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인간은 변태 지향이다.
나는 그리 본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거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 변태 같은 예술가들에 경도되곤 했다.
도스토예프스키....간질과 도박벽, 주벽으로 살다간 이 친구 작품은 거의가 변태다.
우리는 그것을 위대한 문학으로 추앙하더라도 말이다.
영문학에서는 에드가 앨런 포우...이 친구가 괴기성 짙다.
그와는 좀 거리가 멀어도 소위 고딕 나벌Gothic Novel의 금자탑이라는 Wuthering Hights도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들 모두를 합쳐도 또라이 중 상 또라이는 보들레르다.
이 친구는 생김새부터가 괴물이다.
한때 이 친구한테 빠져 허우적인 적 있다.
하지만 나는 불어를 몰랐다.
나는 송설학원 김천고등학교 출신이다.
식민지시대 이른바 민족학교가 거개 그렇듯이, 이런 학교는 거의 예외없이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강요했다.
독일어....그것이 누리는 위상에 견주어 한국사회 일선 교육현장에서 제2외국어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까닭이 바로 식민지시대 직접 유산이다.
제국 일본은 독일, 이태리와 더불어 2차대전 추축국 일원이었다.
그런 까닭에 식민지시대 조선 젊은이 중에 독일 유학파가 그리 많다.
초대 국립박물관장 김재원 역시 이 독일 유학파였고, 철학자 박종홍도 아마 독일 유학파인가 할 터인데 아니라 해도 그의 철학적 기반은 독일 관념철학인 이유가 바로 이에서 말미암는다.
제2 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운 까닭에, 그것을 제대로 할리는 없겠지만, 그런대로 독일어 문건은 사전 찾아가며 대강 때려맞추어 번역은 가능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불어를 몰랐다.
그럼에도 보들레르, 이 친구를 불어로 읽고 소화하고 싶었다.
그 무렵 보들레르와 더불어 플로베르를 무척이나 혹닉했으나 내가 그것을 접하는 통로는 번역뿐이었다.
미루고미루다, 대학 4학년 때인가 불어 초급반을 수강했다.
문법은 솔직히 영어를 좀 아는 사람들한테 하나도 어렵지 않는다.
소위 말하는 회화와는 별개로 말이다.
한데 막상 들어보니 발음이 지랄 맞았다.
죽었다 깨나도 불어는 할 수 없다고 판단해 이내 돌아서고 말았다.
하지만 그때 한 학기 수업으로 보들레르는 기어이 읽었다.
물론 내가 보들레르 전부를 읽었겠는가?
당시 민음사인가? 보들레르 시 선집 대역본이 있었다.
그 대역본 갖다 놓고는 발음 표시해 가며 사전 찾아가며 보들레르 시 몇 편은 마침내 불어로 읽었다.
그 감격이 아직 나에겐 남아있다.
아래 내 마누라는 죽었으니 난 이젠 자유라고 부르짓는 그 시,
그 유명한 《악의 꽃Les fleurs du mal》인가 하는 그 시집에 수록됐다는 이 시는 그땐 비록 부정확한 발음일지라도 그 전문을 왼 일이 있다.
한데 지금 보니 첫 줄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마 팜므 에 모흐트...
Charles Baudelaire (1821–67)
Le Vin de l'Assassin
Ma femme est morte, je suis libre!
Je puis donc boire tout mon soûl.
Lorsque je rentrais sans un sou,
Ses cris me déchiraient la fibre.
Autant qu'un roi je suis heureux;
L'air est pur, le ciel admirable...
Nous avions un été semblable
Lorsque j'en devins amoureux!
L'horrible soif qui me déchire
Aurait besoin pour s'assouvir
D'autant de vin qu'en peut tenir
Son tombeau; — ce n'est pas peu dire:
Je l'ai jetée au fond d'un puits,
Et j'ai même poussé sur elle
Tous les pavés de la margelle.
— Je l'oublierai si je le puis!
Au nom des serments de tendresse,
Dont rien ne peut nous délier,
Et pour nous réconcilier
Comme au beau temps de notre ivresse,
J'implorai d'elle un rendez-vous,
Le soir, sur une route obscure.
Elle y vint — folle créature!
Nous sommes tous plus ou moins fous!
Elle était encore jolie,
Quoique bien fatiguée! et moi,
Je l'aimais trop! voilà pourquoi
Je lui dis: Sors de cette vie!
Nul ne peut me comprendre. Un seul
Parmi ces ivrognes stupides
Songea-t-il dans ses nuits morbides
A faire du vin un linceul?
Cette crapule invulnérable
Comme les machines de fer
Jamais, ni l'été ni l'hiver,
N'a connu l'amour véritable,
Avec ses noirs enchantements,
Son cortège infernal d'alarmes,
Ses fioles de poison, ses larmes,
Ses bruits de chaîne et d'ossements!
— Me voilà libre et solitaire!
Je serai ce soir ivre mort;
Alors, sans peur et sans remords,
Je me coucherai sur la terre,
Et je dormirai comme un chien!
