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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죽인 마누라, 엄지발가락을 밟은 후직의 어머니 후직(后稷)을 시조로 삼은 주(周) 왕조 창업을 노래한 《시詩·대아大雅》 〈생민生民〉과 〈비궁閟宮〉은 주인공이 주 왕조를 개창한 시조 후직이 아니라 그 엄마 강원姜嫄이다. 이 점을 후대 모든 사가(史家)는 혼동했다. 후직을 노래한 것으로 착각, 혹은 무게 중심을 후직으로 보았으니, 이는 패착이다. 내가 늘 지적하듯이, 위대한 시조의 탄생담(이를 우리는 흔히 건국시조, 혹은 시조신화라 한다)에는 늘 같은 구도가 있어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없애 버린다. 생물학적인 아버지를 죽여 버리고 그 자리에 하늘[天]을 늘 갖다 놓는다. 이렇게 해서 위대한 왕조를 창업한 시조는 천자(天子), 곧 하늘의 아들[天之子]라는 도식이 만들어진다. 이를 대표하는 인물이 다름 아닌 예수다. 예수한테도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없어, 그 .. 2018. 7. 17.
흘러가는 강물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한시, 계절의 노래(117) 강가에서(江上) 송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하늘 빛 무정하게담담하고 강물 소리 끝도 없이흘러가네 옛 사람은 근심을 다풀지 못해 후인에게 근심을남겨줬네 天色無情淡, 江聲不斷流. 古人愁不盡, 留與後人愁. 무정하게 그리고 끝도 없이 흐르는 것은 강물이다. 아니 덧없는 세월과 인생이다. 아니 천추만대로 이어지는 근심이다. 나는 한 때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을 쓴 적이 있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 따왔다. “선생님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나니!’(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아무 의미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자(程子)가 이 구절을 그럴 듯하게 풀이했다. “쉼 없이 .. 2018. 7. 17.
고목 우거진 산길에 오니 한시, 계절의 노래(116) ♣아침 일찍 길 나서서 다섯 수(早行五首) 중 둘째♣ 송 오불(吳芾) / 김영문 選譯評 이곳은 오로지고목 숲 많아 길가 곳곳 맑은 그늘넉넉하구나 행인은 한 여름에불볕 느끼나 이곳 오니 맑은 바람옷깃에 가득 此地惟多古樹林, 路傍處處足淸陰. 行人九夏熱如火, 到此淸風忽滿襟. 장마가 끝날 무렵부터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너도 나도 더위를 피해 산과 들과 바다로 나선다. 피서철 시작이다. 불볕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는 서늘한 그늘과 시원한 물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전국의 산, 계곡, 바닷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옛날 시골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는 동네 어귀 당나무 그늘에 느긋이 앉아 부채를 흔들거나 가까운 계곡이나 시내로 가서 발을 담갔다. 또 웬만한 마을에는 고목이 숲을 이룬 동쑤가.. 2018. 7. 17.
산에 올라 한시, 계절의 노래(115) 화정봉에 올라(登華頂峰) 송 맹관(孟觀) / 김영문 選譯評 우연히 화정봉에서잠을 자는데 손 뻗으니 별들을딸 수 있을 듯 감히 소리 높여이야기 못 함은 천상 사람 놀랄까두렵기 때문 偶因華頂宿, 擡手摘星辰. 不敢高聲語, 恐驚天上人. 이 시에 나오는 화정봉은 중국 절강성(浙江省) 천태산(天台山) 정상이다. 해발 1098미터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중국 불교 천태종의 조산(祖山)이고 자연 경관도 아름다워 예로부터 수많은 시인묵객의 유람처였다. 중국 천태종 16대 조사 의통(義通) 스님이 고려인이었고, 대각국사 의천(義天)도 천태산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는 작자가 천태산 정상에 묵으며 지은 작품이다. 높은 산에 올라 밤이 되면 확실히 하늘에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 2018. 7. 17.
물위를 뛰어오르는 은빛 물고기 한시, 계절의 노래(114) 남계에서 저녁 무렵 강물을 구경하다(南溪薄晚觀水) 송 양만리(楊萬里) / 김영문 選譯評 그 누가 모래 자갈로비스듬히 제방 쌓았나 세찬 물결 제방 부딪쳐절로 모래둑 터졌네 작은 물고기 무수히어지럽게 뛰어 오르고 유리판 아래에서은빛 꽃처럼 까부네 誰將沙礫壅堤斜, 水怒衝堤自決沙. 無數小魚齊亂跳, 琉璃盤底簸銀花. 장마철에 큰물이 지면 강물 흐름에 따라 저절로 모래와 자갈이 모여 둑이나 작은 제방이 생긴다. 깊은 곳은 깊어지고 얕은 곳은 얕아지며 자연의 질서가 이루어진다. 물살이 부딪쳐 둑이 터진 곳에는 작은 여울이 생기고 그곳으로 물고기들이 모여든다. 특히 여름 저녁이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에 피라미들이 비늘을 반짝이며 여울물을 거슬러 뛰어오른다. 여울물 아래 깊은 소(沼.. 2018. 7. 17.
푸르디푸른 물속 부들 한시, 계절의 노래(113) 청청수중포 세 수(靑靑水中蒲三首) 중 첫째 당 한유(韓愈) / 김영문 選譯評 푸르고 푸른물속 부들 그 아래물고기 한 쌍 그대 지금 농(隴) 땅으로 떠나면 나는 여기서누구와 살아요 靑靑水中蒲, 下有一雙魚. 君今上隴去, 我在與誰居. 한유는 시보다 문장으로 더 유명한 학자다.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유종원(柳宗元)과 함께 중당의 고문운동(古文運動)을 이끌었다. 위진남북조 이래로 공허하고 화려한 변려문(騈儷文)이 유행하자 한유는 “문장으로 성현의 도를 담아야 한다(文以載道)”고 강조하며 한나라 이전의 질박하고 실질적인 고문 전통을 회복하자고 주장했다. 이 시도 그런 영향 때문인지 『시경』과 초기 오언고시의 기미가 짙게 배어 있다. 우선 첫째 구와 둘째 구에서는 물속에서 자라는 부.. 2018.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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