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이란 무엇인가
근대적 사유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개항 이전 동아시아 지식인 사회의 이데올로기의 마지막 단계였다 할
성리학의 경우 그 체계와 사유의 구조가
우리 생각처럼 허무맹랑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유교 합리주의에 기반한데다가
송대를 거치면서 합리적이며 논리적 사유가 한층 정밀화하여
서양의 합리주의적 세계관에 매우 근접한 철학 체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조선 후기 실학의 서술과 세계관을 유교와는 별개의 근대적 사유라고 보는 시각에
필자는 동의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그 정도의 합리적 사유는 이미 성리학 철학체계 내부에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후기를 풍미한 예학이라는 것 자체가
기존의 유교 경전에서 논리적으로 어떤 의례가 고례에 맞는가를 증명하고자 했기 때문에
크게 보아 신학을 철학으로 증명하고자 한 토마스 아퀴나스 등의 철학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다.
근대철학이 모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토마스 아퀴나스의 중세 철학에 뿌리 박고
거기에서 배태되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성리철학이 동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굳건하며
동아시아 사회에서 합리주의의 기반은 성리학,
더 나아가서는 유교에 뿌리박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라 본다.
주자어류에 보면, 왜 북쪽으로 가면 해가 짧아지는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마도 막북을 원정한 누군가의 말을 듣고 제자가 질문한 모양으로
북쪽으로 가면 해가 짧아진다는데 왜 그렇습니까.
이렇게 물으니 이에 대해 주자가 답을 하는데
매우 합리적 설명을 시도한 것을 보고 필자가 감탄한 적이 있다.
주자학이라는 것이 전부 이렇다.
기본적으로 합리주의적이기 때문에 우리 생각처럼 닥치고 외우는 공부와는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오늘날 수학 공부라고 해서 닥치고 공식을 외워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문제를 푸는 사람이 없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수학의 본질이 암기에 있다고 해서는 곤란하는 말이다.
반면 이렇게 합리주의적이라고 해서 이것이 곧 근대적 사유인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왜?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만으로는 근대적 사유, 과학적 사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학과 근대적 사유에는 빼놓으면 절대로 안 되는 한 가지가 있다.
조선후기의 합리적 사고에는 근대적 사유로는 간주하기 어려운 결여된 부분이 있다.
이는 실학도 마찬가지로서 따라서 실학은 다른 유교철학과 마찬가지로 근대적 사유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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