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探古의 일필휘지442

백운거사 취와도 2023. 9. 24.
청탄聽灘을 만나러 갔다가 우영우를 생각하다 지금은 어지간한 배들이 사라봉 아래 제주항으로 드나듭니다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제주에서 육지로 나가는 포구로는 화북과 조천 두 군데가 유명했습니다. 부임하는 목사나 귀양온 유배객도 화북 아니면 조천으로 들어오곤 하였지요. 그 중 제주목과 좀 더 가까운 곳이 바로 화북포구였습니다. 그곳 근처에 근대 제주 제일의 풍류객으로 꼽혔던 서가이자 전각가 청탄 김광추金光秋(1905-1983) 선생이 살았던 집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아드님 이름을 따 '김석윤 가옥'이라 불리는 곳, 모처럼 나온 김에 한번 들러나보자 싶어 찾아갔습니다. 문이 잠겨있어 들어가진 못했는데, 선생이 조풍각潮風閣이라 이름짓고 아꼈다는 집이 슬슬 시간에 함락당하는 것 같아 좀 아쉽더군요. 집을 둘러싼 돌담을 한 반 바퀴쯤 돌았을까, 높직한 축.. 2023. 9. 19.
바다서 건진 고려 꿀항아리와 이기붕의 씨날코 마도 앞바다에서 건진 고려자기, 도기 중에는 글씨를 쓴 나무쪽(목간木簡)을 목에 건 채 나온 것이 많습니다. 읽어보면 '대장군大將軍 아무개 댁에 보내는 꿀 한 항아리' '중방重房 누구 집에 보내는 조개젓 한 항아리' 같은 문구들입니다. 13세기의 택배 송장이나 꼬리표라고 해야 할 것들입니다. 발굴보고서나 논문에서 이런 목간을 볼 때마다 저는 라는 책이 떠오르곤 합니다. 1959년, 이기붕李起鵬이라는 인물의 집에 드나들었던 이들의 명부(D일보사 소장)를 토대로 당시의 생활문화사와 정치심리학(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지 모르나)을 짚어본 작품이지요. 이기붕은 자유당 정권의 2인자였던 거물 정치가로, 그의 집은 서대문 4.19 혁명기념도서관 자리에 있었습니다. 속칭 '서대문 경무대'였죠. 명부에 따르면 서대문 .. 2023. 9. 17.
고주망태 백운거사 이규보로 소환하는 고려도기전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에서 고려도기전高麗陶器展을 하는데 백운거사께서도 도앵陶罌에 담긴 박주薄酒를 질그릇 잔에 부어 자셨을 테니 전시 하는 김에 한 잔! 기왕 백운거사를 그린 거, 아마 그 분이라면 술을 빚어 그득 담아놓은 질항아리를 적어도 하나 이상은 갖춰두고 있었을 것이다. *** Editor's Note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작금 고려도기 전을 개최 중이거니와 한국사를 대표하는 고주망태 백운거사 이규보 모델로 내세운 마케팅이 있다. 이제 문화재 전시도 판에 박힌 유물 지상주의 탈피할 때가 되지 않았겠는가? 이규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특별전 하나 기획해 봄이 어떻겠는가? 2023. 9. 16.
1946년 10월 9일, 미국에 부친 빈 봉투 해방되고 1년 하고도 한 달 조금 더 지난 1946년 10월 9일은 한글날이었다. 그것도 그냥 한글날이 아니라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서 반포한 지 500주년이 되는 한글날이었다. 당시 미군정 편수국장으로 한국 어문정책을 주도했던 이가 "한글이 목숨"이란 말을 남긴 외솔 최현배(1894-1970)였다. 그러니 이런 날을 그냥 지나칠 수 있었을까. 이에 미군정 당국은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그에 걸맞는 소인을 만들었다. 한글자모 스물넉자와 별을 쓴 종이가 펼쳐진 도안이었다. 꽤 많은 양을 발행했던지 이 우표는 그리 비싸진 않다. 미사용 전지도 돌아다니고, 소인 찍힌 것도 만원 내외면 살 수 있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지만 이 봉투지는 퍽 재미있는 사연을 품고 있어 일부러 구해보았다. 왼쪽 아래 필기체 영어를.. 2023. 9. 14.
바로 죽으면 태평성대, 백제 혜왕은 산송장? 혜왕 때는 별 일이 없으셨던가 ***Editor's Note *** 백제 28대 혜왕惠王에 대한 삼국사기 백제본기 기술은 딱 저게 다다. 惠王諱季, 明王第二子, 昌王薨即位 二年王薨, 諡曰惠 혜왕은 이름이 계季다. 명왕(명농왕, 성왕) 둘째아들이다. 창왕이 훙하자 즉위했다. 2년, 왕이 훙하니 시호를 혜라 했다. 혜왕은 누구다. 이듬해 죽었다. 끝! 바로 죽으면 태평성대다. 왜? 적을 사건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27대 위덕왕威德王, 생전에는 창왕昌王으로 일컫던 이의 동생으로 왕위를 이었으니 그 형 재위 기간이 554~598년으로 거의 반세기에 달함을 볼 때, 즉위 당시에 이미 고령이었을 것이다. 백제로서는 산송장을 갖다 놓은 셈인데, 옹립 냄새가 난다. 옹립이란 꿔다논 보릿자루라는 뜻이다. 2023.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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