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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7

직장인으로서 학예사: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직장인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어느 한 분야 전문적인 스페셜리스트,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보통 공직에서 행정직들은 제너럴리스트로 분류되곤 한다. 어느 부서를 가더라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예직에 종사하는 학예연구사 혹은 학예연구관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된다. 공직에서 행정직에 있는 분들은 제너럴리스트라 한다면,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기에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되는 것일 터다. 학예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나 자신을 특정 분야 전문가라 생각했다. 나뿐이 아니라 대다수 학예사가 ‘나는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할 것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한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스페셜리스트일까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 2023. 12. 17.
과를 옮긴 이후 깨달은 몇 가지 과를 옮기게 된지 대략 1년이 다 되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교육’만을 전담으로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전시만을 담당하거나 혹은 교육과 전시 업무 모두를 했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교육 학예사로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1년의 경력을 교육에 대한 경력이라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무언가를 얻게 되기 마련이다. 1년간의 업무를 통해, ‘이것이 박물관 교육이다!’라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막연하게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박물관 교육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박물관 전시에 대한 것이다. ‘또 전시냐.’라던가 혹은 ‘역시 전시 업무를 주로 했더니 전시만 생각하는 거냐.’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전시 자체만을 생각한다기보다는.. 2023. 11. 14.
우리 프로그램은 어떤가요?: 어린이를 인터뷰하기 박물관에서 인터뷰는 성인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어린이를 인터뷰 하겠다 했을 때, 주위의 몇 명이 물었다. “그 아이들이 무엇을 말해줘?”라고. 하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인터뷰는 어른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관람객 만족도 조사가 있다. 설문지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묻고자 할 때 하는 인터뷰이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아마 이 인터뷰 말고, 지역 조사를 할 때 하는 인터뷰가 더 많을 것 같다. 문헌 조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지역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전시를 할 때도 인터뷰를 한다. 교수님들을 모시고 하는 인터뷰도 있지만, 전시 주제에 대해 경험해 본 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도 있다. 그렇게 하면 마치.. 2023. 9. 26.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우리 박물관에는 동화 구연 수업이 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그 주제에 대한 신체 활동이나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제목은 ‘말하는 박물관’이다. 작가님이 지어주었다는 이 제목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박물관이 말을 하다니 뭔가 귀여운 느낌인걸.’하고 말이다. 귀여운 제목만큼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5~7세의 귀여운 어린이들이다. 이 수업은 매니아 층이 있다. 다른 수업과 다르게 이 어린이들은 진짜 매니아라 할 만 하다. 1년 또는 2년 가까이를 오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매니아인지 혹은 보호자가 매니아인지 알 수는 없지만. D도 그런 아이였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듯, D는 동화 구연을 얼른 끝내고 만들기를 하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점차 그리기와 만들기를 싫어하게 되는 것 같.. 2023. 9. 5.
요즘의 고민 3: 나의 박물관 적성은 무엇인가 어쩌다보니 고민 시리즈로 글을 쓰게 된다. 아마도 요즘 생각나는 바를 적다보니 그런 것 같다. 요즘의 고민은 바로 ‘내가 이 과에 잘 맞는 사람인가.’라는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고민이긴 하다. 나는 늘 내가 가는 길을 의심하는 사람이었다. 미술사학과에 들어와서는 내가 이 전공에 맞는 사람일까를 의심했고, 이 박물관에 들어와서는 과연 내가 이 박물관에 맞는 사람일까 의심했다. 그리고 내가 전시에 맞는 사람일까 고민했다. 그때는 전시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 박물관에 들어와서 두 번째로 과를 옮기게 되었다. 나는 또 의심한다. 내가 이 과에 맞는 사람일까 하고. 지금의 과가 나에게 맞는 것일까 교육 업무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때는 프로그램 자체를 만드는데 매우 급급했.. 2023. 8. 28.
요즘의 고민 2: 어떤 도록을 만들어야 할까 ‘전시가 끝나더라도 도록은 남는다.’라는 말을 일하면서 몇 번이나 들었다. 이 말 그대로, 학예사에게 도록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요즘은 전시가 끝나도 VR로 전시를 볼 수 있지만 모든 전시가 VR로 기록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전시 이후에도 그 전시가 궁금하다면 도록을 펼쳐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록은 남는다.’는 말은 말 그대로 전시의 전반적인 것을 전시가 끝나도 도록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 무게 때문인지, 전시만큼 도록에 신경을 많이 쓰는 학예사들도 있다. 다양한 도록들 도록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유물의 사진을 위주로 싣는 도록이 있는가 하면, 각종 도표와 설명글이 들어간 도록 등등. 그래도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유물의 사진이 크게 실리고, 뒷면에 전문가의 글이 실리는 것이다... 2023.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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