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 하나 건지러 올라갔다.
베드로성당 돔 만데이까지 걸어서 올라갔다. 엘레베타 타는 거보다 2유로 싸다 해서 걸어올랐다. 이에서 애낀 2유로는 젤라또 사먹었다.
나는 내가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한 사전 정보를 취하지 않는다. 암 것도 안 보고 간다. 그래서 몰라서 놓치는 장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내가 게을러서 이 방식을 취하는 것도 아니다.
미리 정보를 축적하고 가는 곳에서는 내가 보고자 하는 것만 보더라. 그래서 무작정 그냥 간다. 가서 부대껴 본다.
나는 베드로성당 만데이까지 가는 줄도 몰랐다. to the dome이라고 안내판 적혀 있기에 그냥 갔다.
이 자리, 중국 어느 가족이 차지하고서 한 동안 안 비켜주길래 밀쳐냈다. 이에서 만난 중국 가족, 40대 초중반가량 될 법한 부부가 중학생으로 보이는 딸, 그리고 국민학교도 입학하지 않을 법한 꼬맹이 아들을 데리고 왔더라.
한데 이날따라 가는 데마다 이 가족과 부대꼈다. 성당 관람하고 나와 그늘에 퍼질러 앉아 담배 한 대 피는데, 이 가족이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고, 그 딸이 엉클 엉클 하면서 내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는 폰으로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 친구를 묻는데, 보니 박태환이다.
듣건대 올해 15살 중학생이라는 이 여식은 박태환 광팬이라 한다. 그의 라이벌 쑨양도 좋아한다면서, 박태환과 쑨양은 좋은 친구라는 말을 한다.
박태환이 아나운서 여자친구가 있다가 몇년 전에 헤어졌다는 말도 한다. 그 어머니는 영어가 유창했고, 이 딸 또한 영어를 아주 잘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말레이시아나 싱가폴 혹은 홍콩에서 온 중국인이 아닌가 했지만, 광동성 광주 인근 어느 도시에서 가족 휴가를 왔단다. 남자는 보니 영어를 거의 못하고, 모든 안내와 통역은 부인과 딸이 도맡아 했다.
이 딸, 도대체 학교에서 영어를 어떻게 배웠기에 저 나이에 저리 영어를 유창하게 한단 말인가? 박태환을 좋아한다는 이 여식이 엉클엉클 하더니, 기어이 내 이메일을 적어간다. 나랑 기념 촬영한 사진이 몇장 있는데 그걸 보내준단다. 그 엄마가 광동성 올 일 있으면 꼭 연락하란다.
나도 이 친구 이메일을 적어뒀다. 파리 노르트담성당에서는 베르사이유에 산다는 아르메니아 일가족을 알게 되어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쪽에서도 베르사이유 오거들랑 꼭 연락하란다.
우린 연락하라는 말이 건성이지만, 이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2017. 7. 22)
***
기억이란 묘해서, 이렇게 과거에 적어 놓은 글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붙임성 다대한 이 친구가 더러 밟힌다. 이젠 어엿한 성년이 되었을 텐데, 이런저런 인연으로 스친 인연이 오죽 많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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