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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폐허란 무엇인가? 갈수록 무엇을 위한 폐허인가를 묻는다. 이제는 이를 대답할 시점이 된 듯하다. 폐허주의....그렇다고 우리가 100년전 이상화 오장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지 않은가? 하지만 왜 폐허인가에 대한 그럴 듯한 답을 이제는 내어놓아야 한다. 돌이켜 보면 이런 철학적인 물음을 성찰하지 아니했다. 하긴 이런 일은 한국지식인 사회 고질이라 무엇인가 이론을 체계화하고 그것으로써 문화를 묶어내는 이런 철학적 접근은 언제나 외국, 특히 구미유럽의 몫이라 생각했고, 그리하여 언제나 이런 거창한 물음은 누군가는 하겠지 팽개쳐두고는 언제나 우리네 지식인사회가 달려간 곳은 주거지 변천양상이었고, 토기의 변화양상이었다. 이는 가장 저급한 형이하학에 지나지 않는다. 왜? 무엇을? 이런 물음을 동반하지 않는 저런 학문은 이제는 설 ..
믿음과 배려 권위dignity는 신비神秘와 미지未知를 자양분으로 삼는다. 내가 저 친구한테 군림하려면 저 친구는 나를 잘 몰라야 한다. 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저 친구는 몰라야 한다. 반면 군주는 자기가 부리는 사람의 구석구석을 훤히 꿰뚤어야 한다. 이것이 고대 중국의 정치학 흐름 중 하나인 황로학黃老學을 관통하는 군주론의 핵심이다. 노자老子를 핵심으로 삼는 그 철학이다. 황로학은 이런 식으로 군주가 신하들을 통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야 신하들은 군주를 향해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고 충성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통치술을 대체로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통령 시절 노무현에게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본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아다시피 그는 너무 자주, 그리고 너무나 강렬하게 자기 의지와 생각을 ..
연구비 타서 답사다니는 교수들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매년 수조원(정확한 액수를 모른다)에 달하는 국민세금을 투하하거니와, 다른 데는 내가 모르겠고 이른바 인문학 쪽 사정을 보건대, 그 연구비 상당액수가 해외조사비로 나간다. 이쪽 인문학 쪽 프로젝트 기획안이란 걸 보면, 거개 생뚱맞게도 해외조사비 명목이 들어가 있는데 이쪽이 안들어 가면 앙코 빠진 찐빵 같은 취급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방학이면, 이렇게 타낸 국민세금을 싸들고 바리바리 해외로 기어나간다. 그렇다면 이런 해외조사가 필요한가? 아니 범위를 좁히자, 이런 해외조사에 왜 국민세금이 투하되어야 하는가? 이에서 우리가 주시해야 할 점이 있다. 방학이랍시며 이런 식으로 해외자료조사를 핑계로 답사를 다니는 교수들이 있는 집단이 이 지구상에서 오직 대한민국 뿐이라는 사실이다...
문화재는 적극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Taeshik Kim August 1, 2014 (아래 글을 긁적인 시점이 2014년 여름임을 전제해야 한다) 난 누누이 말했듯이 영국과 프랑스 땅은 밟은 적 없다. 그래서 이참에 적어도 런던이랑 파리엔 다녀왔단 표식은 내고자 했다.하지만 어찌하다 보니 파리는 포기해야 했다. 대신 나는 두 가지 코스로 나름 수정했다. 런던과 주변 일대 고고건축물과 영문학 코스를 밟아보잔 심산이었다. 후자는 택도 없지만 영문학의 시원이라 할 캔터베리 테일즈의 고향을 찾았고 오늘 포츠머스 간 김에 찰스 디킨즈 생가는 구경이나마 했다. 사실상 마지막 날인 내일은 셰익스피어 생가를 간다. 고고건축물 중엔 마침 직전에 외우 주민아 선생이 소개한 도버의 청동기시대 목선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오늘 다녀온 포츠머스 로즈마리 선박 박..
