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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인더스 문명

인도 학술 조사 이야기 (21) : 함께 묻힌 먼 옛날 그 시절 부부-연인들 (6)

by 초야잠필 2019.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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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Sati 이야기에서 길어졌다. 이제 본론인 인더스 문명시대 부부합장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앞에서 쓴 대로 수천년 된 옛 무덤에서 부부합장묘가 발견되면 세계적인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발견을 언론이 다룰 때 기사 캡션은 "영원한 사랑" 등의 이야기로 포장 된다.  


아래는 또 다른 부부합장묘의 예로 루마니아에서 발견 되어 언론 보도 된 것이다. 


루마니아에서 발견된 중세 남녀 인골. 아마도 부부라고 생각되지만 이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함께 묻혔다. 

부부가 함께 묻혔을 때 이를 영원한 사랑의 결과로 보고자 하는 것은 대중의 바람이기도 하다. 


미국의 고고학 대중지인 "Archaeology Magazine"에는 다음과 같이 이 부부합장묘를 설명했다. 


"The skeletons of a medieval couple that had been buried holding hands have been unearthed at a monastery in Romania, along with the remains of a child...... Scientists can only speculate that his partner died of a “broken heart,” since suicide would have prevented her burial in consecrated ground." (루마니아에서 발견 된 손을 맞잡은 중세 루마니아 커플은 어린이 유골과 함께 발견되었는데 기독교 묘지에서 제대로 매장된것을 보면 두 사람 모두 자살이라던가 극단적인 행동의 결과로 함께 묻힌것은 아니라는 설명. 한 명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다른 한 사람은 크게 낙담해서 사망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똑같은 부부합장묘가 발견되었을 때라 해도 이를 단순히 "죽어서도 이어지는 연인의 영원한 사랑"과 같은 단순하고도 로맨틱한 시각으로만 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 물론 이 경우도 바닥에 깔린 생각은 남녀 간의 "영원한 사랑"일 것이다. 물론 구체적 상황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앞에서 인더스 문명에 관심을 지닌 사람들이 부부합장묘를 보는 시각도 바로 그렇다. 


이것도 그렇게 단순한 사안이 아닌것은 이 부부합장묘를 앞에서 기술한 "Sati"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Sati"는 분명히 현대 인도 사회에서 없애야 할 폐습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하지만 "자발적이기만 하다면" "Sati"야 말로 아내가 죽은 남편에 대해 바칠 수 있는 지순한 사랑의 발로로서 이를 전통 인도 사회의 숭고한 도덕적 가치의 발현으로 보고자 하는 욕구도 여전히 존재 하는 것 같다. 이 점은 우리 사회에서 조차 역사상 존재했던 "열녀"들이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서 종종 숭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다.  



"마하바라타"와 함께 인도 문명의 양대 기둥을 이루는 "Ramayana". 주인공 Rama의 아내 Sita는 인도 여성의 정절과 도덕의 상징이다. 


인도에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인더스 문명 유적에서 "Sati"를 연상시키는 발견이 나와주기를 희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더스 문명 고고학 발굴에서 부부합장묘로 볼 만한 것은 지금까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남자-남자가 묻힌 무덤은 한번 보고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했었다). 


Sati라는 전통 풍습을 부인의 정절의 발로로 해석하고 유구한 전통을 가진 인도의 미풍 양속으로 보는 사람들한테는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일 수 있겠다.  


우리 연구진이 인도 고고학자들과 함께 조사한 라키가리 부부합장묘. 4,500년만에 세상 빛을 다시 본 이 남녀는 우리들 추정 처럼 부부였다면 과연 어떤 사이였을까-. 


여기서 부부합장묘에 관련 된 또 다른 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때는 2013년 12월 27일. 


