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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물에 그 밥, 신라사 지난 100년의 역사 근자 어떤 자리에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전보가 예정된 유병하 국립경주박물관장을 만났더니, 새삼스레 명함 한 장 달라면서 이르기를, "최근에 나온 책자들 좀 보내주겠다"고 한다. 며칠 뒤, 저들 책자 4종이 우편물에 묻어왔다. 뜯어보니 지난 8~9월 두 달간 경주 지역에서 열린 신라 및 박물관 방재 시스템 관련 학술대회 발표집이었다. 주최별로 보니 국립경주박물관이 주최한 것으로는 '6세기 신라 석비石碑의 세계' 한 종이 있고, 나머지는 유관 기관들이 개최한 것들이었다. 지진방재 심포지엄이야 워낙 분야가 달라 논외로 치고, 이른바 정통 역사학, 정통 신라사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자들이 관여했을 법한 학술대회 발표집을 죽 훑어봤다. 저런 학술대회가 열린다는 소식과 그 내용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듣기도 .. 2018. 10. 3.
꽃에 깃든 가을 서리를 깔보고 고고한 절개를 자랑한다 해서 국화를 오상고절(傲霜孤節)이라 했던가? 보니, 국적 불명한 이 가을꽃 역시 그에 버금하니, 근자 주변에 흔히 보이는 이 꽃이 무어냐 물으니, 가우라(gaura)라 하는 분홍바늘꽃이라는데, 이르기를 미국 원산지로 2년생 또는 다년생 초본으로 근경이나 종자로 번식한다고 하거니와, 관상용으로 식재하며 자연상태에서 월동하며 자란다나 어쩐다나? 국화여, 긴장하라! 언제까지 연명 도씨 기대어 독고다이할 수는 없는 법, 적자생존으로 역사는 흘렀거니와, 그대 역시 넘버2, 넘버3로 밀려나지 말란 법은 하늘 땅 어디에도 없으리라. 2018. 10. 2.
홍시 모노가타리 아직 이 단계는 아니나, 이달 말이면 대한민국은 온통 홍시로 넘쳐난다. 나훈아는 홍시를 보며 따뜻한 젖가슴 내 주던 엄마를 떠올렸지만, 나는 그냥 초로 등치한다. 제맛을 내는 홍시는 실은 초로 변하기 직전의 그것이라, 하지만 이 무렵,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홍시는 곧잘 땅으로 고공직하하기 마련이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엔 흙만 대강 털어내곤 한 입에 털어놓곤 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꿀맛 방불하던 시절이었다. 먹을 것이 지천으로 깔리는 지금은 중력의 법칙을 시험한 홍시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괜실이 밟았다간 개똥 소똥과도 같은 대접이니, 하기야 어쩌겠는가? 시대가 변하고 입맛도 변했거늘, 홍시라고 언제까지나 나훈아가 기억하는 그 홍시로 남을 수는 없지 않은가? 터져버려 더는 손 쓸 재간이 없.. 2018. 10. 2.
시냇가에서 음미하는 가을 한시, 계절의 노래(189) 시냇가에서(溪上) [宋] 대복고(戴復古) / 김영문 選譯評 작은 누각 산뜻하게맑은 시내 마주한 곳 산들산들 서풍은저녁연기 쓸어가네 벽옥 물과 밝은 노을서로 함께 비춰주니 가을빛은 온전히석양 하늘에 모였네 小樓蕭灑面晴川, 嫋嫋西風掃暮煙. 碧水明霞兩相照, 秋光全在夕陽天. 다른 계절보다 가을 노을이 더 붉고 찬란한 까닭은 가을에 붉게 물들여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온 산천을 수놓는 단풍잎의 붉은색이 어디서 오겠는가? 저 저녁노을이 없으면 단풍이 물들지 못한다. 지금쯤 한창 무르익는 밤, 대추 빛깔도 거의 노을 물감에서 채색을 얻어온다. 특히 저녁 무렵 곱게 빛나는 주황색 감을 바라보면 알알이 스며든 노을빛에 황홀감이 느껴질 정도다. 억새 춤추는 산비탈 능금밭에는 반짝이는 능금 .. 2018. 10. 2.
가을 오니 추위는 몇번이나? 한시, 계절의 노래(188) 가을날 감흥(秋日遣興) 둘째 [宋] 손응시(孫應時) / 김영문 選譯評 올해 더위 지독함은다른 해와 달랐음에 이제 추풍 불어오니마음이 상쾌하네 평생 아직 추위 더위여러 번 겪어야 할 터 내 삶은 무슨 일로계기를 못 따르나 今年炎毒異他年, 及此秋風意灑然. 身世還須几寒暑, 吾生何事不隨緣. 가고 옮, 맞고 보냄, 추위와 더위, 비움과 채움, 초하루와 보름, 보름과 그믐 등등...... 『주역(周易)』이 말하는 원리가 오묘하다 해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자연스럽고 쉬운 이치조차 체득하기 어렵다. 사람의 생각은 늘 편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예순 가까운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인연과 계기가 있었다. 혹독한 더위와 추위 속에서 고통을 겪기도 했고, 봄바람과 가을바람 속.. 2018. 10. 2.
잠삼岑參 <봉입경사逢入京使> 서울로 들어가는 사절을 만나逢入京使 [唐] 잠삼(岑參) 故園東望路漫漫 동쪽 고향 바라보니 길은 아득하고 雙袖龍鐘淚不乾 양 소매 적시며 하염없이 눈물짓네馬上相逢無紙筆 말 탄 채 만났으니 종이도 붓도 없어憑君傳語報平安 그대가 말로 전해주시게 평안하다고 중당中唐의 변새시變塞詩를 대표하는 잠삼의 명작으로 꼽히거니와, 《全唐詩》 卷201이 저록著錄했다. 제목을 풀면 입경入京, 곧 서울로 들어가는 사절[使]을 만나서라는 뜻이거니와, 使란 전후문맥으로 보아 안서도호부에 들른 천자의 사절일 듯하다. 아니면, 반대로 도호부에서 서울로 보내는 사절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전자의 가능성이 큰 듯하다. 고원故園이란 고향을 말하거니와, 잠삼의 다른 시들을 보면, 당시 서울 장안長安을 지칭한다. 만만漫漫이란 길이 멀게 펼쳐진 .. 2018.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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