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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556

어둠에 기대어 목숨 부지하는 박쥐 한시, 계절의 노래(33) 산중 절구 다섯 수[山中五絶句] 중 동굴 속 박쥐[洞中蝙蝠]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評 천 살 먹은 쥐가흰 박쥐로 변하여 어두운 굴에 깊이 숨어그물망을 피하네 해침 피해 몸 지킴은실로 계책 얻었으나 한 평생 캄캄한 삶또 어떻게 하려는지 千年鼠化白蝙蝠, 黑洞深藏避網羅. 遠害全身誠得計, 一生幽暗又如何. (2018.05.17.) 중국에서 박쥐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쌍관어(雙關語)와 관련된 의미다. 고대 중국 민요나 시문에서는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로 특정 의미를 담았는데 이를 쌍관어라 한다. 예를 들면 ‘비(碑)’로 ‘비(悲, 슬퍼하다)’를, ‘사(絲)’로 ‘사(思, 생각하다)’를, ‘연(蓮)’으로 ‘연(戀, 그리워하다)’을 의미하는 사례가 그것이.. 2018. 5. 18.
초여름 매실 한시, 계절의 노래(32) 초여름[初夏] 세 수 중 첫째 [송(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붉은 꽃 거의 져서나비 드물고 쏴 쏴 비바람이봄날 보내네 녹음은 우거져도보는 이 없고 부드러운 가지 끝에매실 열렸네 芳歇紅稀蝶懶來, 瀟瀟風雨送春回, 綠陰如許無人看, 軟玉枝頭已有梅. 봄이라 만발한 꽃잔치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다. 그런 꽃이 다 질 무렵, 꽃 중에서도 개화시기가 가장 빠른 매화는 벌써 매실로 바뀌었다. 그렇게 계절은 바뀌어 벌써 초여름 들어서는 문턱이다. 떨어지기 싫어서인가? 아님 따지기 싫어서일까? 매실 역시 초록으로 같은 초록 이파리와 밑에 살포시 숨었다. (2018.05.16.) 백일홍처럼 석 달 열흘 동안 꽃을 피우는 꽃나무도 있지만, 대개 봄꽃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시들기 마련이다... 2018. 5. 17.
파초에서 일깨우는 앎 한시, 계절의 노래(31) 파초(芭蕉) [송(宋)] 장재(張載) / 김영문 選譯評 파초 심이 다 자라자새 가지가 나오는데 새로 말린 새 심이남몰래 뒤따르네 새 심으로 새 덕 기름을배우고 싶나니 이어 나온 새 잎이새 앎을 깨우치네 芭蕉心盡展新枝, 新卷新心暗已隨. 願學新心養新德, 旋隨新葉起新知. 첨부하는 사진은 현재 심사정의 '패초추묘(敗蕉秋描)'라는 그림이거니와, 간송미술관 소장품이다. 제목을 풀면 파초를 짓이기는 가을 고양이라는 뜻이거니와, 다만, 이 제목을 심사정 자신이 붙였을 듯하지는 않은데 이에 대한 질정을 갈망한다. (2018.05.15.) ‘새로움(新)’은 가슴 설레는 말이다. 새해, 새봄, 새길, 새옷, 새신, 새집, 새책, 신생아, 신입, 신진, 신부, 신랑, 신규, 신록, 신설, 신예, 혁.. 2018. 5. 17.
장미여, 내 너를 마누라로 대신하리라 한시, 계절의 노래(30) 새로 장미를 심고 끄적이다[戱題新栽薔薇] [당(唐)] 백거이(白居易, 772~846) / 김영문 選譯評 뿌리 옮겨 땅 바꾸니시들지 말기를 야외 뜰 앞에봄 한 그루 심는다 아내 없는 고을살이적막한 봄날에 꽃이 피면 장차 너를부인으로 삼으리 移根易地莫憔悴, 野外庭前一種春. 少府無妻春寂寞, 花開將爾當夫人. (2018.05.14.) 꽃을 아내로 삼은 사람은 백거이에 그치지 않는다. 북송 유명한 시인 임포(林逋)는 항주 서호(西湖) 고산(孤山)에 은거하여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자연과 더불어 생을 마쳤다. 그는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았다[梅妻鶴子]. 그야말로 매화와 결혼하여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바람을 피우지 않았으므로 평실상부하게 매화.. 2018. 5. 15.
나뭇가지 문 까치 한시, 계절의 노래(29) 뜰 나무[庭樹] [송(宋)] 허비(許棐, ?~1249) / 김영문 選譯評 올해 뜰 나무에꽃이 드문 건 책에 빠져 돌보지못했기 때문 어디서 둥지 짓나저 까치 한 쌍 마른 몇 가지 꺾으러날아오누나 今年庭樹著花稀, 因是耽書失事治. 何處結巢雙喜鵲, 却來刪得幾枯枝. (2018.05.13.) 꽃나무를 가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아파트 거주자라 꽃나무를 기를 마당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작은 베란다에 화분을 두고 꽃나무 몇 그루를 기른다. 가장 오래 된 것은 이른 봄에 화사한 꽃을 피우는 영산홍이다. 거의 15년은 된 듯하다. 대구 아파트에 살 때 팔공산 입구 화훼단지에서 분양해서 이곳 곤산(崑山) 아래로 이사올 때도 모셔 왔다. 단 한 번 꽃을 피우지 않은 적이 있지만 매.. 2018. 5. 15.
달뜬 밤에 꽃잎은 바람에 날려들고 한시, 계절의 노래(27) 봄밤[春夜] [당(唐)] 우세남(虞世南)/ 김영문 選譯評 봄 동산에달 배회하고 대나무 집밤에도 열려 있네 놀란 새는숲을 밀며 날아가고 바람에 꽃잎물 건너 날아오네 春苑月裴回, 竹堂侵夜開. 驚鳥排林度, 風花隔水來. (2018.05.10.) 꼭 ‘향(香)’ 자를 써야만 꽃 향기를 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반드시 꽃을 보고서야 꽃향기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봄 달밤을 노래한 이 시가 그렇다. 시내 건너 달빛 비친 동산에서 먼저 날아온 건 꽃향기일 터이다. 꽃색과 달빛을 분간할 수 없는 희뿌윰한 천지간에 꽃향기가 가득하다. 초봄이라면 은은한 매화 향기가 정신을 맑게 할 것이고, 중춘이라면 고혹적인 라일락 향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 것이다. 지금 같은 5월 중순 늦봄에는 앞산 뒷산에.. 2018.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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