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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5

모던걸과 모던보이, 경성 사람 “○○ 선생님. 이번 전시 준비는 어때요?” ○○ 선생님은 한창 로비에서 열릴 작은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작은 전시이지만, 한 달 만에 전시를 준비해야 하기에 그 압박감은 큰 전시를 준비할 때 못지않다. 사실은 상황이 뻔히 그려지지만, 어떠냐고 묻는 것은 일종의 인사치례다. 인사에 대한 답은 공식처럼 돌아온다. “자료도 없고 힘들어요. 특히 시대가 일제 강점기라 신문 기사 밖에 없네요.” 이 시대를 전시해봤으면 누구나 알 고통이기에, 공감을 듬뿍 담아 고개를 끄떡인다. “알죠. 자료가 얼마 없으니 있는 걸로 할 수 밖에요. 힘내세요!” 이 시대를 전시한다는 것 전시를 준비할 때, 제일 고민이 많이 되는 시대는 일제강점기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생각보다 시각 자료가 없다는 것도 큰 이유다... 2024. 4. 7.
한양 사람들로 보는 한양(3): 준비하다가 엎어진 상설전 개편 그동안 ‘사람으로 바라보기’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이것은 나만이 그랬던 것이 아니라 우리 박물관에서는 여러 번 시도되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유만주의 한양’이라는 전시라든지, ‘명동 이야기’같은 전시가 그러했다. 뭐, 굳이 제목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의 전시는 거의 그러했다. 여타의 박물관도 그렇겠지만, 늘 ‘다른 곳과 어떻게 차이를 줄까’라는 점이 고민이었고, 이것이 그 고민의 해결법 중 하나였던 것이다. 타 박물관과 어떤 차이점을 둘 것인가 내가 1년간 준비했다가 엎어진 상설전시 개편도 그러했다. ‘한양 사람들의 이야기로 한양의 공간을 보여주자’, 이것을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선실과의 차이점으로 만들자는 것이 개편 방향이었다. 물론 이것은 본래의 상설전시도 기본적으로 가진 고민이었을 것이다. 통사 성격인.. 2024. 3. 31.
한양 사람들로 보는 한양(2): 한양에는 군인이 얼마나 살고 있었을까 “○○ 선생. ○○ 선생이 이 주제를 맡아줘야 할 것 같아.” 과장님이 회의 시간이 나를 콕 집어 이 주제를 주셨을 때, 나는 반은 즐거운 감정이, 남은 반 정도는 난감한 감정이 들었다. 매우 상반된 기분이라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리했다. ‘좋았다’라는 감정은 엄밀히 말하면 두 가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가지는 드디어 근현대 전시에서 벗어난다는 것. 맨 땅에 헤딩하며 근현대 자료를 찾아 헤매었던 것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그래서 조선시대를 다루는 전시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다른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에서였다. 나는 사실 이 주제가 올해의 전시 주제로 입에 오르내릴 때, 이 줄기를 토대로 이야기를 만들면 좋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었다. 그것은 바로 ‘한양에 이 사람들이 얼마나 .. 2024. 3. 17.
한양 사람들로 보는 한양(1): 한양의 여성들과 한양 여성이 주인공인 사극이 유행이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렸던 ‘밤에 피는 꽃’이나 ‘연인’과 같은 퓨전 사극들은 드라마의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인물을 이전과 다르게 여성을 내세웠다. 퓨전 사극이 아니더라도 ‘옷소매 붉은 끝동’과 같이 기록을 토대로 한 사극 역시 궁녀로서의 덕임을 내세웠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 그리고 정확히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려낸 것이다. 여성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 서사’에서 이어진 것일 수도 있겠지만, 기존 사극에서 다루지 않았던 다른 새로운 소재에 대한 갈망일 수도 있겠다. 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이야기라도, 굳이 현실에서 규제에 얽매이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사극에서 주체적인 여성들이 등장하는 이유일 지도 모른다. .. 2024. 3. 10.
서울을 보는 또 하나의 프레임 한 가지를 간과했다. 몇 주에 걸쳐 올린 내 글에는 뭔가 모호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서울 사람이 누구일까’라고 화두를 던지며, 서울 사람이 누구인지를 생각해 봐야 서울의 특수성을 잘 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썼다. 그러나 글을 올리고 난 이후, K 단장님께 받은 카톡과 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내가 명확하게 나누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서울 사람으로 생각하는 기준’과 ‘실제 서울에 살고 있으나 심리적으로 소속감을 느끼는지 여부’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 사람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 둘을 어떻게 보아야할지도 고민하지 않았다. 서울을 바라보는 방법 전에도 쓴 내용이지만, 서울을 보려면 서울을 구성하는 요소 중, 사람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는.. 2024. 3. 3.
서울 사람은 누구일까 박물관에서 일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서울 토박이회’라는 것이 있다고.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아. 서울에 오랫동안 살았던 사람들의 모임인가보다' 했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있었다. ‘서울 사대문 안, 그리고 사대문 밖 10리 이내’에서 3대 이상 거주했던 사람만이 그 기준에 부합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무렵, ‘서울사람, 김주호’라는 작은 전시를 박물관 로비에서 하게 되었다. 평범한 서울사람인 김주호씨에 대한 일상사로 서울의 이야기를 본다는 취지의 전시였다. 전시는 김주호씨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서울의 이야기와 사람들의 생활사를 담고 있었다. 나도 상당히 흥미롭게 보았고, 전시를 보러 오신 분들의 반응도 좋았다. 그런데 역시나 고질병이 또 도졌다.. 2024.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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