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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한 비에, 또 태풍에 오죽 곡절 많았는가?
선친이 남긴 쥐꼬리 만한 새논에 나가니
그 상흔 오롯해 사과는 절반이 곰보다.
폭포수 휩쓸고 간 시내엔 버드나무 물길 따라 자빠졌고
손주놈 벌거지 잡는 와중에 할매는 고추 따서 말려려는 중이다.
저 고추 말린다고 뙤약볕을 얼마나 씌었는지
요새야 건조기라 해서 전기로 잡아돌리면 순식간에 이집트 미라마냥 바짝 구워서 나온다.
호박이 황달 기미 완연하고 거미는 얼마나 쳐먹었는지 배가 땡땡하다.
가을은 그렇게 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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