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성도 무후사
한시, 계절의 노래(157)
낙천이 강주사마로 폄적되었다는 소식을 듣고(聞樂天授江州司馬)
당 원진(元稹) / 김영문 選譯評
잔약한 등불 불꽃도 없이
그림자만 너울너울
이 밤에 듣는 그대 소문
강주로 폄적됐다네
죽도록 아픈 중에
깜짝 놀라 일어나니
어둔 바람에 날리는 비
추운 창으로 들이치네
殘燈無焰影幢幢, 此夕聞君謫九江. 垂死病中驚坐起, 暗風吹雨入寒窗.
중당(中唐) 시기 원·백(元·白)으로 병칭된 두 시인이 있었다. 바로 원진(元稹)과 백거이(白居易)다. 두 사람은 안사의 난[安史之亂] 이후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감을 일깨우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보듬기 위해 ‘신악부운동(新樂府運動)’을 전개했다. ‘악부’란 ‘악부시(樂府詩)’의 준말로 한나라 민요를 가리킨다. 이는 백성의 온갖 애환을 반영한 악부시의 전통을 계승하여 현실 속 탐관오리의 부패와 탐욕을 폭로하고 고통 받는 백성의 삶을 시작(詩作)에 담아내자는 운동이었다. 백거이는 원진에게 보낸 편지에서 “문장은 응당 시대를 위해 지어야 하고, 시가는 응당 현실의 일을 위해 써야 한다(文章合爲時而著,詩歌合爲事而作)”(「與元九書」)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들의 생기발랄한 노력은 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반발에 부딪쳤다. 부패, 탐욕, 편법, 불법으로 살아온 중앙 권력자들과 지방 유지들은 원·백의 직간과 비판에 앙심을 품고 결국 이들을 지방관으로 내쫓았다. 백거이가 강주사마(江州司馬)로 좌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원진은 비오는 밤 꺼져 가는 등불 아래에서 이 시를 썼다. 캄캄한 밤에 차가운 창으로 들이치는 비바람이 이들의 좌절을 깊이 있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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