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벨파스트 Belfast : 8. 27~28
아일랜드에 발을 디딘지 사흘째 우리는 더블린을 떠나 벨파스트에 입성했다.
애초엔 오전 중에 더블린 소재 기네스맥주공장을 해치고, 북쪽 해안을 따라 난 간선도로를 이용해 대략 160킬로미터 두 시간 거리인 벨파스트에 일찍 입성해 두어 곳 둘러볼 요량이었지만, 그 어중간 Bru Na Boinne ( Brú na Bóinne ) 브루 나 보인이라는 후기신석기시대 대따시 무덤을 돌아보는 통에 이쪽에서 그날 오후를 거의 투자한 까닭에 벨파스트에는 저녁이 다 되어 입성했다.
숙소는 시내 남쪽 외곽 일반 집을 빌렸으니, 이곳에서 더블린 외곽에서 뜯어온 미나리를 데쳐 먹었다.
이튿날 일정이 꽤나 빡빡했다. 아일랜드 섬 전체 중에서도 북해와 인접한 그 해변을 가로질러 형성된 Causeway 코즈웨이 라는 자연절경을 둘러보기로 한 데다, 그날 바로 그 북쪽 해변을 지나, 북서쪽 귀퉁이 해변을 따라 남하해 다음 목적지인 슬라이고 Sligo 로 움직여야 한 까닭이다.
딱 하나 유리한 점은 있었다. 이 계절 아일랜드는 아침 해가 대략 7시쯤 늦게 뜨기는 했지만, 저녁 8시 무렵에야 지는 까닭에 그만큼 주어진 낮시간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이 시간을 적절히 배분하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주마간산은 가능할 듯했다.
그럴려면 무엇보다 벨파스트의 많은 곳을 포기해야 했다. 이곳에도 이래저래 둘러볼 곳이 적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하여 벨파스트는 아쉬움을 뒤로하면서 오전만 투자하기로 하고, 오후에 코즈웨이로 움직이기로 했다. 이날도 어김없이 새벽부터 오전 내내 비가 질질 내렸다.
영국령 북아일랜드 수도인 벨파스트는 RMS Titanic 타이타닉호 출항지다. 비운의 이 배는 이곳에서 건조되어 출항했다. 이런 점을 고려해 그것을 전문 전시하는 Titanic Museum 타이타닉박물관 은 빠뜨릴 수는 없었다. 지도를 보니 박물관 가는 길목에 건축학적으로 아름답다는 Belfast City Hall 벨파스트시청사 가 있어, 속내는 포기한 채 겉모습만 대략 사진 몇 장으로 남겼다.
타이나틱박물관에서는 대략 두 시간을 투자한 듯하다. 그러고선 이제 이날의 가장 주된 목적지 코즈웨이를 향해 엑셀 페달을 밟았다. 여담이나 벨파스트 시내와 주변에는 적어도 만 하루, 혹은 여유가 있다면 이틀은 꼬박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코즈웨이는 단일한 구역이 아니다. 북해변을 따라 길다랗게 형성된 해변 지역 전체를 이리 부른다. 따라서 어디를 기점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거리가 달라지지만 가장 많은 이가 찾는 Giant's Causeway 자이언츠 코즈웨이 를 목적지로 삼으면 대략 96킬로미터 1시간 15분 계산이 나온다. 이쪽은 도로 사정이 좋아 시속 백킬로미터 가까이 달린다.
한데 우리는 벨파스트에서 코즈웨이로 가는 어중간 the Dark Hedges 다크 헤지 라는 곳을 들르기로 했다. 이곳은 마치 무엇과 같은가 하니 전남 담양을 특징짓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과 같다고 보면 대과가 없다. 다만 다크 라는 수식어가 시사하듯 이곳은 치렁치렁한 나무가 가로수 양쪽 변에서 어울러져 가로수길 터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은 담양 길과 차이가 있다.
이곳을 스쳐 마침내 코즈웨이 에 입성했다. 도착과 더불어 탄성을 자아냈으니, 마침 해가 짱짱하고 드넓게 펼쳐지는 코발트블루 북해는 장관이었다.
이 코즈웨이를 대표하는 서너곳을 둘러보고는 마침내 우리는 슬라이고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구글지도로 잡으니 200킬로미터 세 시간이나 걸리는 머나먼 거리였다. 그나마 위안이었다만 이 무렵 아일랜드는 해가 길어 잘 하면 숙소로 들어가기 전 슬라이고 한두 곳은 둘러볼 듯했다.
슬라이고를 향해 해변과 마주하다 멀어지다 하는 그 긴 길을 가다가 우리는 그 어중간에 해변 곶에 우뚝 선 고색창연한 성 하나를 발견하고는 간판을 보니 Dunluce Castle 던루스성 이라는 곳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겠는가? 급히 브레이크를 걸어채우고는 이곳을 둘러봤다. 다시 비가 거센 데다 해변이라 바닷바람이 심했다.
이곳을 둘러보고는 우리는 다시 본래 목적지를 찾아 길을 나섰다. 예이츠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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