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장이 바뀐다는 소문이 난지는 좀 되었다. 그에 이런저런 이름이 들락거렸다. 누가 후보자였는데, 이를 위한 신원조회 동의 요청을 거부했다는 말도 여러 번 들렸다. 그래서 후임자 물색에 애를 먹는다는 말도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걱정이 되기도 했더랬다.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이 문화재청 역시 누가 오느냐에 따라 춤을 추어댔다. 이 과정에서 종래에는 없던 트라우마 하나가 더 추가됐다. 여성 청장 트라우마가 그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1호 청장 변영섭과 2호 청장 나선화는 사고뭉치였다.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문화재청 역사상 제1호, 제2호 청장이기도 한 그들이 여성이었기에 그랬겠냐마는 이 시대 문화재청은 유난히도 문제가 많은 탓에서 청장이 여성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트라우마 비슷한 게 생긴 점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판국에 뚜껑을 연 문재인 정부 2호 문화재청장은 떡 하니 여성이었다. 더구나 그는 현직 기자로 드러났다. 이 점이 이 업계에서는 다시금 부각하는 듯하다. 또 여성? 더구나 문화재 전문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현직 기자? 뭐 이런 생뚱맞은 반응도 없지는 않을 테고, 더불어 전연 예상하지 않은 이름이라 놀라움을 주기도 할 것이다. 임명 이틀째인 오늘 지금 이 시간까지 정재숙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제 임명 직후 연합뉴스를 통해 간단한 소감을 전한 그 메시지는 실은 중국에서 날린 것이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한가롭게 중국 답사를 다니느냐"는 호통에 정재숙은 "어쩔 수 없다. 이리도 빨리 인사가 날 줄은 몰랐다. 단체 비자로 들어온 까닭에 당장 달려갈 수는 없다. 청와대에서 양혜를 구한 상황이다"고 했다. 5시에 도착 예정이라니, 아마 지금쯤 인천에 닿아 업무보고를 받고 있을지 모르겠다.
뭐 기자 출신이니 이래저래 내 임명이 어떻게 통용되는지 검색을 해보겠지? 그러고는 미디어오늘에 듣보잡 청장이라면서, 그를 향한 우려 혹은 비난이 있기도 하다는 그 뉴스도 보겠지? 그러고는 열받겠지? 이것들이 하겠지?
뭐 어쩌겠어? 이런 모든 우려를 잠재우는 일이야 청장직을 어찌 수행하느냐에 달려있을 뿐이다. 문화재 전문성? 뭐 기존에 문화재 행정을 말아먹은 전임 청장들은 문화재 전문성이 없다 해서 그리 되었겠는가? 나름 이 분야에 수십 년을 투신했다면서, 그래서 자칭 문화재 전문가랍시며 달라들었다가는 문화재를 물어뜯고 말았으니, 그 전문성이 눈꼽이라도 문제가 되겠는가? 문화재청장은 지나개나 하는 자리다. 그런 까닭에 오직 청장으로서 어떻게 문화재 행정을 꾸려가느냐 그것으로 평가받을 따름이다.
골게터가 내내 욕을 먹다가도 골 한 방으로 소문이 바뀌는 법이다. 이승엽도 내내 방망이 침묵하다, 일본전 극적인 홈런 한 방으로 모든 악평을 돌려세웠다. 물론 문화재청장이 한 방을 통해 평가를 돌리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요는 어찌 하느냐에 따라 기자 출신이라서? 여성이라서? 하는 편견을 일순에 짓눌러 버리는 것이다.
암것도 없다. 잘 하는 수밖에 없다. 내부 직원들 믿고, 그들과 함께 문화재 행정을 잘 굴러가게 하면 그 뿐이다. 그런 내부에 도려낼 적폐가 있다면, 과감히 쳐내면 된다. 내부를 못믿겠다며, 시종 일관해서 외부에 기대어 그들만이 정의인양 외쳐대다가 문화재를 통째로 거덜내고 말아먹는 문화재청장도 있으니, 그런 전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그의 임명 소식을 들은 많은 이가, 그의 임명이 알려지기 직전 그보다 많은 이가 정재숙이 어떤 사람이냐 물어왔다. 발표 전날 밤새 나는 그런 질문들에 시달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답은 똑같다. "지 하기 나름이다. 지가 잘 하면 잘 한다 할 것이요, 지가 망치면 문화재 전체가 망가질 것이다."
이런저런 통로를 통해 정재숙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 한마디씩 한다. 뭐 대차다느니 마당발이라느니 화통하다느니 하는 말들을 한다. 내가 본 그는 맞다. 대차고 마당발이고 화통하다. 하지만 이런 점들이 문화재 행정을 수행하는데 꼭 좋다고는 할 수는 없다. 때로는 그것이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무엇이 잘하는 것이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다.
잘 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믿는다. 잘 해야 한다는 거듭한 나의 우격다짐에 그가 그랬다.
"내 30년 기자생활 모든 것을 쏟아붇겠다."
그는 괜찮은 기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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