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신라가 삼국 중 고대국가 성립이 가장 늦었다는 망발에 대하여

by 세상의 모든 역사 2018. 8. 6.
반응형

<박혁거세 탄강지 나정 발굴현장> 


고대 한반도를 분할한 왕조, 특히 고구려와 백제에 대해 신라가 발전 속도가 가장 더디다 해서, 《삼국사기》와 《삼국유사》가 말하는 신라가 가장 빠른 기원전 57년이라는 기록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은 망발에 다름 아니다. 나는 신라가 삼국 중에서도 한반도 동남쪽 귀퉁이에 치우쳐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지정학적 위치가 가장 불리했고, 실제로 그러했으므로, 발전 속도가 가장 느렸다고 믿지도 않을뿐더러, 설혹 그렇다고 해서 삼국 중 건국연대가 가장 늦어야 한다는 발상은 하늘에 있는가 땅에 있는가? 


같은 논리대로라면 지금의 세계 최강국 미국은 건국 연대가 다른 강국들에 견주어 가장 빨라야 하는 거 아닌가? 미국 건국은 이제 겨우 200년 지났을 뿐이다. 


함에도 이런 얼토당토 않은 주장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더 얼토당토 않은 근거에 기반한 주장들이 여직 정답처럼 횡행한다. 이 건국 연대를 부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개중 일부는 이 건국 연대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어물쩡하게 넘기면서도, 언젠가부터는 '고대국가로서의 성립'이라는 괴물 혹은 요물을 내세워 기존 주장을 더욱 강고히 만들기도 하거니와, 이들에 의하면 신라는 사로라는 이름으로 그 이전부터 있었기는 하지만, 그것이 국가로서의 완연한 체제를 정비해 발전하기 시작한 시기는 고구려와 백제에 견주어 여전히 가장 뒤진다는 논리를 내세우곤 한다. 


<나정 출토 '生'자 새김 기와>


저들이 말하는 고대국가라는 요물이 도대체 무엇인지, 나는 찬동도 할 수 없고, 동의도 하지 않거니와, 어떻든 한국사를 소위 근대적인 의미에서 처음으로 한국사를 연구 체계화하기 시작했다는 제국주의 일본시대 일본인 역사학도들이 주창하고, 그것을 이어 이병도를 필두로 국내 소위 자생적 고대사학도들이 이어받아 체계화한 주장에 의하면, 고구려는 5대 태조왕 시대, 백제는 제8대 고이왕 시대, 그리고 신라는 제17대 내물왕 시대에 비로소 완연한 고대국가 체제를 갖추었다는 것이다. 


그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 미비하고, 엉성하며, 부족하다는 사실이 그 시대가 소위 고대국가 체제가 정비되지 않은 시대임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그 기록의 정확성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담보하기 시작하는 분기를 기점으로 해당 왕조가 고대국가 단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는 없다. 기록의 정확성과 고대국가 체제 완비 여부는 전연 별개다. 


이들은 고대 한반도가 저들 삼국, 그리고 가야 제국(諸國)이 완전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어느 시기까지 78개에 이르는 소국(小國)이 병립한 소위 삼한三韓시대가 있었음을 들어, 이 시대에는 저들 삼국 중에서도 적어도 백제와 신라는 다른 소국들과 마찬가지로, 그들과 위상이 아주 똑같거나 엇비슷한 소국이었다고 주장하면서, 이 시대 백제와 신라는 고대국가로 부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나정 발굴현장..이를 보면 이 나정은 팔각형이 주축을 이룬 건축군과 원형 건물이 주축인 건축군이 시대가 다름을 드러난다.>


땅덩어리가 제법 넓어야 고대국가 혹은 영역국가이며, 그래서 소위 저 삼한 단계를 지나서야 백제와 신라를 고대국가로 부를 수 있다는 주장 혹은 신념은 밑도끝도 없다. 설혹 압도적인 역사학계 주장처럼 3세기 중후반 무렵까지만 해도 백제와 신라는 다른 76개 소국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지닌 국가체가 아니었다고 한들, 그것이 그 시대 백제와 신라가 소위 고대국가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는 주장은 하늘에 있는가 땅에 있는가? 


신라가 삼국 중 건국연대가 가장 늦다는 주장은 얼토당토 않으며, 더구나 그 왕조가 고대국가 성립으로서의 출발도 가장 늦다는 주장 역시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가는 똥개가 아무나 보고는 짓어대는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