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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김경호씨 일가족 탈북 이후 다시 오른 서울타워

by taeshik.kim 2018.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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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말라는 화살나무 못내 떨쳐내고는 남산으로 오른다. 돌아 부러 이 계단을 이를 이용했으니, 이 계단이 실은 조선신궁의 그것인 까닭이다. 다만 저들 석재 자체가 조선신궁의 그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오르면서 그 점이 못내 궁금해 이곳 안중근기념관에 근무하는 이주화 군이 혹 알까 해서 카톡으로 물으니 계단은 신궁 그것인데 석재는 교체한 것으로 안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남산공원을 지나는 구간 서울성곽은 멸실이 극심하니, 조선을 식민지배하면서 일본이 하필 이곳에다가 조선신궁을 세웠기 때문이다. 사대문 안 서울 사람들이라면, 언제나 남산 북쪽 기슭을 정좌定坐한 조선신궁을 언제나 올려다 보았으리라. 근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한양도성 기저부를 찾기 위한 발굴을 진행한 결과, 조선신궁을 구성한 여러 전각 중 하나인 배전拜殿이라는 곳이 콘크리트 바닥을 옹상히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은 발굴을 완료하곤 펜스를 쳐놓았다. 오른쪽 펜스가 그것이다.



계단을 오른다. 켁켁거리며 가끔 하늘도 쳐다보고 옆으로 눈길 주니 이런저런 들꽃이 노랑빛 자주빛을 발한다. 무슨 꽃이요 무슨 식물인지 어플을 돌려보면 되겠으나, 모르면 모르는 대로 팽개치련다. 안다 한들 어찌하며, 모른다 한들 누가 죽이기야 하겠는가?  



계단 중간 포토존에서 서울을 담는 사람들을 담는다. 뭐 이곳에서 포착한 서울이야 한두 번도 아니거니와, 내가 처음 상경한 촌놈처럼 연신 서울 전경 담으며, 와! 여기 서울이라고 짐짓 놀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 서울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나는 외려 재미있다. 대략 훑어내리니, 외국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고, 개중엔 동남아 사람이 많다. 싸드 사태 이전 남산은 중국 조차지였다. 아직 중국인이 많지 않으니 그들의 금족령은 풀리지 않았음이 확실하다. 그들이 떠나 울상인 사람 천지겠으나, 시끄럽지 않아 살 만하다. 미안하다 짱꼴라들이여. 하지만 남산 공용어가 중국어인 시절, 나는 그 소음을 못 참겠더라. 부디 다시 오거덜랑, 이번에는 살살 지껴주라.  


그늘 성벽엔 연녹색 이끼 촘촘하다. 이끼를 왜 음지식물이라 하는지 알 만하다. 중고기 신라를 주름 잡은 인물로 이사부라는 이가 있으니, 한자로는 태종苔宗이라 썼으니, 글자 그대로는 이끼 사나이다. 하필 이끼였을까? 개똥이 소똥이 말똥이도 있는데 하필 이끼였을까? 강인하다 해서였을까? 이끼는 그리 강인하지도 않아, 볕엔 쥐약이다. 혹 모르겠다. 바위를 비집고 들어가는 그 힘에 착목했는지도 말이다.  

수십번 오른 곳이나, 정상에 서서 저 우람한 서울타워를 두리번 하는 거북이 대가리마냥 잠시 고개를 쳐들어 보고는 잠시 고민한다. 오늘은 올라볼까? 에랏 모르겠다. 매표구로 향한다. 대인 기준 관람료 만원이란다. 더럽게 비싸네. 비자카드로 긁었다. 한글날이라 사람이 제법 많다. 그제까진 남해안 관통한 태풍 여파로 시계가 좋았으나 오늘은 우중충하고 을씨년스럽다. 



기다림이 조금 지루하기는 했지만, 마침내 쒸웅 하니 30초만에 고속 엘레비이터가 몸뚱아리 정상으로 실어올린다. 사해를 조망한다. 밑거나말거나 1996년 집단 탈북 귀순한 김경호씨 일가족이 서울 구경한답시고 나섰을 때, 쫄래쫄래 그들을 따라 오른 이후 처음이다. 어머, 그러고 보니, 나 감격해야 하는 거임? 그땐 안기부가 공짜로 태워줬는데 말이다. 


그래, 난 울긋불긋을 좋아한다 했지만 그에 이르기 전 이 모습도 보니 그런대로 좋다. 아니, 그것이 주는 것과는 다른 상념을 자아내니 그래 이래서 천태만상이라 하나 보다. 저 멀리 북악과 인왕과 북한산을 본다. 

경복 창덕 창경궁이 한눈이다. 종묘는 옴팡하니 정전 건물이 드러난다. 경희 덕수궁도 저 안쪽 어딘가에 숨었을 터, 날 더 좋았더래면 하는 미련이 엄습한다.


서쪽으로 눈길 돌리니, 거대한 미군기지가 한 눈이다. 여의도만하다는데, 서울시는 저길 공원화한다는데 개발의 마수 끝이 없다. 박원순 이겨라!!! 

아니다. 장모님 댁이 저 근처이므로, 땅값 더 많이 올려주는 쪽이 부디 대첩大捷을 구가했음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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