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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노년의 연구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

by 신동훈 識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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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삼국 그림 중 많이 나오는 클리셰 소재 중 하나가 

한 영감님이 흐르는 물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장면이다. 

우리 유산 중에는 강희안의 고사관수도가 유명하지만 

사실 관수도만 아니라 관폭도, 폭포를 그린 그림도 비슷한 모티브로 안다. 

이런 그림은 중국과 일본에도 꽤 있다. 

일단 흐르는 물이나 폭포를 보는 그림은 모두 비슷한 사상적 배경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런 그림들은 평범한 산수화 같고 
실제로 그런 뜻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지만 

필자가 아는 한 고사관수, 혹은 고사관폭도는 맹자의 다음 구절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孟子曰:“源源混混,不舍昼夜,盈科而后进,放手四海。有本者如是,是之取尔。苟为无本,七八月之间雨集,沟浍皆盈;其涸也,可立而待也。故声闻过情,君子耻之。”——《孟子·离娄下》

유가에 있어 흐르는 물은 중단없는 전진, 흔들림없는 지향성, 헛된 명성에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상징한다 하겠다. 

이 말은 나이가 젊었을 때는 그 말의 가치를 쉽게 알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 인생의 수확기에 들어가 하나씩 둘 씩 거둬 들이기 시작하면 뼈에 와 닿는 부분이 많은 말인데, 

그만큼 노년에 시사하는 바가 큰 이야기이다.

우선 하나씩 채우면서 다 차면 넘어가는 방식으로 서두르지 말고 대충 하는 바 없이 추구해야 한다는 점

물이 흐르듯이 중단없이 끊임없이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 

자기 지향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으면 허명에 집착하게 된다는 점

단 한 구절의 맹자님 말씀이 머리를 치는 부분이 많다 하겠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반백이 되는 시기가 되면 사진이라도 구해 책상 옆에 붙여야 할 그림이 바로 고사관수도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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