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내면에서 작동했다.
그리하여 세계사상사 전집을 읽었고, 세계문학전집을 읽었다.
사르트르 소설 '구토'에 나오는 로캉댕이라는 친구는 도서관에서 A부터 Z까지 모조리 도서관 책을 읽어내려가지만,
또 그것이 사르트르의 잔영이지만 어쩌면 그것이 내 자화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졌다.
이에서 처음에는 나는 플라톤과 칸트를 놓아주었으며, 공자도 보내고 노장도 보냈다.
최근 근 10년간은 불타를 보내기 위해 이쪽을 공부하는 중이다.
석가모니를 보내는 날도 머지 않았으리라.
그리하여 어느 때부턴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거창한 철학이나 논리에 기댈 필요도 없어졌다.
비로소 나는 이른바 그런 거물들과 '다이다이' '맞다이'를 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28일)
빈 말이 아니요 저 무렵 나는 저랬다.
인용에서 자유로워졌다는 뜻이다.
물론 실제로 내가 저 수준에 이르렀는가 아닌가는 다른 문제다.
흔히들 내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 맥락으로 보아줬으면 싶다.
인용이라는 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날, 혹은 그 순간이 내 것인 학문을 하는 순간이라는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내가 내 이야기도 하기 바빠 죽겠는데, 내가 미쳤다고 남들 이야기나 그것이 멋 있다고, 혹은 내 입론을 받침한다고 그것들을 찾아 끌어대 대는 일로 헤매야 하겠는가?
그것이 비록 표절 혐의를 산다 해도, 그건 내가 나랑 비슷한 이야기를 한 사람을 표절한 것이 아니요,
그 전배前輩가 우연히 나랑 비슷한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런 그가 나를 상찬해야지, 내가 그가 전배라는 이유로,
또 그가 나보다 앞서 나랑 비슷한 생각 혹은 비슷한 말을 했다 해서
그가 어찌 내 선생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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