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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백사가 개고생해서 손자한테 써준 천자문 문화재청이 신규 보물로 지정한 목록이라 해서 오늘(28일) 공개한 것 중에 '이항복 해서 천자문 李恒福楷書千字文'이라는 이름을 얻은 존재가 유난히 내 눈에 띈다. 천자문은 널리 알려진 한자 초보 학습용 교과서로, 그런 성격으로서의 이런 교과서가 행서나 초서 혹은 전서로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니 당연히 가장 반듯한 인쇄체 글씨에 가까운 해서楷書로 작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문화재위원회가 고민을 하기는 했겠지만, 저 문서 제목은 그냥 이항복 천자문으로 했어야 한다고 본다. 해서라는 말이 들어감으로써 누더기 같은 느낌도 준다. 하긴 뭐 초서면 어떻고 전서면 어떠랴? 그런 점에서 이번 이항복 천자문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이 천자문에는 발문이 있다. “정미년(1607) 이른 여름(음력 4월) 손자 이시중에게 .. 2023. 4. 28.
늙어도 팔팔한 그대가 부럽구려, 친구 허백당虛白堂 성현成俔이 증언하는 유자광柳子光 장난삼아 부사 유 우후 자광에게 주다〔戲呈副使柳于後 子光〕 성현成俔(1439~1504), 《허백당집虛白堂集》 제13권 시詩 호탕한 기운 온 천지 뒤덮고 / 豪氣堂堂蓋八埏 일찍 공 세워 능연각 들었네 / 早年功業畫凌煙 삼백근 활 손수 당겨 겨누고 / 手挽弓滿斤三百 붓 들면 바로 시 만편 이르네 / 筆落詩成首十千 기자땅 잔치판 다시 얼굴 대하니 / 箕壤笙歌重會面 연산 눈보라 뚫고 다시 입조하네 / 燕山風雪再朝天 부럽구려 그대 기력 아직 팔팔해 / 羡君氣力猶强健 자주 옷깃 당겨 비단자리 더럽히네 / 屢把衣裳衊錦筵 [주-D001] 유우후柳于後 : 유자광柳子光(1439~1512)은 본관은 영광(靈光), 자는 우후이다. 건춘문建春門을 지키던 갑사甲士로 이시애李施愛 난이 일어나자 자원 종군하여 세조에게 발탁되었으며,.. 2023. 4. 28.
감사원? 감시원?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있겠는가? 감사원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 112, 북악이 서울분지 향해 남쪽으로 흘러내린 동쪽 기슭 언덕배기에 위치하니 이 장소 처음에 누가 물색했는지 알 순 없지만 위치로 보면 참말로 절묘해서 그 아래를 항시 조망하며 감시할 만한 데라 연원이 오랜 사찰로 치면 방장 조실스님 같은 큰스님이 머물며 주지 이하 아랫것들이 사찰을 잘 운영하고 있나 언제나 지켜보는 암자 그것과 천상 같다. 저 감사원은 한자로는 監査院이라 쓰고, 그에 해당하는 영어 명칭이 The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of Korea라, 한자도 그렇고 영어도 마찬가지라, 저 감시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기관 치고 좋아할 데라고는 어느 한 구석도 없다. audit and inspection 반길 사람 누가 있겠는가? audi.. 2023. 4. 28.
오래된 것일수록, 당대의 증언일수록 더 믿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계, 특히나 고물딱지를 신주보물단지처럼 여기는 우리네 역사 관련 학계에서 고질과도 같은 믿음이 있으니, 오래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그것이다. 텍스트로 국한해 볼짝시면, 덮어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에 대한 상대적인 믿음이 더 강한 노골과도 같은 신념이 있다. 오래된 것일수록, 그것이 소위 당대當代의 증언이라 해서, 그것이 후대에 나온 판본들에 견주어 당시의 실상을 훨씬 더 잘 전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소위 당대 혹은 당대에 가까운 텍스트일수록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언제나 그 보기로 들 듯이, 나는 광개토왕비 기록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 그것이 광개토왕 혹은 장수왕 시대의 기록이라 해서, 그것이 저 시대 사정을 후대의 다른 기록들에 견주어 진실성을 .. 2023. 4. 27.
배신한 칠보사 등꽃 분풀이는 둥글레와 금낭화로 이맘쯤이면 등나무 꽃 만발이라 공장서 가까운데로 청와대 인근 칠보사라는 북악 기슭 도심 사찰에 자라는 등나무 고목이 어김없이 봉두난발하며 호박벌 끌어모으는데 그 장면 잔뜩 기대하고는 제대로 카메라 담아보리라 작정하고는 카메라 가방 울러매고선 터벅터벅 점심시간 이용해 찾았더랬다. 하지만 이게 무슨 낭팬지 하도 고목이라 고사 단계라 그런지 아니면 절간에서 전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저 몰골로 앙상함만 뽐내는지라 허탈하기 짝이 없더라. 투덜투덜 비탈골목길 내려오면서 세상이 날 시기함을 절감하면서 사마천 떠올리며 착한 일 많이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 많이 하면 벌을 받는다는데 세상이 왜 이 꼬라진가 시국 한탄으로 번졌더랬다. 등꽃엔 덩치가 비길 요량은 없어 작디작지만 그 골목길에서 코딱지만한 금낭.. 2023. 4. 27.
한양여성 준비하는 노랑노랑 서울역사박물관 요샌 출근시간 마차서 칼퇴라 보통 다섯시면 땡치고 걸어 귀가한다. 코스도 그때그때 바뀌니 어젠 서울역박 지나는 길에 커피 한잔 하자고 친구들을 불러냈으니 비름빡 보아하니 한양여성을 주제로 하는 특별전을 준비하는 모양이라 상용이 홍현도 군도 한 다리 걸쳤다는 말을 접때 들은 기억이 있어 기별 넣으니 득달 같이 달려온다. 놀고 싶은데 잘됐다 이거겠지. 접때 주제 듣고는 쉽지는 않겠다 했더니 좀 두터비한 보고서 던지는데 이걸 준비하면서 맡긴 외부 용역 결과물이라 이게 있어 가능하다 큰소리 뻥뻥치더라. 좋은 주제 잡았다 싶다. 다만 저걸 어찌 포장하느냐는 문제 아니겠는가? 바쁜 친구들 오래 잡을 순 없어 라떼 한잔 때리고 문을 나서는데 요샌 참 희한한 풀도 많아 테두리 돌아가며 노랑이 이파리 싹틔우는 저런 친구.. 2023.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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