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 정화기능 갖춘 150년전 공중화장실 유적 나왔다
박상현 / 2021-07-08 09:00:01
길이 10.4m·폭 1.4m 석조 구덩이 확인…기생충 알·씨앗도 발견
물 흘려보내는 구조…"관리·궁녀 등 최대 10명 공동 이용 추정"
그때나 지금이나 오수시설 관건은 그 처리와 정화다. 요즘이야 웬간한 수세식 시설이 된 까닭에 이렇다 할 고민은 없지만, 사람이건 동물이건 똥오줌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서울만 해도 천만이 하루에 싸대는 똥오줌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상상하면 끔찍하다.
저 소식 접하고선 아! 우리 조상이 뛰어났네 하는 생각을 순간할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이다. 저 보도에서 관련 대목을 인용해 본다.
경복궁 화장실 유적의 특징은 바닥과 벽면을 모두 돌로 마감해 분뇨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했고, 미생물을 이용하는 현대식 정화조와 유사한 정화시설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물이 들어오는 입수구(入水口)와 빠져나가는 출수구(出水口)가 설치됐는데,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북쪽 입수구 높이가 출수구보다 낮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화장실에 있는 분변이 물과 섞이면 발효 속도가 빨라지고 부피가 큰 찌꺼기만 바닥에 가라앉는다"며 "분변에서 분리된 오수는 출수구를 통해 궁궐 밖으로 배출됐다"고 말했다.
간단히 말해 똥덩이는 바닥에 가라앉게 하고, 그 위 똥물은 흘러가게 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파리 모기가 들끓었겠는가? 이런 시설은 말할 것도 없이 복개를 해야 한다. 복개를 해도 한계는 있다. 더구나 그렇게 흘려보낸 오물이 어디로 갔겠는가? 청계천이다. 그러니 서울에 웬간한 비만 왔다 하면 한양이 온통 똥물바다였다.
저 똥통 구조를 보면 결국 여러 사람이 동시에 똥을 싸기 위한 시설임을 직감한다. 이는 결국 인근에 다중 이용시설이 있었다는 것이, 그 위치를 고려할 적에 잔치판이 걸핏하면 벌어지는 곳이 있었으니, 먹고 자고 싸고밖에 더 했겠는가?
문화재청이 배포한 보도자료를 첨부한다.
경복궁에서 정화시설 갖춘 150여 년 전의 대형 화장실 확인
- 궁궐 내 화장실 유구로는 최초 발굴 … 흥복전에서 8일 오전 10시 언론공개 -
경복궁 동궁의 남쪽 지역에서 현대 정화조와 유사한 시설을 갖춘 대형 화장실 유구(遺構)가 확인되었다. 문화재청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소장 김인규)는 경복궁 동궁의 남쪽 지역에서 이와 같은 화장실 시설을 발굴하였으며, 그 결과를 7월 8일 오전 10시에 경복궁 흥복전에서 언론에 공개한다. 궁궐 내부에서 화장실 유구가 나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 정화조(淨化槽): 현대 정화조는 미생물을 이용하여 분뇨를 생물학적으로 처리하는 구조물로 부패조, 침전조, 여과조로 구성됨
경복궁 화장실의 존재는「경복궁배치도(景福宮配置圖)」,「북궐도형(北闕圖形)」, 『궁궐지(宮闕志)』 등에서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문헌에 따르면 경복궁의 화장실은 최대 75.5칸이 있었는데, 주로 궁궐의 상주 인원이 많은 지역에 밀집되어 있었으며, 특히, 경회루 남쪽의 궐내각사(闕內各司)와 동궁(東宮) 권역을 비롯하여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 부지 등에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은 동궁 권역 중에서도 남쪽 지역에 위치하며 동궁과 관련된 하급 관리와 궁녀, 궁궐을 지키는 군인들이 주로 이용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궁 권역의 건물들은 1868년(고종 5년)에 완공되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15년에 조선물산공진회장이 들어서면서 크게 훼손되었다.
