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사유로 신촌 세브란스 들릴 때면 어김없이 인근 연세대박물관을 들르곤 하는데
어제도 병원 일 보고선 들리니
작년 개막한 공주 석장리 구석기 유적 발굴 6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이 계속하는 중이었거니와
나 역시 별르기는 했지만 해외 출타로 여의치 않았으니 마침 잘됐다 싶기도 했다.
이 박물관은 1년 만이라 그새 적지 않은 변화들이 있었으니
첫째 그 수장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구석기 전공 조태섭에서 같은 사학과 80학번 동기 신라사 전공 하일식으로 바뀌었으니
그 바뀐 사실을 어제야 알았으며 내친 김에 잠깐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늙어버린 모습들에 같이 놀라며 껄껄 웃고 말았으니
저 사학과에는 유독 저 학번 동기 교수가 많아 듣자니 2년 뒤면 앞서거니뒤서거니 하면서 정년퇴직이라 하니 세월이 참말로 무상하다 하겠다.
하 관장도 2년 남았다는데 홍보에 관심이 특히 많아 개인적으로도 이런저런 당부를 하기도 했고 그 역시 그런 필요성을 절감하며 이런저런 방안들을 강구 중이라 한다.
대학박물관? 돈 버는 데 보다는 쓰는 곳이라 학교에서 달가워하는 데가 아니며 이때문에 운영이 힘들다는 토로야 어제오늘 일인가?
하 관장 역시 같은 고민에 봉착해 고민이 많다 하거니와 이제 2년 남은 거 눈치볼 거 없이 박물관에 헌신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 놓았음 싶고
들으니 열정이 대단하다 하니 여간 다행이 아니지 싶다.
그가 이르기를 박물관은 품격을 높이는 데라, 더구나 연대 같은 학교가 품격을 높이는 일을 게을리할 수는 없고 이 점을 학교본부에 집중 어필한다 했다.
둘째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못해 근자 이 학교 조직 개편에 따라 박물관과 도서관, 기타 기관들이 한데 엎어져 학술본부인가? 하는 이름으로 편제된 모양이라
그 학술처장인지 본부장에 도서관장이 임명되는 바람에 영 모양새 이상하게 되어 박물관이 도서관 밑에 들어간 형국이라
이런 상황에 즈음해 이르기를
그 학술처장을 박물관장이 할 수도 있으니 꼭 축소편제라고는 할 수 없다 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서인선 선생 연락을 취하니 지하 수장고 같은 데서 튀어나오는데 마침 한창균 선생 와 계시다 이르기에
아니 그 영감이 여긴 어인 일로?
하며 지하로 내려가니 석장리 자료 잔뜩 벌려놓은 중이라
그 연세엔 논문 말고 회고록 쓰시고 단행본 챕터를 쓰셔야 하며 책을 쓰셔야 한다 윽박했으니
나중 다른 자리서 듣자니 논문 투고를 많이 하신다 해서 다시금
선생님 같은 퇴물들은 논문이 아니라 책 쓰셔야 합니다.
생평 하신 일이 논문쓰기라 해서 그 습성 버리시지 못하는 모양이나 하시고 싶은 얘기 책으로 하세요.
회고록 더 늦기 전에 쓰시구요 ㅋㅋ
뭐 글타고 저 양반이 내 말 새기기나 하겠는가?
연세 들면 말을 더 안 듣는 법이니 내가 그랬다는 기록만 남긴다.
선생은 70학번이라 석장리는 나중에 참여했고 것도 잠깐 6개월 정도였다 하거니와
딱 폼새 보니 석장리 단행본 준비 중이라 아마 그 작업을 수행하고자 노구 이끌고 대전서 상경하신 모양이라
그러니 관장하실 적에 석장리 자료 다 저한테 넘겼다면 제가 하나 정리했을 거 아닙니까?
하며 옆 서선생한테는
석장리 자료 제출 이 양반이 거부했다!
한마디 해 놓았다.
저 석장리는 해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으나
나처럼 비교적 그런 이야기에서 자유로운 사람도 걸리는 부문이 없지 않아서
이 놈들이 툭하면 나를 지칭해 Y대 출신이라는 깍지 덮어씌워 일방으로 편든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하지만 이 석장리는 지금껏 하지 못한 이야기, 한창균 선생이라면 더더구나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이젠 정리할 때가 되었다.
저 일을 내가 손대야지 어느 누가 하겠는가?
그러고 보니 전시회 얘긴 안 했구나?
일식집 가서 찌께다시만 열라 줏어먹다 배가 터져 정작 메인디시는 못 먹은 꼴이라 배 꺼지면 다음 본편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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