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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나무 숲 뚫고 백양사 약사암에 오르며 부부 탄생을 축하하는 풍악 뒤로하고는 비자나무 숲을 지나 약사암 향해 산길 오른다. 저 비자나무 숲은 천연기념물이라, 현지서 만난 장성군 담당 공무원이 이르기를, 저 나무는 죽어도 베어내지 못한단다. 썩은 시체 용케 얻어걸리면 바둑판 몇개라도 만들려 했더니 예선 걸러먹었으니, 지정되지 않는 구역에서 찾아봐야겠다. 저 나무 주된 용처가 바둑판이다. 오후 세시가 넘었으므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선사하는 끝물단풍은 홍등가요 갓잡은 소에서 썰어낸 살코기 빛이다. 붉음 노랑 교집합 화려하다. 문득문득 돌아보며 저를 찬탄한다. 땀 많은 체질 탓이기도 하려니와, 금새 온몸은 땀 범벅이라, 찌린내 몸에 밸까 약사암 올라 훌러덩 잠바때기 벗어제끼니 이파리 향기 머금은 계곡 바람 쏴 하니 피부를 훝는다. 이 약사암은 저.. 2018. 11. 12.
원님 덕에 나발 분 백암산 단풍구경 올해는 놓치는가 했더랬다. 지난 여름이 기록적인 폭염을 선물한 만큼 겨울 역시 그만큼 걸음걸이가 빠른 듯한 까닭이었다. 다행히 막차를 탔으니 끝물은 겨우 부여잡은 셈이다. 남도 장성 땅, 백암산이 품은 백양사 쌍계루에선 주말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단풍 축제가 끝물이라 그런지 백양사로 들어가는 외길 일차선은 차량으로 범벅이나, 거북이 걸음이 좋은 까닭은 그래도 몇가닥 남지 않은 단풍 끝물을 느긋이 감상케 하기 때문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곶감을 깎고 말린다. 처마밑 곶감이 주변 단풍과 하모니를 맞춘다. 좌판 벌여놓곤 모시 송편을 파는데, 빚어 찌기 시작한 송편이 김이 모락모락한다. 녹색이 빛을 발하는데 참기름을 발라서인지 아님 빛이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듣자니 송편 만드는데 쓰는 모시는 영암이 산지라.. 2018. 11. 12.
이규보가 증언하는 배불뚝이 포대화상 포대화상(布帒和尙)에 관한 단편 하나를 이 블로그에서 나는 '포대화상의 시대'라는 제하 글로써 간략히 초한 적 있거니와, 그에서 나는 한반도 포대화상과 관련한 증언으로 가장 빠른 글 중 하나로 이규보를 언급했으니, 당시엔 나는 이 글을 직접 인용하지 않았으나, 오늘 이 자리에서는 그것을 직접 보기로 한다. 그 글은 이규보(李奎報·1169∼1241)의 방대한 문집 《동국이상국전집東國李相國全集) 권 제19 찬(贊) 중 하나로 실렸으니, '포대화상찬(布袋和尙贊)'이라는 글이 그것이다. 포대화상찬이란 포대화상을 상찬, 혹은 칭송한 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이를 통해 포대화상의 생태적 특징과 그것이 지닌 특성 혹은 장점이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한다. 옮김은 한국고전번역원 제공본을 기본으로 삼아 보면 다음과 같다. 일.. 2018. 11. 11.
남포에서 보내는 님 《동문선東文選》 권19권 칠언절구(七言絶句) 님을 보내며[(送人] [高麗] 정지상(鄭知常) 비 갠 긴 언덕엔 풀 빛 더욱 푸른데남포서 임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대동강 물이야 어느 때 말라버릴지 이별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 더하네 雨歇長堤草色多, 送君南浦動悲歌. 大同江水何時盡, 別淚年年添綠波. 인구에 회자하는 절창이라 하거니와, 특히 '대동강수 하시진大同江水何時盡, 별루 년년 청록파別淚年年添綠波'는 이후 무수한 변종을 낳게 된다. 남포란 지명이 지금 대동강 어구에 남았거니와, 이와는 관계없이 항용 이별하는 장소를 뜻하는 말로 쓰이거니와, 이는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 대시인 굴원(屈原)이 〈구가(九歌)> 중 동군(東君)에서 노래한 “그대와 손을 마주 잡음이여, 동쪽으로 가는도다. 아름다운 사람을 전송함.. 2018. 11. 11.
만고의 역사 함몰한 황제릉에서 한시, 계절의 노래(214) 낙유원에 올라(登樂遊原) [唐] 두목 / 김영문 選譯評 넓은 허공 일망무제외로운 새 사라지고 만고의 모든 역사그 속으로 침몰했네 한나라 왕조 살피건대무슨 일 이루었나 다섯 능엔 나무 없어도가을바람 일어나네 長空澹澹孤鳥沒, 萬古銷沈向此中. 看取漢家何事業, 五陵無樹起秋風. 성당 시대의 이두(李杜)라고 하면 우리는 바로 이백과 두보를 떠올린다. 두 사람은 중국 전통 시단의 쌍벽이다. 하지만 만당(晩唐) 시대에도 이두(李杜)라는 말이 유행했다. 당시 시단을 주름잡던 이상은과 두목을 가리킨다. 두목은 “遠上寒山石徑斜, 白雲生處有人家”라는 「산행(山行)」 시로 천하에 명성을 떨쳤지만 기실 그는 역사를 소재로 흥망성쇠의 비감을 읊는 ‘회고시(懷古詩)’에서 장기를 발휘했다. 이상은은 우리에.. 2018. 11. 11.
"당신은 버들개지, 나는 외로운 소나무" 우연히 느낌이 있어서[感遇] [조선] 허봉(許篈·1551~1588) 낭군은 둑가 버들 좋아하셨고소첩은 고개 위 솔 좋았어요바람 따라 홀연히 흩날리며이리저리 쓸려가는 저 버들개지겨울엔 그 자태 변하지 않는늘 푸른 솔과 같지 않지요 좋아함과 싫어함 늘 변하기에걱정스런 마음만 가득하답니다 君好堤邊柳, 妾好嶺頭松. 柳絮忽飄蕩, 隨風無定蹤. 不如歲寒姿, 靑靑傲窮冬. 好惡苦不定, 憂心徒忡忡. 조선후기 문사 한치윤(韓致奫·1765~1814)이 《열조시집(列朝詩集)》에서 채록했다면서, 그의 《해동역사(海東繹史)》 권제49 예문지(藝文志) 8 본국시(本國詩) 3 본조(本朝) 하(下)에 위 시를 수록하면서, 《열조시집》을 인용해 이르기를 “허봉(許篈)의 여동생이 김성립(金成立)한테 시집갔는데, 착했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다.. 2018.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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