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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기官妓 유지를 외친 허조를 위한 변명 성현成俔(1439∼1504)의 필기잡록 《용재총화慵齋叢話》 卷之九에 수록된 일화 중 하나다. 허문경공(許文敬公)은 조심성이 많고 엄격하여 집안을 다스리는 데 법도가 있었다. 자제 교육은 모두 소학(小學)의 예를 써서 하였는데, 조그마한 행동에 있어서도 반드시 삼갔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허공(許公)은 평생에 음양(陰陽)의 일을 모른다” 하니, 공이 웃으면서, “만약 내가 음양의 일을 알지 못하면 (큰아들인) 후(詡)와 (둘째아들인) 눌(訥)이 어디에서 나왔겠소”라고 했다. 이때 주읍(州邑)의 창기(娼妓)를 없애려는 의논이 있어서 정부 대신에게 물었더니, 모두 “없애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공에게 이 말이 미치기 전에 사람들은 모두 그가 맹렬히 (그것을 없애야 한다고) 논박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2018. 2. 18.
태胎를 찾아서, 율곡이 증언하는 조선왕 선조의 태항아리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석담일기石潭日記》 卷之上 융경(隆慶) 4년 庚午(1570·선조 3) 3월조에 보이는 기사 중 하나다. ○ 임천林川에 임금님 태胎를 묻었다. 임금께서 처음 즉위하실 때 조정 공론이 선대 전례에 따라 땅을 골라 태를 묻고자 하여 잠저潛邸에다가 태의 소재를 물어 그 동산 북편 숲 사이에서 찾아서는 그것을 묻을 곳을 가렸다. 강원도 춘천 땅에 묻으려고 산역山役을 거의 끝내고 정혈正穴을 살폈더니 그곳은 옛날 무덤이었다. 그래서 다시 황해도 강음(江陰 지금의 금천金川)으로 옮겨 터를 닦으니 정혈 수십 보 밖에 작은 항아리가 묻힌 것을 발견해, 그곳도 옛날 무덤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관찰사 구사맹具思孟이 “이는 정혈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단지 작은 항아리뿐이요 다른 것은 없으니 이것 때문에 대역.. 2018. 2. 18.
율곡이 말하는 면신례免新禮, 공무원 신참 신고식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석담일기(石潭日記)》 卷之上 융경(隆慶) 3년 기사(己巳·1569·선조 2) 9월조에 보이는 기사 중 하나다. ○ (선조 임금이) 사관(四舘 성균관ㆍ예문관ㆍ승문원ㆍ교서관)에서 새로 과거에 합격하여 들어온 신진들에게 침학(侵虐·학대)하던 풍습을 혁파토록 명하셨다. 이이가 임금께 아뢰기를 “인재를 양성하는 효과는 비록 하루아침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나, 다만 교화(敎化)를 해치는 폐습은 개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처음 과거에 합격한 선비들을 사관(四舘)에서 ‘신래(新來·처음 온 사람이라는 뜻)’라 지목하여 곤욕을 주고 침학(侵虐)하는데 하지 않는 짓이 없습니다. 대체로 호걸의 선비는 과거 자체를 그리 대단하게 여기지도 않는데, 하물며 갓을 부수고 옷을 찢으며 흙탕물에 구르게 하는 .. 2018. 2. 18.
가야 주체의 역사학과 임나일본부설 논쟁 나는 법정으로까지 간 이덕일-김현구 임나일본부 논쟁에서 이덕일을 편들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지만, 그렇다고 김현구가 말하는 임나일본부설을 찬동하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두어 번 했다. 김현구는 임나일본부를 백제가 가야를 통치 혹은 지배 혹은 조종하는 군사령부로 이해한다.(혹 내가 읽은지 오래라 오해가 있을 수 있으니 질정 바란다)이 논쟁에서 김현구는 이런 자신의 전력을 내세우며, 그 자신을 임나일본부를 인정한 식민사학자로 이덕일이 부당하게 매도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나는 '일본'이라는 주체를 '백제'로 치환했다 해서 그것이 식민사학 극복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면서, 그것은 또 다른 식민사학이라고 비판했다.가야는 막 떼어내 일본에 주거나, 백제에 주거나, 신라에 주는 처치물이 아니기.. 2018. 2. 17.
키루스대왕과 보희의 오줌꿈 천병희 선생 한국어 번역본으로 헤로도토스 《역사》를 읽다가 애매한 점이 있어 영어 번역본을 보니 자칫하면 큰 실수를 할 뻔 했는데 바로잡았다. 아래 영어 번역본은 아케메네스 왕조 건국시조인 키루스 2세 탄생에 얽힌 대목 기술이거니와, 예서 저 유명한 오줌 꿈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의 어머니 만다네가 오줌을 엄청 싸고, 그 오줌물이 흘러 국도를 잠기게 하고, 더 나아가 온 아시아를 물바다로 만들었다는 꿈 말이다. 한데 한국어 역본을 보면, 이런 꿈을 꾼 사람이 애매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 영역본을 보면 이 꿈은 만다네 자신이 아니라, 만나네 아버지, 다시 말해 키루스 대왕 외할아버지가 꾸었다. 이렇게 해야만 왜 그의 외할아버지가 이런 태몽을 안고 태어난 외손주 키루스를 죽이려 했는지가 명확해진다. 오줌에 .. 2018. 2. 17.
정창손의 수염과 술상무 정유년에 유구국왕 사신이 우리한테 왔다. 성종이 경회루에서 접견했다가 (유구국 사신이) 객관으로 물러나서 통사通事(통역관)에게 말하기를 "귀국에 와서 세 가지 장관壯觀을 보았다고 했다. 통역관이 그것이 무엇이냐 물으니 사신이 말했다. "경회루 돌기둥에 가로세로 그림을 새겨놓아 나는 용이 거꾸로 물속에 그림자를 지어 푸른 물결과 붉은 연꽃 사이에 보이기도 하고 숨기도 하니 이것이 한 가지 장관이고, 영의정 정공鄭公의 풍채가 준수하고 뛰어나며 백옥빛 같은 수염이 배 아래에까지 드리워 조정에서 빛이 나니 이것이 두 번째 장관입니다. 예빈정禮賓正이 매양 낮 술잔치에 참석하여 큰 술잔을 한없이 시원스레 마시면서 한 번도 어려워하는 빛이 없으니 이것이 세 번째 장관입니다."그때 이숙문李淑文이 예빈부정禮賓副正으로 있.. 2018.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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