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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7

요즘의 고민: 너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너와 내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 나는 옛날부터 해도 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곤 했다. 대학에 들어갈 때나 들어가서는 ‘현실과 유리된 것 같은 과를 나와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내지는 ‘지금 하는 것은 한량 놀음이나 하는 것이 아닐까’ 같은 고민을 했다. 실용학문을 하는 곳이 아닌 과를 들어가서 한다는 고민이 저런 것이었다. 저런 고민을 했을 것이었으면, 과를 선택하기 전에 했어야 했는데 고민의 스타트 지점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현실에 떠밀려서 어쨌든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나마 이 과를 나와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직장에 들어와서는 별 생각 없이 다녔다. 그냥 저냥 만족하며 다닌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박물관이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기후위기가 현실이 된 순간 아직 올해의 .. 2023. 8. 13.
박물관이 직장인 사람이 마음 속에 모아두는 즐거움 출근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면서 생각한다. ‘출근하기 싫다.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다.’ 5분간 계속 침대에서 꼼지락 거리다가 겨우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집을 나서는 꼴은 고등학교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도 꽤 되었고, 심지어는 직장생활한지도 꽤 되었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적응이 될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아마도 퇴직 전까지도 적응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출근길도 비슷하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멍하니 지하철을 타고 40분을 가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광화문 역. 이곳을 벌써 10년 가까이 오르내렸다. 그러고 보면 학예사 생활을 꼽아보니 어느덧 10년을 넘겼다. 일반적으로 이 바닥 사람들은 학예사가 아니라 학예보조인 연구원 생활부터 시작하니, 연구원 때부터 친다면 박물관이라는 .. 2023. 8. 5.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기 : 구술 인터뷰 업무 분장을 할 때, 늘 고민이 된다. 어떤 전시를 하고 싶다고 해야 할까. 조선시대일까? 아님 근현대를 해야 한다고 할까? 이런 고민 말이다. 우리 박물관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곳이고, 그래서 저 멀리 조선시대를 전시할 수도 있고 가깝게는 지금 현재를 전시해야할 수도 있다. 전시에서 어느 시대를 다루든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기에 어느 쪽이 맞느냐는 담당자의 성향 문제이다. 나 같은 경우는 조선시대 전시를 좋아한다. 어차피 찾을 수 있는 유물이 한정되어 있으니, 유물의 소재지를 찾는 데 들어가는 공력이 적기 때문이다. 반면에 근현대사 전시를 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좋아하지 않는다기보다는 조선시대를 다루는 전시보다 힘들.. 2023. 7. 22.
전시 크레딧의 의미 전시 크레딧을 적다보면 지나간 일들이 스쳐간다. ‘아 이때는 이런 일이 있었지.’ 혹은 이런 마음으로 약간은 예민해진다. ‘혹시 빠진 분들은 없겠지.’ 전시는 오픈하고 나면 별 것 아니지만, 생각보다 수많은 사람들의 공력이 들어간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소한 도움부터 정말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큰 일이 났었을 도움까지, 전시 막바지에는 그 도움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인지 마치 학위논문을 다 쓰고 나서 감사의 글에 교수님, 부모님, 동기들, 자료를 제공해 준 곳 등등을 다 적은 것처럼, 크레딧을 적을 때도 모두의 이름을 감사의 마음으로 적는다. 그런데 여기에는 또 다른 마음도 들어간다. 결정의 시간 전시 한 달 전, 전시장 풍경은 정말이지 정신이 없다. 관람객들은 모든 것이 다 세팅되고 난 정돈된 .. 2023. 7. 15.
학예사의 업무용 글쓰기 : 전시에서의 글쓰기란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누군가가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 질문을 했다. “교수님. 저는 평소에 교수님 글을 좋아하거든요. 교수님처럼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순간 그 방에 있던 모두의 눈이 반짝반짝해졌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렇게 대답하셨다. “글 쓰는 것은 타고 나는 거야.”라고. 나중에 서양 미술사를 전공하는 동기에게 이 에피소드를 말해줬더니, 그 친구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른 교수님께 들었다 했다. 나는 두 교수님의 글을 좋아했다. 한 분은 수필 같이 따뜻하게, 다른 한 분은 냉철한 분석으로 차갑게 글을 쓰셨다. 두 분들만의 글쓰기 스타일은 감히 따라할 수도 없는, 그분들만의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도 질문을 하면 무언가 글쓰기의 비법 같은 것을 알려주실 줄 알았는데, 저렇게.. 2023. 7. 9.
전시 스토리 :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 메일을 열었던 때였다.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갑자기 울컥하면서 한참을 펑펑 울었다. ‘메일을 보내신 시간을 보니, 선생님의 고생을 알 것 같습니다.’라는 문장. 전시를 위해 유물을 대여해주기로 한 기관에서 회신 메일을 보내며, 힘내라는 말과 함께 덧붙인 문장이었다. 집이어서 망정이지, 사무실이었으면 엄청난 사연 있는 여자로 둔갑했을 것이다. 갑자기 울컥했던 이유 정말 전시를 즐기는 일부 학예사를 제외한다면, 전시 오픈이 다가올수록 대다수의 학예사들은 점점 피폐해진다(아니 어쩌면 그들도 피폐해질지도! 어쨌거나 이 말인 즉슨, 저는 전시를 즐기지 않습니다 ㅋ). 정해진 기한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상당한 스트레스다. 계속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것도 생각지 못하게 마음..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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