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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6

학예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 그때는 몰랐다! 신입생 면접을 끝내고 나온 교수님들이 늘 하셨던 말씀이 있다. “올해도 를 말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어.” (혹은 다행히 없었어.) ‘고고학을 보물찾기 같은 낭만적 학문이라 생각하다니!’라고 다소 어이없어하는 감정이 섞인 말일 것이다. 학예사에 대해 설명하면 늘 언급되는 에피소드(학예사가 무엇인가요 에피소드)같이, 고고학 수업 혹은 고고학 대중서를 여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신입생들이 를 봤던 세대가 아닐 테니, 교수님들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 (그런데 포스팅 하려 찾아보니, 올해도 인디아나 존스는 계속 된다! 대체 언제까지 나올 것인가!) 를 보고 고고학자를 꿈꾸었다는 사람들처럼, 나도 낭만에 가득 찬 이유로 박물관을 좋아했다. 원래도 역사책.. 2023. 4. 25.
나의 직업 : 학예사와 큐레이터의 사이 어느 날인가부터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단어가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북 큐레이션’이나 ‘음악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광고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책이든 음악이든 혹은 OTT에서든 ‘큐레이션’의 뜻은 같다. ‘콘텐츠를 분류하고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 이것이 큐레이션의 의미이다. 핵심은 ‘분류하여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에 있다. 학예사와 큐레이터 학예사는 큐레이터(Curator)라고도 한다. 보통은 학예사와 큐레이터는 같다고 인식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큐레이터보다는 학예사로 나를 소개하는 편이다. 미술관과 달리 박물관 업계에서는 학예사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큐레이터라고 할 때는 ‘큐레이션’의 의미가 강하다고 느.. 2023. 4. 18.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생각보다 작네요.” 혹은 “너희 박물관은 작긴 한데 재미있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 ‘작다’라는 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같은 대형 박물관과 비교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말에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도 저희 박물관에는 1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그럼 다들 휘둥그레진다. “생각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많네.” 한 명과 백여 명 사이 박물관을 운영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 사실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정확히 몇 명이 최소 인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장 유물 수량, 건물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 일하기 전에는 대학박물관에서 일했다. 대학박물관은 몇몇을 제외하면 학.. 2023. 4. 12.
박물관이 직장 : 무엇이 있는지 물으신다면 “그래서 뭐가 있는데?” 이것은 직장을 밝히면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름만으로는 어떤 박물관인지 모르겠으니, 대표 소장품을 알려달라는 의미다. 대표 소장품은 그 박물관이 가진 주요 컬렉션 중 하나로, 박물관의 이미지를 결정한다. 이를 보려고 박물관에 가기도 한다. 가령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이랄지 루브르의 모나리자를 떠올렸다면, 딱 맞는 연상이다. 그러면 우리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은 무엇일까. 그런데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나의 직장 적응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우리 소장품을, 우리 전시를, 우리의 활동을 어떻게 봐야할지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래야 본래 소소한 나의 일상을 쓰려했던 목적에 더 적합한 글이 되겠다. 직장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 돌이켜 보면 이 직장.. 2023. 4. 5.
나의 직장 : 저는 이곳에서 일해요 나는 늘 궁금했다. 박물관에 대한 소소한 글들, 심지어는 박물관에서 흔히 하는 ‘나도 큐레이터’ 같은 교육들은 왜 학예사란 무엇일까부터 시작하는 걸까. 에피소드마저도 비슷하다. ‘학예사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서 파생되는 답과 그에 대한 이야기. 매우 흔하디흔한 시작이지만, 나 또한 같은 에피소드로 시작하겠다. 아마도 이 에피소드가 글의 처음을 열기에 쉬워서 그런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고 싶다. 그것은 나의 직장에 대한 것이다. 흔한 대화 전공자가 아닌 이상 혹은 전시 애호가가 아닌 이상, 나의 직업을 소개하면 늘 반복되는 문답이 있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한다. “저는 박물관에서 일해요.” 으레 되돌아오는 답. “아~ 도슨트이신가요?” 여기에 말을 잇고 싶다면, 한마디를 더 하면 된다... 2023. 3. 29.
프롤로그 : 어쩌다가 시작하게 된 글 학생 때부터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계속 글을 쓰면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글은 학업을 위한 것이거나 혹은 일을 위한 것이었을 뿐, '나의 글'은 아니었습니다. 내 이름을 달고 나온 글이니 내 글이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왠지 모르게 그것은 내 글이 아니다라고 그동안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나의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글이 아닌, 내가 느낀 무언가를 남기고 싶다.'라고요. 정확히는 글 속의 오류를 생각하면서 전전긍긍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무엇을 쓰고 싶은지는 저조차도 잘 몰라서 글쓰기를 미뤄왔던 것 같습니다. ‘거창한 무엇인가가 아니라 나의 소소한 일을 써보자. 나의 자아 중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직업.. 2023.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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