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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9

학예사들의 또 다른 습관 : 온전히 전시를 즐기지 못하는 이유 언젠가부터 전시를 즐겁게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아니, 전시를 전시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것도 습관이자 강박이라면 그렇다 할 만 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지난번 에피소드에 끼워넣지 못했기 때문에, 별도로 쓴다는 것을 고백해둔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이런 말을 들은 때가 있었다. “학예사인데 다른 전시를 보며 느꼈던 점이 없냐고.' 새로운 전시 구성안을 내밀었더니, 다른 전시를 보고 참고할 만한 것이 없었냐고 물으시면서 하셨던 말이었다. 어떤 의도로 하신 말인 지는 지금은 알지만, 전시를 몇 번 하고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나는 학예사가 되기 전에도, 전시를 열심히 보는 타입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작품에 쉽게 감동하는 스타일도 아.. 2023. 5. 22.
학예사들의 소소한 습관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내가 가려했던 궤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탈한 것을 찾자면, 굳이 쳐줘야 할까 싶을 정도의 아주 소소한 것이다. 가령 전공 공부를 더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안했던?!) 것 따위 정도가 나의 이탈 범위였다. 이런 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 사실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대체 왜 10년 넘게 다른 길에 대한 상상을 하지 못한 걸까? 정말 재미없는 삶이다!’ 이런 생각이 든 이래로, 다른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직업을 선택했을까. 어떤 업무를 할까. 평소에는 어떤 것을 주로 생각할까. 특히 직업병에 대한 에피소드는 내가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이다. 왠지 그 직업에 대한 특징을 말해주는 .. 2023. 5. 8.
내가 좋아하는 영화 :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는 ‘제일’ 혹은 ‘가장’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꼽는 것을 어려워한다. 내가 그런 질문들을 할 때마다, 내게 반문한다. ‘그럼 지금까지 제일 좋아했던 ○○는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순간 당황스럽게 되니, 나도 그와 비슷한 부류이거나 비슷하게 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만약 내게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질문에 한정해서는 바로 대답할 수 있다. ‘쥬라기 공원’이라고.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고 묻는다면, 이 또한 바로 답할 수 있다. 바로 그랜트와 새틀러가 브라키오사우루스를 처음 만나는 장면라고. 어딘가 이상한 공감 포인트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꼽으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렙터가 아이들을 몰아넣고 사냥(!)하려는 주방 습격 씬을 말할 것 같다. 대략 2분간의.. 2023. 5. 1.
학예사가 되고 싶었던 이유 : 그때는 몰랐다! 신입생 면접을 끝내고 나온 교수님들이 늘 하셨던 말씀이 있다. “올해도 를 말하는 아이들이 몇 명 있었어.” (혹은 다행히 없었어.) ‘고고학을 보물찾기 같은 낭만적 학문이라 생각하다니!’라고 다소 어이없어하는 감정이 섞인 말일 것이다. 학예사에 대해 설명하면 늘 언급되는 에피소드(학예사가 무엇인가요 에피소드)같이, 고고학 수업 혹은 고고학 대중서를 여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저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 신입생들이 를 봤던 세대가 아닐 테니, 교수님들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을까? 그냥 내 생각이다. (그런데 포스팅 하려 찾아보니, 올해도 인디아나 존스는 계속 된다! 대체 언제까지 나올 것인가!) 를 보고 고고학자를 꿈꾸었다는 사람들처럼, 나도 낭만에 가득 찬 이유로 박물관을 좋아했다. 원래도 역사책.. 2023. 4. 25.
나의 직업 : 학예사와 큐레이터의 사이 어느 날인가부터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단어가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북 큐레이션’이나 ‘음악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나오더니, 이제는 광고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되었다. 책이든 음악이든 혹은 OTT에서든 ‘큐레이션’의 뜻은 같다. ‘콘텐츠를 분류하고 (가공하여) 제공하는 것’ 이것이 큐레이션의 의미이다. 핵심은 ‘분류하여 대중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에 있다. 학예사와 큐레이터 학예사는 큐레이터(Curator)라고도 한다. 보통은 학예사와 큐레이터는 같다고 인식되지만, 개인적으로는 큐레이터보다는 학예사로 나를 소개하는 편이다. 미술관과 달리 박물관 업계에서는 학예사라는 단어를 많이 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큐레이터라고 할 때는 ‘큐레이션’의 의미가 강하다고 느.. 2023. 4. 18.
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 “생각보다 작네요.” 혹은 “너희 박물관은 작긴 한데 재미있어.”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 ‘작다’라는 말이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같은 대형 박물관과 비교해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 말에 설명을 덧붙이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대신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도 저희 박물관에는 100명 정도가 일하고 있어요.” 그럼 다들 휘둥그레진다. “생각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많네.” 한 명과 백여 명 사이 박물관을 운영하려면 몇 명이 필요할까. 사실 그것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정확히 몇 명이 최소 인원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장 유물 수량, 건물 크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 박물관에 일하기 전에는 대학박물관에서 일했다. 대학박물관은 몇몇을 제외하면 학.. 2023.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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