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각발이 일석 이희승 회고록을 보면 1920년대 조선에 분 사회풍조로 자유연예와 그에 따른 이혼 유행을 회고하면서
1896년생인 자신 또한 이혼을 심각히 고민하다 그만 두었다고 한다.
비슷한 시절 양주동은 소설가 강경애랑 동거하다 찢어지기도 했다.
종래 조선시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사회현상이었다.
서울 송파구립 송파책박물관이 어제 개막한 신년 기획특별전 '책 속에 꽃 핀 사랑'은
사랑을 착목해 조선후기 이래 이 땅에서 새롭게 대두한 사랑 이야기를 적출한다.
책 박물관이니만큼 저 시절 각종 책자에 드러난 사랑 이야기를 정리한 셈인데
하긴 저 시대 저 현상의 증언자로 책 같은 인쇄매체와 영상밖에 더 있겠는가?
언제더라 LH박물관에서 조선후기 고문서에서 드러난 사랑 이야기를 전면에 노출한 바 있거니와
그 완연하게 변화한 사랑 패턴을 비교함직 하나 전자는 이미 사라지고 그 전시 카탈로그만 남았으니 아쉽기는 하다.
조선시대 사랑이 변함없는 지조 정조를 상찬하겠으나 이미 시대는 그것을 헌신짝처럼 버렸으니
다만 그것이 옥죄는 형태였건 식으면 언제건 그만두고 새 사람을 찾아나서는 양태였건
절절했음에라야 다름이 있으리오?
가정이란 속박을 박차고 자유부인을 선언한 사랑이 어찌 한 사람만을 오매불망하는 사랑에 견주어 천박하다 하리오?
그것이 사랑임에랴 다 절절하고 다 들뜨고 하지 않겠는가?
그 사랑을 구상화하기가 여간 쉽지 않을 테고 그런 까닭에 혹 이번 전시에 아쉬운 대목이 없지 않겠지만
사랑은 그 자체로 언제건 음미할 하지 않겠는가?
그에는 내가 꿈꾼 사랑이 있을 테며 내가 잃은 사랑 내가 버린 사랑 내가 하는 사랑 내가 할 사랑
여러 사랑이 봄날 아지랑이마냥 피어오르지 않겠는가?
여담이나 확실히 문화계 역시 그 주축 세력이 여성들로 교체됨에 따라 전시실 환경도 급속도로 변모한다.
종래 박물관이라며 어둡고 칙칙한 귀신집이었지만 이젠 그딴 상여집 차렸다간 버림받는 시대라
사랑이라 더 그렇기는 하겠지만 저 사랑 전시장은 온통 울긋불긋 분홍색 인형의 집이다.
전시장 한 켠에 해파리 같은 조형물을 설치하기도 했으니 살피니 등나무 꽃이었다.
등나무는 갈등葛藤의 당당한 한 축인데, 그런 갈등도 꽃이 피면 아름답다는 뜻인가?
이 특별전 예고는 아래 기사 클릭 참조
시대별 연애풍속도 엿보기…송파구 '책속에 꽃핀 사랑' 특별전
송고시간 2025-01-2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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