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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간만에 조우한 이성시 선생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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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노곤 단잠 취하는데 요란스레 울리는 전화.

찍히는 이름 보니 박환무다.

다짜고짜 하는 말이 "이성시 선생이 너 보고 싶댄다. 나와라"단다.

투덜투덜..왜 왔데 하면서 나간다.


듣자니 어제 주보돈 선생 정년퇴임식이 설대 호암회관에서 한국목간학회 주최로 있었던 모양이라 그 학회장으로서 참석했다가 오늘 저녁 돌아간단다.


그의 단행본은 공교롭게 내가 아일랜드 휴가 중일 때 나와 언론에 배포된 까닭에 유별나게 내가 신경을 기울이지 못한 마음의 짐이 있었다.

나가 보니 연세대에 있던 김유철 선생이 있고 나보다 늦게 국박 전시과장 이병호 선생이 합류한다. 이 과장은 전시 관계로 배기동 관장 수행하고 폴란드 갔다가 막 들어오는 길이라는데 피곤에 떡인 상태다.


신간 제목이 《투쟁의 장으로서의 고대사》라 해서 맨홀 뚜껑 배경삼는다. 

2000년인가 이번과 같은 삼인 출판사에서 나와 공전의 화제가 된 《만들어진 고대》랑 문제의식은 같되 관심 영역을 확장했다.

역자는 전편과 같은 박경희 선생이라, 일본어 번역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분이라, 박환무 형 어부인 되시겠다. 


 
듣자니 전작에서 세 편을 다시 옮겨왔다는데 목차에서 엿보듯 전작보다 훨씬 직접 현대적이다.

전작이 주로 고대를 투영해 근대국민국가의 역사 투쟁을 읽으려 했다면, 이번 책이 다루는 소재나 주제는 근현대에 더 가찹다.

52일 전에 7시간에 걸친 대 심장수술을 했다는데 격무 때문이었으리라. 얼마전까지 4년간 와세다대학 부총장이자 15명으로 구성되는 이 대학 이사진 중 한 명으로 일하면서 심신을 망쳤다.

돌아가셨더래면 내 몸소 멋난 부음기사 써드렸을 거라며 한바탕 웃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정식으로 같이 찍은 사진 한장 변변찮게 없어 맘에 걸렸는데, 책 장사도 해야 하니 폼 잡으랬더니, 책이 많이 팔려 삼인 살림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단 말을 잊지 않는다.

내친 김에 아사히신문 역사전문 기자로 이름을 날린 와타나베 선생 근황도 물으니, 동경본사에서 지사로 쫓겨나서도 끝까지 버티며 책도 두 권 내고서 문필가로 제2인생을 꾸려간다는데, 내가 귀감으로 삼아야겠다.

책을 받았으니 나도 그 반대급부로 《직설 무령왕릉》을 증정했더니, 왈,

마침 일본 역사학회서 원고 의뢰가 왔는데 권력과 역사학이라 많은 도움이 되겠다 한다.

모쪼록 건강했음 싶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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