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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의 특별하지 않은 박물관 이야기33

일단 시작은 지도부터, 그렇지만 지도는 싫어요. 나는 매번 똑같은 일을 하기 싫어했다. 쥐뿔 아는 것도 없는데 여기서 더 생각해 볼 필요는 없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교수님께 소심하게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가 없게, 저는 대학에서 이런 주입식 수업을 듣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하지만 아는 것도 없는데 토론이 되겠냐며 교수님에게 까였다. 흑흑) 늘 말하기 주저하는 내 성향을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늘 의심도 많았다. 초등학생 때, 이승복 어린이 일화를 읽으면서 ‘이거 거짓말 아냐? 나 같으면 무서워서 숨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거 쓰면 나이대가 유추되는 것 아닌가요? 하하) 물론 선생님에게 말하진 않았지만. 일하면서 가장 지겨웠었던 것 일하면서 이러한 나의 성질머리가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는데.. 2024. 1. 7.
우리의 브랜딩: 서울을 보여드립니다 브랜딩이라는 말이 넘쳐난다. 마케팅에서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까지 나오니 말이다. 그래도 그 용어에서 느껴지는 뉘앙스 때문인지, 왠지 브랜딩이라는 단어는 상업적인 무언가에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박물관과 브랜딩이라는 두 단어는 이질적인 것 같았다. 처음 국립박물관과 그 산하 기관들에서 박물관 브랜딩화를 한다했을 때, 느낀 내 감정이다. 무엇을 브랜딩해야할까 박물관과 브랜딩이 어울리는 것일까. 대체 무엇을 브랜딩한다는 것일까 궁금했다. 국립박물관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국립진주박물관이다. 진주박물관은 임진왜란 특화 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진주성에 있는 지리적 위치까지 안성맞춤이다. 브랜딩이란 사람들이 특정 브랜드에 갖는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것.. 2023. 12. 23.
직장인으로서 학예사: 제너럴리스트 vs 스페셜리스트 직장인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어느 한 분야 전문적인 스페셜리스트,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을 두루두루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보통 공직에서 행정직들은 제너럴리스트로 분류되곤 한다. 어느 부서를 가더라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학예직에 종사하는 학예연구사 혹은 학예연구관은 스페셜리스트로 구분된다. 공직에서 행정직에 있는 분들은 제너럴리스트라 한다면, 어느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기에 스페셜리스트로 분류되는 것일 터다. 학예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나 자신을 특정 분야 전문가라 생각했다. 나뿐이 아니라 대다수 학예사가 ‘나는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할 것이고, 그에 대한 자부심으로 일한다. 그러나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스페셜리스트일까 라는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 2023. 12. 17.
과를 옮긴 이후 깨달은 몇 가지 과를 옮기게 된지 대략 1년이 다 되었다. 지난번 글에서도 썼지만, ‘교육’만을 전담으로 하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은 전시만을 담당하거나 혹은 교육과 전시 업무 모두를 했었다. 그러니 어찌 보면 교육 학예사로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1년의 경력을 교육에 대한 경력이라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어디서 얼마나 일하든 무언가를 얻게 되기 마련이다. 1년간의 업무를 통해, ‘이것이 박물관 교육이다!’라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막연하게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박물관 교육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박물관 전시에 대한 것이다. ‘또 전시냐.’라던가 혹은 ‘역시 전시 업무를 주로 했더니 전시만 생각하는 거냐.’라 할 수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전시 자체만을 생각한다기보다는.. 2023. 11. 14.
우리 프로그램은 어떤가요?: 어린이를 인터뷰하기 박물관에서 인터뷰는 성인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어린이를 인터뷰 하겠다 했을 때, 주위의 몇 명이 물었다. “그 아이들이 무엇을 말해줘?”라고. 하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 이상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박물관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인터뷰는 어른을 상대로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으로 관람객 만족도 조사가 있다. 설문지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묻고자 할 때 하는 인터뷰이다. 우리 박물관에서는 아마 이 인터뷰 말고, 지역 조사를 할 때 하는 인터뷰가 더 많을 것 같다. 문헌 조사로는 알아낼 수 없는 지역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하는 것이다. 전시를 할 때도 인터뷰를 한다. 교수님들을 모시고 하는 인터뷰도 있지만, 전시 주제에 대해 경험해 본 분들을 모시고 인터뷰도 있다. 그렇게 하면 마치.. 2023. 9. 26.
어린이의 눈으로 바라보기 우리 박물관에는 동화 구연 수업이 있다.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고 그 주제에 대한 신체 활동이나 만들기를 하는 것이다. 제목은 ‘말하는 박물관’이다. 작가님이 지어주었다는 이 제목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박물관이 말을 하다니 뭔가 귀여운 느낌인걸.’하고 말이다. 귀여운 제목만큼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5~7세의 귀여운 어린이들이다. 이 수업은 매니아 층이 있다. 다른 수업과 다르게 이 어린이들은 진짜 매니아라 할 만 하다. 1년 또는 2년 가까이를 오는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매니아인지 혹은 보호자가 매니아인지 알 수는 없지만. D도 그런 아이였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그렇듯, D는 동화 구연을 얼른 끝내고 만들기를 하고 싶어 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점차 그리기와 만들기를 싫어하게 되는 것 같.. 2023.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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