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서 겸재정선미술관(관장 송희경)은 이름과는 달리 고미술을 전문으로 삼는 까닭에 박물관처럼 인식되지만, 미술관으로 등록한 서울 강서구가 설립 운영 주체인 공립 미술관이다.
같은 강서구립이요, 같은 강서문화재단 산하인 허준박물관이 공립박물관인 점과 아주 다르다.
그렇다고 그것이 박물관이냐 미술이냐가가 행정 절차로서야 다르겠지만 일반한테는 하등 중요할 수는 없다.

꼴뚜기 뛰니 망둥이 뛴다고 옆집 이웃사촌 허준박물관이 요망한 관장 한 명 가더니 아주 쌩난리통이라,
덩달아 이 미술관도 가만 있을 수 없다해서 요란법석을 떠는데, 그네가 이참에 준비한 시식코너는 금강산이다.
한데 옆집이 빈깡통 소리만 요란한데 이 미술집은 옹골찬 가을철 알밤 같다.
기초자지단체 공립 치고선 꽤 그 품목이 풍성한데, 금강산을 고리로 삼아 근현대 회화가 품은 작품을 대거 긁어 모았으니 오늘 24일 공식 개막식을 치르는 《아! 금강산, 수수만년 아름다운》 전이 그것이라.

오는 6월 25일까지 계속할 이 자리에는 이 미술관 주인공 겸재 정선 금강산전도 빼고선 금강산으로 내로라 하는 작품은 모조리 빼왔다 생각하면 될 성 싶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꼬불친 김홍도 작품으로 전하는 해동명산도海東名山圖와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정선화첩謙齋鄭敾畵帖을 빌려온 점을 주최 측을 대서특필한다.
두 작품은 일정에 따라 부분 교체 전시되니 이 대목 확인하고 가야 한다.

더불어 회화작품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존재감이 크게 드러나지 않지만 대학 박물관에 좀 있는 편이라 서울대박물관 소장 겸현신품첩(謙玄神品帖과 성균관대박물관 소장 동유첩東遊帖도 귀한 발걸음을 한다.
이에 업해서 미술관은 이번 전시가 "공립미술관과 대학이 협력해 문화 자산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고 자랑질한다.

단순히 금강산이라는 막연한 소재가 아니라 주최 측은 이번 전시를 통해 금강산이 지닌 의미 변화를 조망하고자 한다 했다.
이를 위해 Part 1은 성지에서 진경으로을 표방하며 Part 2는 기억과 심상의 공간으로을 고찰한다.

조선시대에 종교적 상징과 이상적 자연의 표상이던 금강산이 후기에는 실제 유람 대상이 되면서 이른바 진경산수화로 나타나는 과정을 추적하며,
나아가 금강산이 경관 재현보다는 기억, 상상, 경험을 통해 재구성된 풍경으로 나타나는 점을 착목한다.
변관식의 금강사계, 이응노의 몽견금강, 김호득의 구룡폭, 김선두의 금강지춘 등 근현대기 대가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일만으로도 이번 전시를 상찬해야 마땅하다.
더구나 기초지자체 공립미술관이 이런 일을 했다는데, 노력에 대한 상찬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돈 펑펑 쓰는 국립박물관 혹은 국립미술관과 같은 반열에 놓고 대접해야겠는가?
나는 박물관은 오직 국립박물관만 따지며 공립 중에서는 서울 시립 정도만 칼을 댄다.
나는 으레 금강산 전시라면 언제나 겸재에서 시작해서 변관식에서 끝나는 일에 신물이 나거니와 그런 측면에서 황인기 '오래된 바람'(2017, 플라스틱블럭, 240.0×336.0cm)을 비롯한 현대작 또한 선보인다는 점을 주목한다.

언제까지 금강산이라 해서 만폭동 그림 보며 뭐가 잘 났는 줄도 모르면서 진경이네 마네 저 자신도 모르는 소리 지껄여야겠는가?
미술 또한 당연한 이야기만 살아 꿈틀하는 생물이다.
전시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주말은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로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 및 군경 500원(단체 관람 시 성인 700원, 청소년 및 군경 300원)이다.
단, 만 6세 미만 및 만 65세 이상, 국가유공자 등은 무료관람 대상자이다.
전시 관련 문의 02-2659-2206~7
덧붙여 이 참에 옆집 그 시끄러운 내 친구 충배가 관장질하는 허준박물관도 仁을 실천한 의사들인지 뭔지를 꾸며놨으니, 함께 들리면 좋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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