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 되풀이한 말을 거듭 말한다.
문화유산은 붕괴해서도, 썩어 문드러져서도 안 된다는 강박은 청산해야 한다.
사람이 살다보면 아프고 병원에 가듯이, 그리고 종국에는 치매도 앓고 다른 중병도 앓다가 어느날 하직을 고하듯이 문화유산 또한 그러해야 한다.
무너진다고, 썩어문드러진다고 관리 이따위로 하느냐 하는 윽박이 고발이라는 이름으로 통용하는 사회, 저급하기만 하다.
성벽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배불림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무너지면 무너지는 대로 놔두자.
무너져서는 아니 된다는 강박에서 독버섯이 자란다. 그걸로 장사하는 인간들이 문화재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발호하기 마련이다. 다 사기꾼들이다.
성벽은 무너져서는 아니 된다는 강박은 결국 무너져서는 아니되는 성곽으로의 둔갑으로 발전하기 마련이니, 이렇게 해서 결국 보존정비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패악이 저절러지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21세기 성곽이다.
문화재도 죽을 자유가 있다.
(July 9, 2016)
***
《문화재에 죽을 자유를 허하라》
노자의 말을 빌릴 필요도 없다.
부처에 기댈 필요도 없다.
강한 것은 부러지기 마련이고 만나면 헤어지기 마련이다.
한데도 유독 문화재에 대해서만 신도 허락하지 않은 영생불멸의 신화를 주입한다.
그리하여 정이품송은 육백년간 죽을 자유도 허하지 않아 외치기를 너는 죽어서는 아니된다 해서 수액을 주입하고 dna를 채취해 세종보다 많은 후손을 강제로 만들곤 한다.
석굴암은 죽을 자유를 박탈해 죽은 것을 다시 세웠고 첨성대는 무너져서는 아니된다 해서 툭하면 측량기 들이대고는 몇도 몇미리 어느 쪽으로 기울어졌네 하는 난장판을 잊을만 하면 벌이곤 한다.
이제 저들에게 죽을 자유를 주자.
붕괴할 자유를 허許하고 도괴할 자유를 허하며 멸실할 자유를 허하자.
(August 1, 2015 at 9:4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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