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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적, 족보, 일기 이야기 (역사인구학)616

세균을 박멸하고 수많은 사람을 구한 비누 님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쓰지만, 사람의 생명을 수도 없이 구한 물품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비누다. 흔히 비누의 기원은 아주 멀어서 우리도 전통시대에 비슷한 것이 있었다고 하는 경우를 보지만, 그런게 흔했으면 우리나라 일기에 자주 보였겠지. 우리나라 일기 어느 구석에도 비누라는 건 필자는 본 적이 없다. 일기에 자기가 속이 안 좋아 조용히 방귀를 뀌려다 설사가 나와 옷을 버린 이야기까지 일기에 적어 놓은 묵재 이문건도 비누 이야기는 한 구절도 적어 놓지 않았다. 무슨 뜻인가 하면, 이 시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비누와는 아주 먼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비누가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것은 서양도 19세기나 되어서의 일이다. 그 이전에 비누가 이미 있었다 이런 이야기는.. 2026. 10. 1.
통제 안되는 피부병, 조선을 위험에 몰아넣다 체계적인 공중위생이 확립되지 않던 시대특히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로 대표되는 강력한 감염병 통제를 위한 무기가 없던 시절인류는 전염병 위력에 오돌오돌 떨어야 했다. 이건 조선시대도 마찬가지로 이 시대 일기를 보면, 오늘은 이 사람 앓고 내일은 저 사람 앓고허구한날 병구완하기 바쁘다. 물론 그 대부분이 전염병이었고, 우리는 오늘날 COVID-19같은 이례적인 바이러스만 기억하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요즘만 해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세균 하나에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흔히 조선시대에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한 전염병으로 홍역, 천연두, 콜레라 등 위력적인 감염병만 떠올리기 마련인데, 조선시대 일기를 보면, 이런 질병 못지 않게 맹위를 떨친 것이 바로 피부병이다. 흔히 조선시대 목숨까지 뺏는 피부병을.. 2026. 10. 1.
선물 같지 않은 선물, 상품 같지 않은 상품 앞서 조선시대, 소위 선물경제 시대 선물이란 주로 생활필수품 위주로,쌀, 콩, 벼, 종이, 생선, 해산물 말린 것, 꿩이나 닭, 빗, 부채 등을 서로 주고 받았고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이렇게 몇 가지 안 되는 선물품목은 명확히 그 가격대가 사족 사이에는 공감대가 있었던 바, 귀하고 드문 물건을 선물해야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 요즘 세태와는 달랐다 하겠다. 이런 선물 증여 행태가 요즘과 비슷해져 귀한 것을 보내는 것이 된 시대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늦다. 이런 "선물 같지 않은 선물" 풍토는 "상품"에도 비슷했으니, 부북일기를 보면, 북방에 부방간 군관들을 병사가 정기적으로 모아활쏘기 시합을 시키고 제일 잘 쏜 사람에게는 수시로 상품을 내리는 것으로 본다. 상품 내역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시대 사족들의 선물과.. 2026. 9. 29.
이게 나라냐? 낙폭지 또 하나의 용도, 변경 군인들 방한복 재료! 부북일기赴北日記는 다들 알다시피 조선시대 무과 합격자의 북방국경지대 부방赴訪일기다. 이 일기는 현재까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무과 합격자 일기로 (또 하나는 노상추일기가 있다)경상도에서 함경도 변경 지역까지 이어지는 여행 경로 모습과, 여진족과 접경한 지역 상황, 출신군관들 근무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이, 이전에 묵재일기 등지에 많이 나오는 소위 낙폭지落幅紙, 낙폭지가 뭔가 하면 바로 과거 불합격자 시험답안지가 되겠는데, 종이가 귀한 조선시대로선 (앞선 포스팅에서 논을 살 때 종이를 몇 뭉치 끼워서 대금을 치르는 것을 보았다)낙방시험지도 버리지 않고 이리 저리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이 시험지를 가져다 빈칸을 오려 쓰기도 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폐지를 모아 .. 2026. 9. 28.
시장이라고 있어 봐야 상품이 많지 않았을 임란 직전 조선사회 우리나라 일기의 걸작 삼대작이라고 하면, 더 나올지 모르겠으나아직까지는 쇄미록, 묵재일기, 미암일기라 하겠다. 이 세 일기는 신변사의 디테일, 그리고 그 분량의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바, 셋 모두 임란 직전, 혹은 임란 와중의 사건의 기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세 일기를 유심히 보면, 사족들이 주고 받는 선물 목록이라는 게 매우 한정되어 있어필자의 느낌으로는 많아 봐야 스무 가지를 넘지 않는 것 같고, 그 중에 자주 오가는 것을 추리면 열 가지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어느 한 일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 일기 모두 비슷한 선물을 주고 받으니, 이는 당시 사대부들 사이에 선물로 주고 받는 목록에는 양해하는 바가 있었다는 의미와도 같겠다. 쉽게 말해서 자주 주고받지 않는 것을 선물로 주면.. 2026. 9. 28.
염소털로 붓 묶는 승려, 그것으로 연명을 하고 묵재일기를 보면, 당시 사족들이 붓을 어떻게 만들어 썼는가를 알 수 있다. 묵제는 평소에 붓으로 만들 동물털을 모아 두었다. 대표적인 것이 황소 털 (황모), 염소 털, 그리고 돼지털까지도 모아 둔다. 이 중 비교적 많이 쓰는 것은 황모와 고모(염소털)다. 이렇게 모아 둔 짐승 털을 한 번씩 자기 집안 원찰에서 붓묶는 승려가 내려오면, 털을 맏기고 붓을 묶게 한다. 묵재일기에 나오는 혜정이라는 승려는 매우 숙달된 붓 묶는 장인이었던 모양으로 정기적으로 내려와 묵재 집에 머물며 붓을 묶어 주고는 양식이나 소금을 얻어 다시 사찰로 돌아갔다. 아마 혜정이라는 이 승려는 묵재 집 붓만 묶어준 것은 아닐 테고 여러 집 붓을 돌아가며 묶어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묶은 붓은 사족들에게 보내는 선물이 되고, 붓은 양식.. 2026.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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