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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2216

남편을 몽둥이로 때려치는 마누라 임진왜란 어간을 살다간 조선의 지식인 어우당(於于堂) 유몽인(柳夢寅, 1559∼1623)의 《어우야담(於于野譚)》에 나오는 일화 중 한 토막이다.예로부터 교화하기 어려운 이가 마누라다. 남자 중에 강심장인 사람이라도 몇이나 부인을 두려워 않을 수 있으리오? 옛날에 어떤 장군이 10만 병사를 이끌고 드넓은 들판에서 진을 치고는 동서로 나우어 큰 깃발을 세우니, 하나는 푸른색이고, 다른 하나는 붉은색 깃발이었다. 장군이 이윽고 군사들에게 거듭 말했다.“마누라가 두려운 자는 붉은 깃발 아래 서고, 두렵지 않는 자는 푸른 깃발 아래 서라.”10만 군사가 모두 붉은 깃발 아래 모여 섰는데 유독 한 놈만 푸른 깃발 아래 섰다. 장군이 전령을 시켜 그 이유를 물으니 답이 이랬다.“제 마누라가 항상 저에게 경계하기를 .. 2018. 2. 1.
꿩 대신 닭 한반도에 꿩이 많을까 아님 원앙이 많을까? 나는 원앙이 더 많다고 본다. 원앙이 이쁜가 꿩, 특히 숫꿩인 장끼가 이쁜가? 나는 후자가 낫다고 본다. 고기는 어느 쪽이 나을까? 원앙은 먹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꿩은 죽여준다. 오죽하면 꿩 대신이 닭이라 했을까? 설날 떡국에는 꿩기미를 쓰야는 법이다. 하지만 꿩은 귀한 까닭에 그와 비슷한 품종으로 흔한 닭을 썼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나왔다. 여러 모로 꿩은 원앙보다 귀하다. 그럼에도 꿩은 그저그런 날짐승이요 원앙은 천연기념물이라 해서 문화재로 대접받는다. 왜 이리 된 것인가? 뭔가 잘못 아닌가 말이다. 2018. 1. 30.
전통의 단절과 고도高度·선진先進 명맥과 전승이 단절된 기술을 선진先進 혹은 고도高度로 오도誤導해서는 안 된다. 고려청자, 이를 재현할 수 없다지만(요새는 더 잘하는 듯), 냉혹히 말해 그 기술이 단절된 까닭은 더 이상 필요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 스스로가 버린 기술이었다. 다뉴세문경, 그것을 재현하고자 하는 무수한 시도가 있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그렇다고 그 기술이 특별히 위대하다고 나는 보지 않는다. 그것을 만든 그들에게는 어쩌면 요즘의 우리에게는 종이접이로 만드는 비행기 수준이었을 수도 있다. (2015. 1. 30) *** 가마니짜기가 있다. 나 역시 어린시절 아버지가 가마니짜는 모습을 자주 목도했고, 나 역시 가마니를 짤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모른다. 다 까먹었다. 내가 가마니짜는 기술을 잊어먹고 모른.. 2018. 1. 30.
천연기념물 지정 목적은 지정 해제다 고향 김천을 지키는 엄마가 닭을 키우지 않은지는 오래다. 옛날에는 많이 키웠으나, 닭똥 냄새 때문이다. 동물 똥 중에 냄새가 가장 고약한 것으로 닭똥만한 것이 없다. 하긴 닭을 포함한 조류 똥이 대체로 길짐승에 견주어 독하기는 하다. 작년 이맘 때다. 설을 쇠러 고향집에 내려갔더니, 온 동네를 다 뒤져도 닭은 흔적도 없었다. 어찌된 일이냐 엄마한테 물었더니 조류독감 우려로 당국에서 다 잡아갔단다. 마리당 오만 원인가 오만 오천 원을 쳐주고 잡아갔단다. 발본색원이라더니 씨가 말랐다. 이 조류독감은 문화재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데, 그 AI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주범으로 철새가 자주 지목되고, 그런 철새 중에는 상당수가 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는 까닭이다. 그런가 하면 텃새 혹은 한반도에.. 2018. 1. 28.
수오지짐羞惡之心은 미안함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의 시작이요,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의의 시작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의 시작이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의 시작이다.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맹자》 〈공손추(公孫丑)〉에 보이는 말이다. 많은 이가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 중에 부쩍 되뇌이는 말이 수오지심이다. 수오란 부끄러움이다. 쪽팔림이다. 염치다. 더 간단히 말하면 수오지심이란 미안함이다. 박근혜 최순실이 욕을 먹는 까닭도 .. 2018. 1. 26.
현충사, 그 실타래를 풀며(1) 현충사(顯忠祠)의 여러 층위와 박정희 현판 문제(1)‘이충무공 유허’와 ‘현충사’, 그 괴리 그의 탄강지 충남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방화산 기슭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해군 총독으로 맹활약한 충무공 이순신을 기리는 시설이 있으니, 이를 우리가 현충사(顯忠祠)라 하거니와, 현재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이 시설은 우선 면적이 방대하기 짝이 없어, 개인 사당으로 이토록 큰 규모는 없다. 시민공원을 겸한 이 현충시설은 또 하나의 국립묘지에 해당한다. 첫째, 그것을 직접 관리하는 곳이 중앙정부요, 둘째 그것이 보존정비된 내력이 이미 그런 특성이 농후하게 관철되었으며, 셋째 그 연례 제례를 관장하는 기관 역시 중앙정부인 까닭이다. 제관은 대통령이 하다가 김영삼 정부 이래 현재까지는 국무총리가 집도한다. 도대체 이.. 2018.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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