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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030

문화재의 분권화는 곧 유물의 분권화다 다른 소장품도 다 그렇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을 장식하는 문화재는 근간이 다 약탈품이다. 개중에 아주 간혹 조선이 대일본제국 일원이었을 적에 그 힘으로 약탈한 이른바 중앙아시아 유물 컬렉션이 있기는 하지만,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 국한해도 약탈품이라는 근간이 변할 수는 없다. 이른바 전세품傳世品이라는 것들이야 그 내력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으니 이건 논외로 친다 해도, 출토품의 경우 근간이 약탈품이다. 지방이 능력이 안 된다는 이유로, 조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모조리 서울로 서울로 뽑아 올려 국가를 장식하는 기능으로 쓰이는 까닭이다. 우리는 곧 신라를 대한민국이라 치환하나 천만에. 어찌 대한민국이 신라이겠으며 신라가 어찌 대한민국이겠는가? 경주 지역 피약탈품 그 어디에서도 신라의 찬란함을 웅변하는 황금유물이라.. 2024. 3. 1.
고려와 광해군이 실리외교라는 낭설에 대하여 흔히 역사를 업業으로 주물하는 사람들한테 노골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이것이라, 얄팍한 역사지식으로 짐짓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하는 외교 노선이라 주장하며 설레발을 치거니와 거란 여진이 패권을 잡은 시대 고려, 그리고 신흥 강국 만주 여진족이 세운 청이 노쇠한 한족 기반 명나라와 대치할 적에 광해군이 보인 행보를 실리외교라 하면서 그것을 쳐받들면서, 강국에 쌓인 한국이 지향해하는 외교노선이 바로 저에서 교훈이 있다면서 曰, 그것을 본받으라 한다. 저 중에서도 광해군이 이상하게 과대포장되어 한때 뜨기도 했으니, 특히 노무현시대가 그러했으니, 이 시대에 아마 광해를 주인공 혹은 그 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드라마 혹은 영화가 극성을 구가했을 것이니, 노무현 자신도 내 기억에 광해를 자신의 롤 .. 2024. 3. 1.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던져진 내 삶 내가 거의 매일 그리 분량이 많지는 않으나 이것저것 글이랍시며 긁적이는 이유는 쓰지 않으면 글쓰기 능력이 무디어진다 생각해서다. 그러다 보니 벌려놓은 일은 많고 진척이 더딘 편이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차곡차곡 쌓으면 한달이면 단행본 두 책 분량은 나오리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내가 태어난 까닭이 이 일을 하기 위함은 아니었다. 나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에 던져졌을 뿐이다. 한때는 영문학도를 꿈꾸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단념하고 말았으며, 기자는 내가 생각한 인생 목록엔 전연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한데 어찌하다 보니 이 길로 들어섰고 또 어찌하다 보니 어느날 기자가 되어 있었다. 기자는 평생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또한 뜻대로 되지 않아 어쩌다 보니 반백인 지금 거의 절반을 이 일에 투신했.. 2024. 2. 29.
강남, 천오백년 황무지의 미스터리 강남江南은 강 남쪽이라는 뜻이라, 지구상 어디건 강 남쪽에 위치하는 땅은 이리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특화해서 한강이 관통하는 서울 남쪽 땅, 개중에서도 잠실을 중심으로 그 언저리 서울 동부지역을 지칭한다. 이 강남이 주는 이미지는 이상 야릇해서 간단히 졸부와 등치하니, 그러면서도 20세기 대한민국 엘도라도라 할 만하다. 그런 강남을 그렇게 묘사한 영화도 있고, 그런 강남을 무대로 장대한 드라마를 써내려간 대중가수도 있거니와, 그런 강남이 순전히 고고학적 발굴성과에 기초하기는 하나 이상야릇한 또 하나의 측면이 있으니, 느닷없이 졸부로 출현했다가 느닷없이 그런 위상을 상실하고서는 이후 물경 천오백년간이나 황무지로 방치되었다는 사실이 기이하기만 하다. 물론 이 강남이라 해서 저 기간에 다 버려진 것도 아니요,.. 2024. 2. 28.
거란, 유쾌 통쾌 상쾌를 넘어선 파트너로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적당한 골리앗을 불러내 다윗을 자처한 우리 스스로가 그런 거인을 쓰러뜨리는 일을 소일로 삼고는 그러한 일을 유쾌 통쾌 상쾌로 치부하곤 했으니 근자에 저런 자리에 손님으로 불려나온 이가 거란이라. 수나라도, 당나라도 불려나와 유희거리가 된 판국에 거란쯤이야 해서겠지만, 또 그런 그간의 심리 이면에는 거란으로서는 약발이 약해서였는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거란을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강력한 힘과 광활한 영토,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무장한 거대 제국이었다. 그네들 영토는 동서로 만리를 걸쳤다 했으니, 실상 그 땅덩어리만 해도 한 제국, 수 제국, 한 제국을 능가하며, 당대 중국 대륙을 장악한 송宋조차 발 아래 두고서는 형으로 군림하며 매년 따박따박 세폐라는 이름의 막대한 조공품을 받.. 2024. 2. 28.
씨름하는 식민지시대, 곁다리 고려 거란 내 라이프워크는 식민지시대 이래 근현대다. 본래 이쪽 분야 내 학적 출발은 고고학이나 문화재가 아니었고 식민지시대였다. 그에서 잠시 손을 놓았다가 돌아왔다. 삼십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식민지시대를 접근하는 첩경은 총독부 문건이다. 저걸 섭렵 통독해야 근대가 보인다. 우리가 아는 근대국가가 탄생한 비밀은 독립운동사 문건이 아니라 총독부 공식문건이다, 저와 쟁투 중이다. 저 시대를 접근하는 한 통로로 엽서와 사진을 착목한다. 저 사업은 나도 저 회사 마지막 사업으로 공적자금을 투자해 결실을 보려했지만 미완성으로 남겨놓고 나와 못내 찜찜하다. 다행히 민속원에서 관련 두툼한 자료해제집을 내주었고 한양대에서도 총독부 문건을 완역해주어 접근이 용이하다. 무엇보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저들을 자료실에 떡 하니 구비해 서비.. 2024.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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