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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도은陶隱이 삼봉三峯을 그리며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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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도은집陶隱集 제2권 / 시(詩)

 

삼봉의 은자를 생각하며〔憶三峯隱者〕

벼슬살이 십여 해 동안 
사는 곳 숱하게 옮겼지
생계는 솜씨 졸렬하나 
도를 꾀했으니 썩 가난하지는 않았소 
고고해서 다른 이 등돌려도 
때로 옛 벗은 생각은 나네 
온종일 제자리에 멈춘 구름 
아스라이 한강변에 떠 있네


ⓒ 한국고전번역원 | 이상현 (역) | 2008

 

游宦十餘載。僑居遷次頻。營生雖甚拙。謀道未全貧。落落負餘子。時時思故人。停雲終日在。縹渺漢江濱。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0

 

한강

 

***

 

이건 말할 것도 없이 도은陶隱 이숭인李崇仁(1347~1392)이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을 생각하며 쓴 시라, 그리 절친한 둘은 조선왕조 개국을 두고서는 길이 갈라져 한 사람은 비명횡사했으니, 그렇게 살아남은 한 사람은 개국원훈공신이 되어 출세가도를 구가했지만, 그 역시 이후 전개하는 비린내나는 왕위계승전쟁에 희생되었으니, 그리하여 구천에서 만났을 적에 두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지 모르겠다. 

 

정도전이 쓴 호 중에 삼봉三峰이 있어, 나는 이 유래를 심각하게 생각한 적도 없고, 그 내력을 따진 적도 없거니와, 그리하여 충북 단양에 있는 그 도담삼봉島潭三峯이 뿌리라고 하는 데 의심을 한 적도 없었으니, 그런 안내판을 그대로 소개했더니만 누구더라? 지인이 삼봉은 그 삼봉이 아니요, 삼각산三角山을 말함이니 지금의 서울 북한산이라 했거니와, 아! 그런가? 하고는 말았더랬다. 

 

단양 도담삼봉

 

그러다가 좀전에 도은집을 읽어내려가는데 저 시를 조우했으니, 보니 정도전이 호로 삼은 삼봉은 삼각산, 곧 북한산임이 명백하더라. 우선 제목에서 삼봉은자三峯隱者라 했으니, 이는 삼봉이라는 데서 은거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요, 그가 정도전이며, 그런 삼봉을 두고 한강漢江을 논했으니, 지금의 서울 한양임이 명백하다. 

 

毋論, 도담삼봉 역시 남한강 상류에 위치하거니와, 그런 까닭에 도담삼봉이라 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아니하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지금의 한양을 말함은 명백하다 하겠다. 이 무렵 삼봉은 한양에서 은거하고 있었나 보다. 

 

목은시고 제3권 / 시(詩)에 다음이 있다. 

 
삼각산(三角山) 아래에서

또한 아무 기약도 없음을 알건만 / 亦知無所期
세모에 나의 행차는 바쁘기만 해라 / 歲晚勤我行
삼봉 아래에 말 멈춰 섰노라니 / 駐馬三峯下
하염없이 깊은 정이 우러나오네 / 悠然生遠情
하늘 높으니 소나무는 우뚝하고 / 天高松偃蹇
눈이 쌓이니 산은 가팔라라 / 雪積山崢嶸
승사엔 향 연기 피어 흩어지는데 / 僧舍香煙散
가부좌하고 밤낮을 보내는구려 / 跏趺送晦明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0

 

三角山下

亦知無所期。歲晚勤我行。駐馬三峯下。悠然生遠情。天高松偃蹇。雪積山崢嶸。僧舍香煙散。跏趺送晦明。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90

 

이에서 목은은 삼각산을 삼봉三峰이라 일컬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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