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용 김유신 가문을 논할 때, 단재 신채호 이래 협작설 혹은 공작설이 대세이거니와,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음험취한한 김유신은 본디 금관가야 혈통인 까닭에 엄격한 골품제 사회인 신라에서는 출세에 한계가 있음을 알고는, 그것을 혼인을 통해 돌파하려 했으니,
그런 일환으로 교묘한 공작으로 자기 누이동생과 떠오르는 신라 본래의 청춘스타 김춘추를 결혼시킴으로써, 이를 발판으로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작설이 지닌 결정적인 하자가 한둘이 아님은 내가 여러 번 지적했고, 근자에 이런 내 주장과 흐름을 같이하는 글도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런 기존 논의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거나, 혹은 아예 누락한 중대한 사건 하나를 논하려 한다.
신라에 화랑이라는 독특한 군사 혹은 종교 결사체가 있었고, 이것이 적어도 진흥왕 이래 신라가 삼한을 일통하기까지 신라사 여러 국면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 않거니와,
이 단체를 이끈 이로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는 많지는 않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진흥왕 시대 사다함과 진평왕 시대 김유신은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이미 15세 무렵에 이미 화랑을 대표하는 화랑이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김유신과 관련해 이를 증언하는 대목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공히 발견되거니와, 먼저 삼국사기를 보면 그 권제 41, 열전 제1 김유신 상金庾信上에 이르기를, 먼저 그가 15세 때 화랑이 되어 용화향도龍華香徒를 이끌었다 한다.
이 용화향도가 어떤 지향점이 있는지는 자세치 않으나, 오야붕 명령 하나에 죽음을 불사하는 전사 조직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이어 김유신은 17세가 된 진평왕 건복 28년(611) 신미년에는 고구려·백제·말갈靺鞨이 자주 침범함에 비분강개해 저들을 쳐부시겠다는 뜻을 품고는 중악中嶽 석굴에 들어가 목욕재계하며 기도한지 나흘만에 난승難勝이라는 신인을 접신해 비결을 받았다고 한다.
한데 이듬해인 건복 29년(612)에는 적국들의 침탈이 계속되자, 이번에는 보검을 차고 홀로 인박산咽薄山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중악에서 한 것과 같은 기도를 한 결과 천관天官이 빛을 내려 그의 보검이 흔들리는 접신을 또 한 번 경험한다.
이와 같은 신이한 행적이 의외로 괴력난신을 주무기로 내세운 삼국유사에는 잘 드러나지 않으니, 이는 아마도 삼국사기에 이와 관련한 언급이 충분하다 해서 그리 처리한 느낌이 짙다.
그 기이紀異 편 김유신金庾信 이야기에는 그가 "진평왕 17년 을묘(595)에 태어났다. 칠요七曜의 정기를 품은 까닭에 등에 칠성 무늬가 있었으며 신이한 일이 많았다"고 간단히 처리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가 18세가 된 임신년(612)에 검술을 익혀 국선國仙이 되었다고 하면서, 이 무렵 일화로 백석白石이라는 구려 간첩을 나림奈林·혈례穴禮·골화骨火 세 곳의 호국신 도움을 받아 적발한 사건을 든다.
이를 보면 김유신이 화랑을 대표하는 우두머리가 된 시점은 그의 나이 15세(삼국사기)와 18세(삼국유사)로 대별함을 안다. 다만 유의할 것은 삼국사기에서는 15세에 김유신이 '화랑'이 되었다고 한 반면,
삼국유사에는 18세에 '국선'이 되었다고 해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시기도 다르고, 명칭도 다르다. 이 중대한 차이는 다음 호로 논의를 미룬다.
어떻든 김유신은 십대 중후반에 일약 화랑을 대표하는 인물이 되어 있었다. 도대체 김유신이 이렇게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힘은 무엇인가? 종래의 가야계 혈통 핸디캡에 기반한 공작설 혹은 협작설이 이곳에서도 설 땅이 없다.
강조한다. 김유신은 이미 15세에 신라를 대표하는 청년스타로 우뚝 섰다. 김유신이 출세가도를 달린 것은 결코 김춘추와 혼인을 통해 처남 매부로 연결되어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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