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분류 전체보기20056 <3.1절 80주년의 사건> (1) "특집을 기획하라!" 지금은 100주년이라 해서 난리를 피우는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 수립이 1999년에는 80주년인 해였다. 그 전 해 12월 1일자로 문화부로 배치되어 문화재와 학술을 담당하게 된 나한테 3.1절 80주년 특집을 하나 기획해 보라는 지시가 부장한테서 떨어졌다. 우리도 특집은 하나 했네 하는 이른바 생색내기는 해야겠고 해서, 이런 압박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흔히 생각하는 돌파구가 관련 인사들 인터뷰라, 나 역시 3.1절 관련 담당 주축기자로서, 이런 달콤한 유혹에 빠졌으니.... 이에서 관건은 과연 어떤 사람들을 인터뷰하느가 문제였다. 그리하여 하이바(머리를 지칭하는 언론계 속어다) 열심히 굴려서 생각해 냈다는 것이 실로 단순해서, 1919년 3.1절이 발발한 해에 태어난 사람들을 수소문해서, 그네들에게 과.. 2019. 2. 22. 만 그루 청매화와 바꾼 국가 한시, 계절의 노래(273) 녹악매 두 수(綠萼梅二首) 중 둘째 [宋] 임희이(任希夷) / 김영문 選譯評 수산간악 동쪽에악록화당 자리 했고 매화나무 만 그루이궁을 둘러쌌네 선화 연간 옛일은기억하는 사람 없어 분바른 얼굴 쓸쓸하게북풍을 마주하네 萼綠華堂艮嶽東, 梅花萬數繞離宮. 宣和舊事無人記, 粉面含凄向朔風. 한시 중에서 역사를 소재로 읊은 시를 영사시(詠史詩)라고 한다. 역사 속 일화에 대한 감상, 느낌, 비평 등을 풀어낸다. 시에서 다루는 역사를 모르면 그 시를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도 북송 휘종(徽宗) 선화(宣和) 연간에 벌어진 간악(艮嶽) 조성 및 북송 망국이라는 대사건이 배경에 깔려 있다. 남송 시인 임희이가 청매화(綠萼梅) 가득 핀 어느 봄날, 북송 도성 변경(汴京) 간악에 들렀다가 읊은 시로 .. 2019. 2. 22. 꽃샘 추위에 눈은 또 쌓이고 한시, 계절의 노래(274) 꽃샘추위[春寒] [宋] 문동(文同) / 김영문 選譯評 동풍은 무슨 일로힘 여전히 미약한지 으슬으슬 변방 추위나그네 옷 침범하네 묵은 눈 녹지 않고새 눈이 또 내리니 남쪽 정원 봄볕은어느 때 돌아올까 東風何事力猶微, 凜凜邊寒犯客衣. 舊雪未消新雪下, 南園春色幾時歸. 눈은 내리지 않지만 꽃샘추위가 사납다.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아직 선선히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큰아이 태어나기 전날에는 3월 말임에도 팔공산 정상이 하얗게 덮일 정도로 많은 눈이 내렸다. 2월 뿐 아니라 3월에도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눈이 내리는 날이 드물지 않다.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에는 떠나가는 계절의 미련과 다가오는 계절의 주저함이 교차한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은가? “언젠가/ 네 곁을.. 2019. 2. 22. 파피루스 종이 만드는 공정 여행전문가이드 시범이라 혹 엄격한 학문의 잣대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대략 개념을 이해하는 데는 요긴할지도 모르겠다. 이 파피루스 종이를 만드는 전통이 언제까지 이어지다 단절되었는지는 내가 아는 바가 없다. 이 파피루스는 내가 카이로에서 나일강 상류로 900킬로미터를 거슬러 올라간 지점인 아스완댐 인근 강변에서 열라 찾다가 겨우 몇 포기 보였으니, 듣건대 나일강 하류 쪽에 많이 자란다 했다. 근간이 보니 왕골이랑 엇비슷한 게 아닌가 한다. 왕골에 대한 내 어린시절 기억이 하도 이제는 가뭇가뭇해 자세한 기억은 없지만 말이다. 동양에서는 자작나무 껍질을 이런 방식 비스무리하게 도화지 혹은 종이로 이용했거니와, 이 자작나무 종이를 만드는 방식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안다. 2019. 2. 22. 몸짓으로 배우는 한자, 삐뚤어진 입 可 한 노인이 세 딸에게 모두 문자를 가르쳤다. 큰딸이 머리에 갓을 쓰고 나와서는 "저는 安입니다"고 하니 노인이 "잘했다"고 했다.둘째딸이 아들을 안고 나와서는 "저는 好자입니다"하니 노인이 "잘했다"고 했다. 셋째딸이 나이가 아주 어려 알몸으로 몸을 기울인 채 한 쪽 다리를 들고서서 말하기를 "저는 可자입니다"고 했다.그러자 노인이 가만이 보더니 이르기를 "그래...입口자가 조금 기울어지긴 했다만 그래도 역시 可자라고 할 만하다"유몽인柳夢寅 《어유야담於于野譚》에 보인다. 항상 셋째딸이 문제다. 내 마누라도 셋째딸이다. 2019. 2. 22. 한국이 버리고 외국이 품은 한복韓服 한복韓服..정확한 사전적 의미가 무엇인지 논란이 있을 것이로대 한국인의 전통 복장 정도로 이해해도 대과가 없으리라. 한복이라면 연상하는 이 이미지의 옷. 누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한복이라 이름 붙이기 시작했을까? 아무튼 저 패턴이 한국의 전통이라 해서 재발견되고 나선 이제는 한국인도 입지 않게 된 한복이 느닷없이 경복궁에 출현해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그것을 걸치는 이 외국인 일색이라는 역설이 빚어지는 중이다. 결혼식 폐백에서나, 돌잔치에서나, 환갑잔치에서나 드물게 걸치는 저런 한복 난 조선시대에 본 적이 없다. 기생옷이 가장 가찹고 사대부가 여인이나 걸쳤을 법한 복식이다. 조선시대를 구성한 절대다수가 빈민층이라 전인구 90프로가 거지였다. 저리 화려한 옷은 생평 구경도 못한 사람 천지였다. 기생 혹은 .. 2019. 2. 22. 이전 1 ··· 2931 2932 2933 2934 2935 2936 2937 ··· 3343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