* 경복궁배치도(景福宮配置圖): 1888~1890년경 경복궁 중건 후 전각의 배치도면으로 고려대학교 소장본이 있음
* 북궐도형(北闕圖形): 1907년 경 왕실 재산 파악을 목적으로 제작된 도면으로 추정되며 규장각과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본이 있음
* 궁궐지(宮闕志): 1904년경의 경복궁 전각 칸수와 용도를 설명한 책
* 경복궁배치도와 북궐도형에서 화장실은 측(厠)혹은 측간(廁間)으로 표기됨
* 조선물산공진회(朝鮮物産共進會): 1915년 9월11일 ~ 1915년 10월 30일까지 일제가 경복궁에서 전국의 물품을 수집·전시한 대대적인 박람회로 조선 병합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는데 이용
* 궐내각사(闕內各司): 궁궐 내에 있었던 중앙 관청
* 경복궁 운영 당시 국립민속박물관 부지의 용도 : 여러 직능을 가진 궁녀들의 거처와 일터로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 철거되어 공터로 남아 있었으며, 1975년 현재의 국립민속박물관 건물이 조성됨
발굴된 유구가 화장실이라는 것은 「경복궁배치도」와 『궁궐지(宮闕志)』의 기록으로 알 수 있다. 또한, 발굴 유구의 토양에서 많은 양의 기생충 알(g당 18,000건)과 씨앗(오이‧가지‧들깨)이 검출되었다. 『경복궁 영건일기(景福宮 營建日記)』의 기록과 가속 질량분석기(AMS, Accelerator Mass Spectrometer)를 이용한 절대연대분석, 발굴한 토양층의 선후 관계 등으로 볼 때, 이 화장실은 1868년 경복궁이 중건될 때 만들어져서 20여 년간 사용하였을 것으로 보여진다.
* 경복궁 영건일기(景福宮 營建日記): 고종 대 경복궁의 중건 과정을 1865년 4월부터 1868년 7월까지 기록한 일기형식의 책으로 한성부 주부였던 원세철(元世澈)이 작성함
* AMS: 질량가속기를 이용하여 극소량의 시료에서 정밀한 연대 정보를 산출하는 방법
이번에 발굴된 화장실의 구조는 길이 10.4m, 너비 1.4m, 깊이 1.8m의 좁고 긴 네모꼴 석조로 된 구덩이 형태다. 바닥부터 벽면까지 모두 돌로 되어 있어 분뇨가 구덩이 밖으로 스며 나가는 것을 막았다. 정화시설 내부로 물이 들어오는 입수구(入水口) 1개와 물이 나가는 출수구(出水口) 2개가 있는데, 북쪽에 있는 입수구의 높이가 출수구보다 낮게 위치한다. 유입된 물은 화장실에 있는 분변과 섞이면서 분변의 발효를 빠르게 하고 부피가 줄여 바닥에 가라앉히는 기능을 하였다. 분변에 섞여 있는 오수는 변에서 분리되어 정화수와 함께 출수구를 통해 궁궐 밖으로 배출되었다. 이렇게 발효된 분뇨는 악취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독소가 빠져서 비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 구조는 현대식 정화조 구조(분뇨 침적물에 물 유입→ 분뇨 발효와 침전→ 오수와 정화수 외부 배출)와 유사하다.
문헌자료에 따르면 화장실의 규모는 4∼5칸인데, 한 번에 최대 10명이 이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인당 1일 분뇨량 대비 정화시설의 전체 용적량(16.22㎥)으로 보면 연간 150여 명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물의 유입과 배수 시설이 없는 화장실에 비하여 약 5배 정도 많은 것이다.
* 1인당 1일 분뇨 발생량: 1960년~80년대 기준 평균 1.2L
관계전문가(이장훈 한국생활악취연구소 소장)에 의하면 150여 년 전에 정화시설을 갖춘 경복궁의 대형 화장실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 한다. 고대 유적에서 정화시설은 우리나라 백제 때의 왕궁 시설인 익산 왕궁리 유적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분변이 잘 발효될 수 있도록 물을 흘려보내 오염물을 정화시킨 다음 외부로 배출하는 구조는 이전보다 월등히 발달 된 기술이다. 이 같은 분뇨 정화시설은 우리나라에만 있으며, 유럽과 일본의 경우에는 분뇨를 포함한 모든 생활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시설이 19세기 말에 들어서야 정착되었다. 중국의 경우에는 집마다 분뇨를 저장하는 대형 나무통이 있었다고만 전해질 뿐 자세한 처리 방식은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경복궁 화장실 유구의 발굴은 그동안 관심이 적었던 조선 시대 궁궐의 생활사 복원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이번 발굴조사의 결과를 보여주는 동영상을 문화재청 유튜브와 국립문화재연구소 유튜브를 통해 12일부터 공개하여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연구자와 시민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유튜브 : http://www.youtube.com/user/chluvu
국립문화재연구소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nrich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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