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유산 삭제 드레스덴 엘베계곡을 덧붙여 논함-
역사유산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예컨대 이탈리아나 프랑스, 스페인 같은 나라에서도 여전히 세계유산 신규 등재에 열을 올립니다.
이들이 왜 이렇게 할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가 접근하는 가장 큰 이유, 관광을 접목한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전연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물론 서구유럽이라고 해서 그런 곳이 없겠습니까만은, 이번에 등재된 터키 에페수스만 해도 세계유산이 되건 말건, 이미 관광객으로 미어터지는 곳입니다.
예컨대 루브르박물관을 프랑스가 세계유산으로 등재한다고 치죠.
프랑스가 왜 이곳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하겠습니까?
관광?
그거 아니라도 미어터지는데???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 같은 데는 접근 목적이 완전히 다릅니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한 역사도시 이미지 확보와 그를 통한 관광객 끌어들이기가 가장 큰 이유입니다.
백제역사유적지구도 이런 목적에서 추진했으며, 실제 경주 양동마을은 등재 이전과 이후는 천지개벽입니다.
이 차이점은 세계유산 등재 현장을 가 보시면 더욱 분명히 드러납니다.
우리네 세계유산지역은 우선 그 입구에 이곳이 세계유산임을 요란스럽게 선전하는 광고판으로 넘쳐나고, 그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서유럽 세계유산 현장 가 보세요.
이곳이 세계유산임을 광고하는 안내판은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어 있습니다.
아주 없는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구 세계는 세계유산을 등재하는 가장 큰 목적이 그 유산의 보존 관리 체계 확립에 있다고 저는 봅니다.
이는 피상적인 관찰이라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목적이 관광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독일 드레스덴 엘베계곡이 2009년에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건설 문제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습니다.
이 일을 국내에서는 무슨 대사건이 되는양 침소봉대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도 세운상가 개발했다가는 종묘가 세계유산에서 삭제된다...이건 큰 일이요 국제 망신이다는 논리로 공격을 해대지요.
하지만 드레스덴 현지에서는 아무도 세계유산 삭제를 굴욕이라거나 치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삭제 과정에서 찬반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네들한테는 교량 건설이 더 중요했습니다.
실제 이 교량이란 것도 기존 세계유산 경관에 전연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외려 도시활성화 차원에서 드레스덴에는 이 교량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과 어찌되었는가?
드레스덴 관광객은 세계유산 등재 때보다 삭제 이후에 외려 늘었습니다.
우리의 상식과는 정반대되는 현상입니다.
세계유산을 등재하는 목적과 효과는 일률적이지 않습니다.
***
2015.7.10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약간 손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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