Le chariot aux lourdes roues
Chargé de pierres et de boues,
Le wagon enragé peut bien
Ecraser ma tête coupable
Ou me couper par le milieu,
Je m'en moque comme de Dieu,
Du Diable ou de la Sainte Table!
구글 자동번역 얹으니 다음과 같다.
The Assassin's Wine
My wife is dead, I am free!
So I can drink to my heart's content.
When I came home penniless,
Her cries tore at my very core.
I am as happy as a king;
The air is pure, the sky admirable...
We had a similar summer
When I fell in love with her!
The horrible thirst that tears me apart
Would need, to quench its thirst,
As much wine as can hold
Her tomb; — that's saying something:
I threw her to the bottom of a well,
And I even pushed
All the paving stones of the curb onto her.
—I'll forget her if I can!
In the name of vows of tenderness,
From which nothing can untie us,
And to reconcile us
As in the heyday of our drunkenness,
I implored a rendezvous with her,
That evening, on a dark road.
She came—mad creature!
We are all more or less mad!
She was still pretty,
Although very tired! And I,
I loved her too much! That's why
I said to her: Get out of this life!
No one can understand me. Did a single one
Among those stupid drunkards
Think in his morbid nights
Of making a shroud of wine? This invulnerable scoundrel
Like iron machines
Never, neither summer nor winter,
Has known true love,
With its dark enchantments,
Its infernal procession of alarms,
Its vials of poison, its tears,
Its noises of chains and bones!
— Here I am, free and solitary!
I will be dead drunk tonight;
Then, without fear and without remorse,
I will lie down on the ground,
And I will sleep like a dog!
The cart with heavy wheels
Laden with stones and mud,
The raging wagon may well
Crush my guilty head
Or cut me in half,
I don't care about it like God,
The Devil or the Holy Table!
(2017년 10월 12일)
****
내친 김에 영어 자동번역본을 한글 자동번역해 본다.
교정은 안한다. 귀찮아서다.
암살자의 와인
아내는 죽었고, 나는 자유로워졌다!
그래서 마음껏 마실 수 있다.
무일푼으로 집에 돌아왔을 때,
그녀의 울음소리가 내 속을 찢었다.
나는 왕처럼 행복하다.
공기는 맑고, 하늘은 감탄스럽다…
우리는 비슷한 여름을 보냈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 그때처럼!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끔찍한 갈증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녀의 무덤을 담을 수 있는 만큼의 와인이 필요할 것이다.
이 말은 정말 의미심장하다.
나는 그녀를 우물 바닥에 내던졌고,
심지어 연석의 모든 돌을 그녀에게 밀어붙였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를 잊을 거야!
부드러움의 맹세라는 이름으로,
그 무엇도 우리를 풀어줄 수 없고,
그리고 우리를 화해시키기 위해
우리가 취했던 절정기처럼,
그녀와의 만남을 간청했어.
그날 저녁, 어두운 길에서.
그녀가 왔지—미친 놈아!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미쳤어!
그녀는 여전히 예뻤어,
아주 피곤했지만! 그리고 나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어! 그래서
그녀에게 말했지. 이 세상에서 나가!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어.
저 멍청한 술주정뱅이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병든 밤에
와인으로 수의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 무적의 악당은
철제 기계처럼
여름이나 겨울이나
진정한 사랑을 한 번도 알지 못했다.
어둠의 마법과
지옥 같은 공포의 행렬과
독약 병과 눈물과
사슬과 뼈의 소음을 지닌 사랑을!
—여기, 자유롭고 고독하다!
오늘 밤 나는 완전히 취하겠지.
그러면 두려움도 양심의 가책도 없이
땅바닥에 드러누워서
개처럼 잠들 거야!
무거운 바퀴가 달린 수레가
돌과 진흙을 실어
날뛰는 마차가
내 죄 많은 머리를 부수거나
날 반으로 갈라놓을지도 몰라.
나는 신이나
악마나 성찬식처럼 신경 쓰지 않아!
참 좋은 세상이다. 2초도 되지 않아 저런 번역이 뜬다.
괴기라는 소문이 무서워 그렇지 막상 말은 참 평이하다.

이 사진은 악의 꽃 표지랜다.
Chez Poulet-Malassis et de Broise (파리), 1857
보들레르가 교정하고 "인쇄 가능"이라는 도장이 찍힌 원본 인쇄 교정본이라고.
©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표지 초판. 보들레르의 풍부한 발언과 이 페이지를 돌려주면서 출판사 오귀스트 풀레-말라시스에게 보낸 질문들은 그가 이 컬렉션의 출판에 얼마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보여줍니다. 어떤 세부 사항도 우연에 맡기지 않았다고.
이거 보면 정신은 멀쩡했다.
보들레르 저 길을 거의 그대로 따른 듯한 느낌을 주는 한국인 작가도 있다. 마광수가 그렇다.
저 괴짜 변태들은 죽어야 내가 천재로 추앙한다.
그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을 호흡한다?
아주 피곤하다.
죽어줘야 애틋하고 죽어줘야 위대하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랑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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