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이나 행동, 혹은 생각에는 公의 영역이 있고 私에 속하는 영역이 있다.
물론 이 둘이 늘 싹뚝 잘라지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니, 많은 문제가 이에서 비롯한다.
작금 KBS 사태를 불러온 직접 계기는 보도국장의 발언이었다.
나는 그 정확한 내막을 모르며, 또 문제의 발언이 나오게 된 전후 맥락도 전연 모른다.
다만 나한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쩌면 私席이라 분류할 수 있는 장소에서의 발언이었다는 점이다.
애니웨이, 이것이 촉발한 사태는 급기야 문제의 보도국장이 물러나고,
물러나면서 물귀신 작전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사장을 물고 늘어졌고
그것이 회오리 바람을 일으키면서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는 사태, 그리고 당사자는 그에 반발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사태로 발전했다.

이 사건 전개를 보면 중첩한 코미디의 연발이다.
어떤 개콘 코너도 이보다 웃길 수는 없다.
보도국장이 뱉었다는 문제의 세월호 참사 관련 발언은 어느새 온데간데 없이 자취와 종적을 감춰버렸다는 점이 나로서는 실로 의아스럽기만 하다.
그 사건의 진위 여부를 나로서는 논할 처지가 못된다.
다만 나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公과 私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징조의 단적인 보기라는 점이다.
私의 영역에서 가장 중대한 점은 나는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사상의 자유로 본다.
한데 대한민국 사회가 어찌하여 이 모양이 되어 公이 私가 되고, 私가 公이 되는지 분통이 터진다.
공과 사가 분리되지 않고 혼효하는 데서 오가작통법이 작동한다.
이런 사회일수록 입은 침묵하기 마련이며, 집단과 광기만이 판을 치기 마련이다.
***
이상은 2014년 6월 12일에 내가 썼다는[이리 말하는 까닭은 나도 그 계기를 모르기 때문이다.] 글이다.
그래서 저에서 말하는 보도국장 사태가 무엇인지 당시 사태 전개를 당시 관련 보도를 기초로 검출 정리해 보면 이렇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에 있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침몰하여 승객 중 29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초대형 해상사고다.
이 배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재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탑승했으니, 개중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이 사망했다.
이 일이 오죽 상흔이 컸던가?
시시각각 관련 소식을 언론이 쏟아낼 수밖에 없었거니와,
이 사고는 급기야 정권 문제로 비화해 그 비난의 화살이 박근혜를 겨냥한 정치사고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이 사내 어떤 회식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는 300명이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지만, 연간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건 아니”고 말했다 해서 이 발언이 외부로 공개되면서 문제가 됐다.
이런 발언이 보도되자 김 국장은 발언이 왜곡됐다면서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만큼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가 많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라 해서 해명했지만 사태는 커져서 일파만파로 번졌다.
저 발언이 보도된 것이 그해 5월 3일.
5월 8일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의도 KBS 본사를 방문해 김 국장 파면과 길환영 사장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그 이튿날에는 유가족들이 청와대 근처로 이동해 밤샘 농성을 벌이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자 길 사장이 결국 농성 현장을 찾아가 공개 사과했다.
이에 김 국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 밝히는 것까지는 그래 그렇다 치고, 느닷없이 길 사장 퇴진도 촉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내부 불만이 터져나온 것인데 나중엔 김 국장은 청와대와 길 사장이 보도와 인사에 외압이 있었다는 추가 폭로까지 하면서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나로선 이런 사태 전개가 지금 생각해도 웃긴다고 본다.
사석이랄 수 있는 회식 자리에서의 발언이 문제가 되어, 일이 저리 커져 버렸으니, 이 어찌 웃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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