일본 학계에 대한 환상과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다 Taeshik KimJuly 18, 2015 at 8:17 AM · 주로 내 관심 분야에 국한하기는 하지만 주변에 보면 일본 학계에 대한 경외와 감격이 여전히 만연하다. 이 풍토를 조성한 주범을 나름 정리해 보면 몇 가지로 추릴 수 있거니와, 첫째, 그네들 특유의 이른바 학자적 풍모라 해서 그에 감발을 받은 이가 의외로 많다. 우리가 경외하는 일본인 연구자는 대체로 수명이 길어 팔십구십까지, 심지어 백수해서 죽을 때까지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가 많으니 그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고 가지 못할 길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둘째, 그네들의 기초가 고증학이란 점이다. 이른바 문헌검증이라 해서 그네들이 내세우는 최대 강점이 세밀한 주석이니, 이는 결국 청대 고증학에다 주로 랑케 사학에 뿌리박은 실증주의 학..
증오감에서 비롯하는 글 글을 쓰는 사람들이, 특히 근현대사 분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조심 又 조심해야 할 점은 증오감과 탄성이다. 대체로 우리 학계를 보건대 독립과 친일이라는 양대 구도, 혹은 민주화 대 반민주화(혹은 독재) 양대 구도로 설정하거니와 그러면서 전자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찬사를 퍼붓고, 후자에 대해서는 각종 분노를 표춀하거니와 이는 시정잡배가 할 짓이지 이른바 전업적 학문종사사자가 글로써 할 일은 아니다. 나는 이완용을 다룰 적에도 냉철, 냉철, 또 냉철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하여 적어도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이완용에 미쳐야 한다. 이 새끼를 때려잡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사명감은 글을 망친다. 이 놈은 부관참시를 해도 시원찮을 놈이라는 증오는 글을 망친다. 한데 내가 보는 근현대사 분야 글은 이른바 대가라는 사..
Vanity Fair 해직기간이던 2016년 여름, 나는 서울 모 구청이 지원하는 고교재학생 학부모 인문강연에 초대되어 8번인가 연속강좌를 한 적 있다. 수강생들은 연배가 대략 나랑 비슷하고 고교생 아들을 둔 분들이었다. 그 마지막 강연에서 나는 대략 이렇게 말했다. 인정하기 비참하지만, 우리는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을 것이외다. 애들 키운다고 고생하셨소. 이젠 우리도 허영을 채울 나이인 듯 하오. 갑시다 vanity fair로. 그 허영 채우는데 남녀노소 다 하는 영화 연극 뮤지컬이 있겠소만 그건 약발이 없소. 허영 채우는데 인문 교양 역사만한 게 없습디다. 박물관도 가시고 문화유산도 가세요. 가서 맘껏 허영을 채웁시다. 이 아름다운 현장 못보고 죽는 게 억울하지 않겠소? 가자 허영의 시장으로!
서울역사편찬원장 이상배 "영건일기 번역으로 경복궁 중건 과정 세세히 알게 됐죠"송고시간 | 2019-07-10 06:30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 "서울은 600년 아닌 2천년 수도" 얼마전 한국학중앙연구원을 정년퇴임하는 김창겸 선생 소식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전했거니와, 이번 주인공인 상배 형 역시 나로서는 언제나 엇비슷한 자리에 놓고 생각하는 역사학도다. 두 사람 모두 이른바 대학교수가 아니며, 역사학 관련 기관에 젊은 시절 투신해 생평을 그곳을 터전으로 일하는 연구자라, 개좆도 내세울 것 없으면서, 거덜먹이며, 연구업적이라고 해봐야 체로 걸러내어 버리면 한 줌 안 되는 대학교수 놈들과는 결이 다르다. (놈에 대해서는 아래 상술) 저들은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현장 실무형이라, 무엇보다, 우리네가 언제나 이용하는 이른바 사료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