러시아의 시베리아 타임즈는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다수의 남녀 합장묘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기사 제목은 "Modern science to unlock the secrets of couples holding each other in loving embrace for 3,500 years"였는데 발견된 남녀 합장묘 중 하나가 아래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 무덤은 시베리아 청동기시대인 안드로노보 시기의 시베리아 원주민 무덤이었는데 이처럼 서로 마주보고 손을 맞잡은 모습으로 발견된 것이다. 남자와 여자 뼈라는 것이 인류학적 조사로 확인된 이상 지역 신문은 위와 같이 다소 자극적인 기사 제목을 과감히 뽑았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안드로노보 시기 무덤군을 보고 일부 학자는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하기도 했다. 


"There has been theorising that on the man's death, his wife was sacrificed and buried with him for posterity in an act of intimacy.... could a young woman have been sacrificed for this purpose, used to fulfil the female part in this ritual?" 


이 연구자는 이 무덤을 인도의 Sati처럼 어쩌면 남자의 죽음에 여자가 순사殉死한 결과가 아닐까 추정했다. 


안드로노보 문화. 저 유명한 "Arian"이다. 

이 중 일부가 인도로 이동하여 "Vedic" 문명을 성립시켰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발굴 책임자인 몰로딘 교수는 완곡하지만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So it is more complicated than 'They loved each other and died in one day".  


"It is again a suggestion. As a suggestion, it could be. This idea of Klein can be extended to Siberia too, because significant part of the researchers think that Andronovo people were Iranians. So this hypothesis can be extended to them. But, I will repeat, it is only a hypothesis."


러시아 안드로노보 무덤군 발굴 책임자 몰로딘 교수. 이 양반은 나도 두어번 대면한 적이 있는데 경험많은 학자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결국 부부합장묘가 발굴 현장에서 발견되었을 때 대중이 열광하는 것과는 별개로 책임있는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은 몰로딘 박사처럼 항상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더스 문명에서 최초의 부부합장묘를 발견하였을 때 똑 같은 이유로 우리 (한국과 인도) 연구진은 고민하였고 그 고민의 결과를 아래와 같이 학계에 보고하였다.   


발견 보도 당시 CNN 기사 내용을 잠시 다시 보자. 


"The archeologists couldn't find any trace of disease, nor were there any injury marks to the skeletons that would have suggested they were killed....  In the paper, the scientists ruled out the possibility that the woman, believed to be in her early 20s, took her own life shortly after the death of her husband, who was between 35 and 40 years old.... "The couple's burial ... should not be considered to have been the outcome of any specific funeral customs commonly performed at that time," the study said, referring to a ritual in which a wife would kill herself after the death of her husband. "Rather, it is more plausible that two individuals died at or almost at the same time, and that therefore, they had been buried together in the same grave."


우리는 위 기사 내용에서 다룬 것처럼 이 부부합장묘는 "어떠한 당시 행해지던 어떤 특정한 장례 풍습 때문에 동시 매장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논문에 명기하였다. 이 부부합장묘(?) 당사자인 남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동시기에 죽어 함께 묻힌 것 같지만 Sati로 볼 만한 그런 증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 우리 판단이고 결론이었다. 


라키가리 유적지에서-.


이는 이 부부합장묘가 "Sati"의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일부의 희망에 대해 우리가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부정적 견해를 표시한 것이다. 그들이 우리의 견해를 받아들이건 아니건 간에. (아마 우리 무덤이 인더스 문명기 Sati의 흔적이라고 믿고 싶은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 견해를 무시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sati 때문에 부인을 희생하여 묻지 않았더라도 이 무덤에 같이 묻힌 남자와 여자는 정말 서로 사랑했던 사람이었을까? 


설사 그들이 부부였다고 하더라도 안타깝지만 거기까지는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알겠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도 주변에서 수많은 "쇼윈도 부부"를 목격하고 있는데 말이다 -. 우리는 단지 우리가 보고 싶은대로 과거 사람들의 유적, 유물, 유해를 보고 해석 할 뿐이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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