌륭한 전기수를 만나 여기서 이렇게 풀렸다. 참 흥미롭게 보았고 또 보고 싶은데 언제 또 갈 수 있을는지. 이런 전시를 구상할 수 있는 학예연구사가 대단하고, 이런 전시를 허락해 주신 분들이 계신 이곳이 퍽 부럽다. 2023.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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