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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베르니니 한 사람을 위한 보르게제미술관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9.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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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내 약간 동쪽으로 치우친 북쪽 지점엔 보르게제 공원 villa borghese 이 있고 그 한 켠에 보르게제 미술관 museo e galleria borghese 이 있으니,

이를 액면대로 옮기면 보르게제 박물관 겸 갤러리라는 뜻이어니와, 확실치는 아니하나, 건축물 자체와 그 벽면을 장식하는 무수한 벽화 등의 부동산 시설을 박물관 시설로 간주하지 않나 한다.

영어로는 Galleria Borghese 혹은 Borghese Gallery 라 표현하는 일이 많은 듯하다. 

서양 미술사에서는 이곳은 보고 중 한 곳으로 꼽힌다.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는 하데스. 이게 참말로 묘해서 흔히 작품 제목을 이탈리어로는 Ratto di Proserpina, 영어로는 the Rape of Proserpina라, white marble에 높이 255 cm인 이를 한국말로 직역하면 Proserpina의 강간이라, 다만, 영어건 이태리어건, 한국어건 이리 표현하면 프로세르피나Proserpina가 rape 하는 주체인지 객체인지가 매우 불분명하거니와, 이는 결국 문맥과 그 배경인 그리스 신화를 동원할 수밖에 없으니, 그리스에서는 페르세포네Persephone라는 이 풍요의 여신은 강간당하는 객체이며, 그를 강간하는 주체는 언더워터,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절대권력자 하데스Hades, 로마권에서는 플루토Pluto라고 일컫는 시키다. 본래 제목이 영 그렇다 해서인지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페르세포네의 납치>라 옮기는 일이 많지만, 뭐, 이 따위 한국말 같지 않은 한국말이 있단 말인가? 정 그렇다면 <페르세포네 납치>라 해서, 중의성을 부러 살리는 방법도 있다.  



그런 까닭에 서양미술로 방귀 께나 낀단 사람은 성지 순례로 삼는 곳이어니와, 이곳이 나한테 좋은 까닭은 그 컬렉션 수준 때문이 아니라 그 아담 사이즈라,

철저한 예약제인 이곳은 두 시간 관람을 허용하나 내 경험으로 보건데 삽십분이면 감상은 끝난다.

이곳을 소개하는 책자나 관련 글은 거창하기만 해서 로마 갔다 들리지 않으면 앙코 빠진 찐빵 취급을 한다.

내 평생 모토는 용꼬리보단 뱀대가리라, 이 미술관이 이 꼴이 벌어진다.

주로 이곳은 회화보단 조각 컬렉션인데 참으로 지랄맞은 점이 베르니니 한 사람을 위한 공간인 까닭이다.

아폴로와 다포네 Apollo and Daphne...어벤져스 일원인 아폴로가 힘자랑한다고 난쟁이 꼬맹이 에로스Eros한테 까불다가 사랑의 화살을 맞은 반면, 다포네는 증오의 화살을 맞았으니, 다포네를 본 아폴로가 정념에 이글이글 불타며 사랑을 갈구하나, 증오만 알게 된 다포네, 걸음아 날 살려 하며 열나 도망가다가 에공 안 되겠다 싶어 월계수 나무로 변하려는 순간을 포착한 장면이다. 아폴로가 그랬다. "이 짓도 더러바서 못해 먹겠다"   


서양에서는 이른바 바로크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인 베르니니는 풀 네임이 열나 길어 잔 로렌초 베르니니 Gian Lorenzo Bernini라 하고, 혹은 잔로렌초 Gianlorenzo 혹은 지오반니(조반니에 가깝다) 로렌초 Giovanni Lorenzo(1598~1680)라 하거니와,

그의 시대 그가 출세한 배경으로 나는 수의계약 독식을 생각하거니와, 그에 따라 각종 관급공사를 독점했으니, 견주건대 노무현 문재인 시대 건축가 승효상, 연극계 이윤택 같았다.

이 친구는 교황청 절대 비호 아래 관급공사를 주물하니, 그 막강한 스폰서쉽을 기반으로 동시대 조각가를 압도하는 작품을 곳곳에 남기거나와

보르게제라는 이 미술관 창립자 역시 베르니니에 환장해 그의 작품을 집중 구매해 오늘에 이른다.

내가 심미안이 없거나 부족해 그러겠지만, 보르게제는 오직 베르니니를 위한 독패獨覇의 공간이라, 기타 조각 회화는 베르니니를 빛내게 하기 위한 찬조출연이요 시다바리며 우수마발 개똥소똥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베르니니는 이곳에서 압도적 위용을 자랑한다.

그의 대작은 미술관 각실 중앙을 차지하니 다들 그의 작품에 침만 질질 흘리고 만다.

다비드 David...골리앗한테 돌을 던지기 직전 모습을 형상화했다는데 글쎄다, 체육선생한테 빰따구 한 대 얻어터지기 직전 악다문 모습 같다.  
거목 아래선 또 다른 거목이 자라지 않는 법이다.
뱀대가리가 되어야지 용꼬리 되어서야 쓰겠는가?
보르게제 미술관 벽면 곳곳을 채운 조각들이 불쌍키만 하다.



이탈리아 미술에서 이런 관급공사 수의로 독식한 선배로는 좃또Giotto(지오토 혹은 조토로 표기하는 걸로 알지만 좃또가 원음에 가깝다)가 있고, 그 아래로 내려와선 미켈란젤로가 있으니, 

베르니니는 좃또와 미켈란젤로를 합성한 괴물이라, 견주건데 전자 둘이 각각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라면 베르니니는 저에다가 토르에 헐크에 스파이더맨과 원더우먼과 슈퍼맨을 합친 괴물 어벤져스 종합선물세트다.

돌아보니 보르게제는 1. 건물 천정화 2. 베르니니 이 두 개 키워드로 움직인다. 천정화는 하나하나가 시스티나 벽화더라. 




*** 이상은 이곳을 둘러보고 지난해 오늘, 그러니깐 2018년 7월 16일 내 sns 계정에 올린 글을 손질한 것이다.

내가 무슨 거창한 미술 심미안을 갖춘 사람도 아닌 사람이 뱉은 인상비평이니 내 말에 토달지 마라. 

*** 이 미술관을 국내에서는 흔히 보르게세미술관이라 표기하는 일이 많으나, 이태리어 원음에 가깝게는 분명히 보르게제다.

그에 대한 일본어 표기 역시 ボルゲーゼ美術館이라 분명히 이에서도 보르게제다. 모음 앞에 오는 s는 유성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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